비아시아권 신인감독들의 경쟁부문(관객상) 이었던 플래쉬포워드 섹션의 성격이 올해부터 바뀌었다. 플래쉬포워드 섹션의 프리미어 기준이 완화되면서 이미 다른 영화제에 소개되어 상을 받았거나 화제가 되었던 작품으로 섹션을 꾸릴 수 있게 되었다. 프리미어 여부를 두고 작품을 선정해야 하는 프로그래머들의 부담도 많이 줄었지만 무엇보다도 그해 화제를 모았던 신인 감독들의 작품들을 모아서 상영하기 때문에 관객들의 관심을 훨씬 더 많이 끌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영미권 작품 중에 플래쉬포워드에 선정 된 작품은 2편으로 모두 미국 작품이다. <매스>는 미국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프란 크랜즈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다. 미국의 한 총기 사건으로 인해 아들을 잃은 피해자의 부모와 가해자의 부모가 오랜 세월 후 서로 대면한다는 이야기로 작품이 공개 된 후 미리 떠들기 좋아하는 미국 유튜브 리뷰어 사이에선 벌써부터 내년 아카데미상 남우주조연상을 거론 할 정도로 뛰어난 네 배우의 연기력이 볼거리다.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에 남우주연상을 받은 <자키>다. 평생 경마 기수로 살아온 한 남자의 굴곡진 인생 이야기를 그린 <자키>는 클린트 벤틀리 감독의 첫번째 장편데뷔작이다. 잭슨역을 맡은 클리프튼 콜린스 Jr. 의 연기가 일품이다. 이미 90년대부터 수많은 TV 시리즈와 장편에 출연 했지만 인지도가 그리 높진 않았다. 아마 이 작품으로 그의 연기 세계가 재평가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플래쉬포워드에 선정 된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작품은 총 7편이다. 조지아 출신의 알렉산드르 코베리체는 데뷔작 <그 여름은 다시 오지 않으리>에 이어 <하늘을 바라본다, 바람이 분다>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감독이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FIPRESCI(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다. 다큐멘터리 연출 경력이 풍부한 멕시코의 타티아나 우에소 감독의 <잃어버린 것들을 위한 기도>는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특별언급의 영광을 안았으며 동명의 베스트셀러 원작을 잇는 흥행이 기대되고 있다. 5년전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로 칸에서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을 수상한 핀란드의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은 두번째 작품 <6번 칸>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해 명실상부한 차세대 감독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나머지 유럽 작품으로 선정작 중 유일한 아프리카 영화인 이집트 오마르 엘 조하이리의 <깃털>은 칸 비평가주간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수작으로, 남편이 마술에 의해 닭이 돼버린 후 아이들의 엄마가 사회적 시스템에 맞서 분투하는 내용의 영화다. 올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의 개막작이었던 프랑스 아서 하라리 감독의 <오노다, 정글에서 보낸 10 000일>은 베르너 헤오초크의 계보를 잇는 모험극으로, 종전 후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섬에서 홀로 싸우다 29년이 지나서야 투항한 실존했던 일본 군인 오노다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영화다.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가브리엘 마니에티 감독의 <프릭스 아웃>은 서커스 일원들이 전쟁 중에 슈퍼히어로로 거듭난다는 내용으로, 새로운 이탈리아 장르 영화의 탄생을 예고하는 작품이다. 올해 부에노스아이레스영화제 감독상을 비롯해 전 세계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한 <엘 플라네타>는 이미 본인의 인스타그램과 설치 예술 분야에서 스타로 떠오를 여감독 아말리아 울만의 첫 장편으로, 짐 자무시의 초기작을 반추하게 만드는 흑백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