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목) 개막하여 오늘(17일)까지 6일간 펼쳐지는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는 모두 116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청풍명월의 아름다운 도시 제천에서, ‘한여름’에 열리는 최적의 피서지 영화제이지만 코로나 여파로 올해도 시끌벅적한 축제는 되지 못했다. 하지만 OTT웨이브를 통해 상영작 일부를 만나볼 수 있었다. 웨이브 상영목록에는 정병식 감독의 [혐오의 스타]라는 작품도 있다.
정병식은 <우린 액션배우다>(2008)의 각본과 <내가 살인범이다>(2012)의 각색을 맡았으며, <악녀>(2017)를 제작, 기획, 각본을 담당했던 영화인이다. 그 영화들을 감독한 정병길 감독의 형이다. 제목이 [혐오의 스타]라니. 아마, 엄청난 액션과 살인행각이 펼쳐질 것 같다. ‘음악영화제’ 상영작이니 바그너풍의 장엄한 오페라 뮤직이 펼쳐지는 가운데 총과 칼이 난무할 것 같은 기대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전혀 뜻밖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영화는 아주 뚱뚱한 여자 미영(황미영)과 아주 홀쭉한 남자 대현(이대현)이 멸시와 편견으로 가득한 비호감의 세상에서 자신들의 꿈과 사랑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청춘남녀의 고민과 그들의 발목을 잡는 현실적 문제를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는’ 일탈의 유튜버들과 별풍선에 환장하는 BJ들을 만나게 된다. 미영과 대현에겐 죽고 사는 문제이지만, 유튜버들은 관음증 유저를 위해 과감하게, 무례하게, 악질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댄다.
미영과 대현은 어린 시절부터 세상이 힘들었다. 학창시절은 더욱 그랬을 것이다. 졸업하고 취직하고 사회에 나왔다고 달라진 것은 없다. 그들은 단지 세상의 그늘에서 조용히 엎드려 있으면 그나마 심적 평화를 느낄 것이다. 물론, 유튜버들에겐 놀잇감이고, 히팅 수를 올려주는 대상일 뿐이다.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낄낄거리며 비웃고, 악플을 쏟아낸다. 미영과 대현이 상처를 입든 좌절하든 관심이 없다. 이미 대상으로서의 ‘혐오의 스타’가 되어버렸다. 영화는 이들이 속초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펼쳐지는 청춘남녀의 하룻밤 미팅에 참여하게 되면서 드라마는 폭발한다. 참여한 사람들은 각자의 욕망, 혹은 소박한 꿈, 아니면 지질한 삶을 숨기거나 분식하며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혐오가 판치는 인터넷 세상에서 제 짝을 찾는 마이너의 몸부림이 애처롭다. 하지만 비난과 경멸, 저주와 자조(自嘲)가 술과 함께 뒤섞인 하룻밤이 지나고, 바닷가에서 숙취의 아침에 뜻밖의 짝을 만나게 된다. 영화는 유쾌한 군무 신의 신나는 뮤지컬로 마무리된다.
정병식 감독의 [혐오의 스타]는 청춘의 고민이 넘쳐나는, 예상 못한 청춘고민 솔루션 뮤직드라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