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의 주민이 피가 묻은 생리대를 그대로 아파트 마당에 버리는 범죄를 발견한다. 이 기이한 현상이 계속되자 참을 수 없었던 주민은 밤새 범인을 쫓게 되고 드디어 범인이 싱가포르에 유학을 온 한 외국인 소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막상 따져 묻으러 찾아간 그는 만난 소녀에게 동정심을 느끼게 된다. 소녀에게서 자신이 아끼는 딸을 떠올린 그는 생리대를 버리는 행위가 잘못된 행위임을 가르쳐 주고, 일자리가 없어 방에 머물 돈이 없다는 소녀에게 일자리를 구해주러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그 연민의 끝에는 주인공을 무너뜨리는 섬뜩한 진실이 담겨 있다.
영화 '천국에서 하루만 더'(감독 앙 겍 겍 프리실라)는 싱가포르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저마다 특이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다섯 명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쫓아간다. 픽션이지만 픽션 같지 않은 전개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같은 현대인으로서 왠지 모를 동질감을 이끌어낸다.
서로 기묘하게 엮여있는 이야기들은 주인공들의 교차되는 시선 속에 진행된다. 아주머니와 소녀, 소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어두운 표정의 청년, 그리고 그 청년을 구원하는 한 여성, 그 여성을 어린 시절 버렸던 아버지, 이 다섯 인물이 쌓아올리는 이야기는 저마다 다양한 연출 방식으로 관객들을 흥미롭게 자극한다.
예를 들어, 그저 외국인으로 공부하러 온 타지의 학교에서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었을 뿐인 소녀가 점차 타락의 길로 빠지게 되는 에피소드에서는 소녀가 온종일 바라보는 모바일 화면의 비율을 따라 스크린의 비율 또한 변화된다. 마치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관객 또한 그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디지털 감옥에 갇히게 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 호러 등 다채로운 장르의 전환은 80여 분의 러닝타임 동안 지루할 틈 없는 전개를 선사해 관객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영화 '천국에서 하루만 더'는 지난 26일부터 오는 9월 1일까지 개최되는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