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영화가 아니라 ‘대만영화’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물론, 한국에 소개되는 대만영화의 경우에 말이다. 대만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되거나 가끔 개봉까지 성사된다. 그리고 요즘은 넷플릭스에서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들 대만영화는 폭풍노도의 고통스러운 청소년기를 그리거나, 대륙을 공산세력에게 빼앗기고 작은 섬나라로 내쫓긴 비애를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비틀대는 모습을 담고 있다. 물론 그 정체성에는 ‘중국인’이냐 ‘대만인’이냐 하는 ‘인동’(認同)의 문제와 ‘남’이냐 ‘여’냐 하는 주제도 포함하고 있다. 오늘(18일) 개봉하는 대만영화 [남색대문](원제:藍色大門)은 지난 2002년 대만에서 개봉되었던 구작이다. 그동안 한국에서도 몇몇 기획전을 통해 소개되었었다. 개봉 20년을 맞아 특별히 극장에서 공개된다니 이 영화, 아주 특별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영화는 고등학생(대만 학제로는 ‘까오중’(高中))의 청춘과 열정을 그리고 있다. 그 시절, 그 나라, 그 학생들은 어떤 사랑을 했고,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었을까.
영화가 시작되면 이제는 익숙해졌을 대만 고등학교 모습을 보여준다. 운동장엔 체육부 아이들이 운동을 하고 있고 복도에서는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자기만의 스타를 환호하고 있다. 그 중에는 멍커로우(계륜미)와 린위에쩐(양우림)이 있다. 린은 멍에게 속삭인다. “저기 저 남학생 어때?” 수영부 팀장 장스하오(진백림)을 둘러싼 3인의 특별한 우정과 사랑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들의 관계를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된다. (여자)린은 (남자)장을 짝사랑하고, (남자)장은 (여자)멍을 좋아하게 된다. 그런데, 정작 그 (여자)멍은 (여자)린을 연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린은 멍의 마음도 모른 채 자신을 대신해서 장에게 연서를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시작된 ‘사랑과 우정’은 열일곱 청소년을 흔들어놓는다.
영화의 마지막은 멍커로우와 장스하오가 나누는 대사에서 나온다. “아주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넌 분명 남색대문 앞에 서있겠지. 날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을 거야”라고. ‘남색’(藍色,blue)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세월이 많이 흐른 뒤, 보통의 삶을 살게 되더라도 그 시절, 우리가 가졌던 그 마음은 영원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물론, 그 믿음은 퇴색될지도 모르지만. 모든 삶이 그러하니.
이 영화는 대만에서는 청춘의 한때를 그린 아름다운 영화로 기억하고 있다. 섬세함과 돌발적 심리,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불안감과 좌절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결합되어 미묘한 울림을 안긴다. 그런 불안한 미래에 대한 섬세한 두려움이 이 영화를 20년 동안 잊지 못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영화 속 수영장은 실제 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부중(附中,國立臺灣師範大學附屬高級中學) 수영장이다. 지난 2018년 학교 측은 이 오래된 수영장을 철거한다. 이에 맞춰 감독과 두 주연배우 계륜미와 진백림이 수영장을 방문하며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수영장에 야외스크린을 세워 마지막으로 [남색대문]을 상영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TMI라면, 이 영화를 감독한 이쯔옌(易智言)은 지난 2016년 자신의 페북을 통해 커밍아웃했었다. ▶2021년 8월18일 개봉 12세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