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FF’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청풍명월의 고장, 충북 제천에서 열리는 ‘영화’와 ‘음악’의 축제이다. 올해로 벌써 17회째. 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열리는 영화축제이다보니 여름휴가 기간에 이곳을 찾으면 일거양득이다. 그런데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기운이 다소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갈 사람은 가고, 못 가는 사람은 OTT웨이브를 통해서라도 ‘음악’과 ‘영화’에 빠질 수 있다. 웨이브를 통해서 만나본 단편을 소개한다. 제목이 조금 길다. [팬데믹에 패닉 된 펭귄 아줌마, 거문고 타고 날다]이다. 그동안 코로나를 다룬 영화라면 미증유의 바이러스와 사투를 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무거운 다큐멘터리가 주였다. 그런데, 이 작품은 팬데믹 속에서 평소 하던 대로 뭔가 일을 꾸미려는 우리 이웃의 소박한 삶의 항로가 담겨있다. 대단하다!
박소연은 거문고의 명인이다. 이제는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일반인’이다. 하지만 가슴에는 여전히 공연장에서 거문고를 타는 열정을 갖고 있다. 박소연씨는 친구인 가야금 명인 ‘성준요’와 무형문화재 가사이수자인 ‘홍현수’와 함께 공연하는 것이 고교 시절부터 꿈이다. 뉴욕에 사는 영화음악 감독인 친구 ‘성화정’이 어렵게 한국에 들어오며 이들은 드디어 16년만의 완전체 공연을 기획한다. 그런데, 아뿔싸! 코로나19가 세상을 멈추게 한다. 공연도! 이들의 공연은 기약 없이 미뤄진다. 과연 공연을 성사될 수 있을까. 영어제목이 상징적이다. ‘The Show Must Go on!’
이 13분짜리 짧은 영화는 작금의 펜데믹 상황을 알뜰하게 담고 있다. 우선 코로나 상황을 전하는 TV뉴스에는 박능후 (당시)보건복지부장관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의 모습이 등장한다. “상황이 악화되었다”, “대응단계로 한 단계 높아진다”는 익숙한 멘트가 나오고, 그에 따라 공연을 준비 중인 박소연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박소연은 ‘줌’이란 것으로 원격 만남, 원격 공연연습도 시도해 보지만 수월하지 않다. ‘마스크’를 쓰고, 조심조심 네 명이 모인다. “글세, 줌이 뭐야 j.o.o.m.인 줄 알았어.”라는 이야기는 펜데믹 시대의 웃을 수 있는 한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전화를 받는다. “어,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확진자래. 나도 검사 받으란다.” 과연 이들의 공연을 가능할까. 공연장은 어디서 구하지, 공연장에 누가 찾아오기나 할까. 16년만의 소박한 친구의 꿈은 펜데믹으로 좌절되고 마는가.
영화는 재밌다. 펜데믹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박소연(거문고), 성준요(가야금), 홍현수(정가), 성화정(작곡 피아노) 등 ‘탄금창가’ 멤버들이 펼치는 드라마는 공감이 간다. 그들의 공연이 정말 기다려진다. 영화를 보다말고 ‘정가’ 뜻을 찾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국악에서 정가는 ‘전통 성악의 한 갈래인 정가는 아정(雅正)한 노래라는 뜻으로, 가곡·가사·시조 등의 성악곡’을 말한다고 한다. 물론, 거문고, 가야금, 창이 구성지다. 그중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한탄하듯이 내뱉는 부분이 있다. “짜증,짜증,짜증,짜증이로구나~~~”라고. 아마도, 펜데믹 상황에 공연을 준비 중이거나, 앞뒀거나, 취소당한 아티스트들의 공통된 마음일 듯하다.
이인성 감독의 단편 [팬데믹에 패닉 된 펭귄 아줌마, 거문고 타고 날다]는 지난 13일에 이어 오늘(15일) 한 차례 더 제천에서 상영된다. 단편은 한 편만 상영되는 것이 아니라 몇 편이 묶여 함께 상영된다. 이 영화가 포함된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 한국경쟁 단편 2]에서는 ‘루프 스테이션’, 수, 의 동선‘, ’난 공주, 이건 취미‘, ’자학‘이 함께 상영된다. OTT웨이브에서도 같은 묶음이다. 제천으로 가지 못한다면, 공연장에 갈수 없다면, 이 작품을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펜데믹 그 때는 그랬다고 말할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