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팜 스프링스 스틸 ⓒ 그린나래미디어 제공"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 네가 무엇을 얻게 될지 모른단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1994)의 명대사를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는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는 교훈처럼 들렸으나 나이가 점차 들다 보니 마음 한편에 고약한 의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인생이 초콜릿 대신 더러운 똥이, 그것도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야 아는 괴상망측한 것들이 가득 찬 박스일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인생을 초콜릿에 비유하며 명대사를 말하긴 하나, 전혀 결이 다른 교훈을 전하는 영화 '팜 스프링스'(감독 맥스 바바코우)는 멋진 결혼식이 열리는 팜 스프링스의 리조트에서 무한한 타임 루프 세계관에 갇힌 남자 나일스(앤디 샘버그 분)와 우연한 사고로 갇힌 세라(크리스틴 밀리오티 분)의 유쾌한 타임 루프 적응기가 담겨 있다.
영화 팜 스프링스 스틸 ⓒ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다. 타임 루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두 주인공이 갖은 시도를 하는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심각한 장면마저도 유머로 승화시키는 신들이 폭소를 유발한다. 목숨을 스스로 끊어보기도 하고 밤을 새우면서 그 다음날로 넘어가려고 하지만 잠에 든 순간 다시 똑같은 오늘로 돌아오게 된다. 끝없는 저주 속에 갇힌 이들은 체념하고 오늘을 즐기기 시작하고 어느새 서로에게 빠져들게 된다.
이 작품의 진정한 의미는 두 사람의 로맨스 너머에 있다. 이는 두 주인공이 인생은 아름답지만은 않는다는 점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세라와 마일스는 우리가 어릴 적 꿈꾼 이상의 모습과는 보편적으로 먼 인물이다. 세라는 친동생의 약혼남과 바람을 피웠고, 마일스는 애인이 바람피우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력하게 인생을 보내왔다.
영화 팜 스프링스 스틸 ⓒ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하지만 그러한 현실에도 두 인물은 용기를 낸다. 끝없는, 예측 가능한 무한 루프 속에서 예측 불가능한 일상을 만들어나가던 둘은 외면하던 자신의 현실에서 비롯된 진실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미래로 나아간다.
두 주인공이 향한 결말의 끝에서 '팜 스프링스'는 당차게 외친다. 인생이 초콜릿 대신 냄새나는 똥으로 가득 찬 박스일지라도 뭐 어떠냐고. "다 잘 될거야"는 무책임한 말이 될지라도 "다 잘되지 않더라도 항상 함께 있을 거야"는 나름의 위로가 될 수 있다. 인생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배우진 못했어도 그 인생을 즐겁게 만드는 법은 함께 배워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8월 19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