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주의 최전선에 선 올해의 예술영화 <그대 너머에>가 영화 속 매력적인 미장센을 구현한 독창적인 촬영 기법이 공개됐다.
<그대 너머에>는 시네마 너머 미지의 영토를 용감하고 사려 깊게 탐험하는 시네아스트 박홍민의 3번째 장편 영화로 존재와 기억, 망각을 다루며 관객을 매혹시킨 <물고기>(2013), <혼자>(2016)에 이어 다시 한 번 자신만의 내밀한 세계관을 펼쳐낸 예술영화다. 특히 세계적인 영화 비평가이자 전 밴쿠버영화제 프로그래머 토니 레인즈로부터 “한국에서 가장 두려움 없이 자아라는 감옥을 탐험하는 탐험가임을 입증하는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국내외 평단은 물론 시네필들에게 영화에 대한 기대를 집중시킨 작품이다. 기억의 미로 속에서 혼란을 겪는 인물에 완벽히 몰입한 배우 김권후와 오민애의 열연과 신인 윤혜리의 발견 등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 역시 돋보인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존중하는 태도로 바라보며 영화를 만들었다는 연출의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개미’의 초밀착 접사 촬영이다. 영화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 개미는 자칫 컴퓨터 그래픽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모두 살아있는 진짜 개미로 실제 촬영을 진행했다. 감독은 개미의 시점을 사람의 시점과 같은 눈높이로 보게 된다면 개미에 대해서 기존과 다른 정서가 느껴질 거란 호기심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어떻게 개미의 얼굴을 마주보는 것처럼 촬영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프로브 렌즈(Probe Lens)를 사용했다. 프로브 렌즈는 피사체에 매우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용도로 개발돼 다큐멘터리 등에서 자주 활용된다. 또한 개미는 연출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연기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본 촬영 이후 개미 촬영만 2회차를 진행했다. 촬영한 여러 장면 중 연출의도와 맞다고 느껴지는 장면을 선택하는 방식의 집념으로 인상적인 개미의 등장을 구현해냈다.
두번째 촬영 기법은 기억의 미로를 헤매는 ‘경호’와 ‘지연’이 좁고 복잡한 골목을 헤매는 장면을 담아낸 움직이는 롱테이크 촬영이다. 일반적인 롱테이크 촬영도 어려운데 골목 사이사이를 뛰어다니는 주인공을 트래킹하는 롱테이크 촬영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야외 롱테이크 촬영에서는 시민들이 카메라를 의식하는 경우도 많다는 애로사항이 있었다. 감독은 원활한 촬영을 위해 본 촬영 전 소형 카메라 혹은 핸드폰으로 영화 속 공간을 촬영하고 배우들과 모니터하며 동선과 대사를 맞추는 리허설을 진행했다. 덕분에 사전에 약속된 움직임 안에서 인물들의 감정 연기를 오롯이 담아내는 움직이는 롱테이크 촬영이 가능했다.
세번째 촬영 기법은 ‘관계 안에서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믿음’이라는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하는 종반부 ‘경호’의 극장 앞 장면의 360도 VR 촬영이다. 해당 장면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차원에 있는 것처럼 전혀 교점이 없는 존재가 공존하는 장면이다. 촬영을 위해 이격된 공간을 360도 VR로 찍고 숏의 구성을 편집하는 방식을 구상했고, 실제로 11K 초고해상도로 촬영 후 4K로 크롭해서 영화에 사용했다. 총 세 시간대를 촬영했는데 행인이 많이 다니는 저녁 8시, 어머니와 아들이 자리에 앉아 대화하는 장면을 담은 저녁 11시, ‘경호’가 혼자 거리를 걷는 새벽 시간대이다. ‘경호’는 일반적인 시간대를 걷고 있지만 행인들의 시간은 빠르게 흐르며 공간을 넘어 시간까지 다른 존재가 공존하는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은 새로운 차원의 상황을 구현했다.
독창적인 촬영 기법으로 시네필을 매혹할 매력적인 미장센을 담아낸 <그대 너머에>는 9월 9일 극장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