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의 이광수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직장 상사 집들이 갔다가, 빌라에 갇힌 채 500미터 지하로 꺼져버리는 사상초유의 재난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영화 [싱크홀](감독 김지훈)이다. 김성균, 차승원, 김혜준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펼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런데, 인터뷰 시작하자마자 [런닝맨] 이야기부터 나왔다. 그만큼 그에게 씌워진 이미지가 큰 모양이다.
▶이광수: “[런닝맨]에서의 이미지가 강한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매 작품 할 때마다 내가 맡은 캐릭터에 맞게 잘 준비해서 연기하면 나의 또 다른 면을 봐주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이미지가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고, 더 정감이 간다는 분도 있다. 다양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의식적으로 바꾸려 하기 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게 봐주시는 분이 생길 것 같다.”
▷ 초반 극중 김 대리는 뺀질거리거나 후배 인턴(김혜준)에게 얄밉게 구는 캐릭터이다. 정말 밉상연기였다.
▶이광수: “칭찬인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그렇게 봐주셨다니 감사하다. 촬영 전에 감독님과 이야기했던 것이 김 대리는 이기적이고 얄밉지만 극한의 재난 상황을 겪으면서 함께 성장하는 인물이다. 그 과정이 갑작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초반에 싱크홀에 빠지기 전에 더 얄미운 대사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께서 너무 얄밉고 비호감이라고 해서 편집하였다. 초반에는 최대한 얄미워 보이도록, 점점 성숙해가는 인물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어찌 보면 뻔 할 수도 있고, 억지스러울 수도 있다. 말투나 행동을 상황에 맞게 녹이고 싶었고, 차별점을 주려고 했다.”
▷ 이광수 배우의 연기를 보면 망가짐을 불사하고 상대 배우를 돋보이게 하는 재주가 탁월한 것 같다. [런닝맨]에서 갈고 닦은 조연의 방식인지 아니면 본인 성격이 좀 그런 편인지.
▶이광수: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담감은 확실히 없어진 것 같다. 데뷔와 함께 ‘런닝맨’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인지 ‘런닝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배웠다. 그리고, 망가짐을 불사하는 것은 맞지만 상대방을 돋보이게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 인턴 신입사원을 연기한 김혜준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이광수: “김혜준 배우는 밝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 촬영 현장에서 선배들과 장난칠 때도 잘 받아친다. 밝은 기운을 가지고 있는 친구이고, 촬영할 때 몸을 안 사리고 매 씬 최선을 다한다. 그런 모습 보면 현장 분위기도 좋아지고 연기하는데 도움을 받는다.”
▷ 차승원, 김성균 배우가 말하기를 이광수 배우는 촬영장에 일하러 오는 게 아니라 공부하러 온 것 같다고 말했고, 감독은 핸드폰도 안보고 늘 대본을 연구한다고 말했다. 프로 배우의 포스가 느껴진다.
▶이광수: “약간 거품이 있다. 핸드폰 안 보는 것도 그렇고, 현장에서 콘티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셨는데 초반에는 그랬었다. 감독님도 칭찬을 해 주셨고. 원래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렇게 말씀들을 하셔서 좀 더 그렇게 행동한 면도 있다.”
▷ 본인이 겪은 최악의 재난은 어떤 것인지. 재난을 대비해서 준비해 둔 방어책이 있다면.
▶이광수: (한참 생각하더니) “최악의 재난은 코로나를 맞은 지금인 것 같다. 재난을 대비해서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다. 죄송합니다. 없습니다. 집에 소화기가 있습니다.“
이광수는 지난해 교통사고로 발목 부상을 당했고 11년 만에 ‘런닝맨’을 하차했다. "많은 분들이 염려해 주셔서 감사하다. 크게 걱정을 안 하셔도 된다"며 "다음 달에 철심 빼는 수술을 앞두고 있다. 수술 후 재활을 열심히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 유쾌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잘 한다. 작품을 선택할 때 기준이 있는지.
▶이광수: “개인적으로는 코미디를 좋아한다. 그런 시나리오와 지금 아니면 못해 볼 것 같은 캐릭터에 더 끌리고 매력을 느낀다. 상상을 많이 해서 현장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대본과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 원탑 주연의 욕심은 없는가. 이전에 그렇게 말했었는데.
▶이광수: “원탑 주연의 욕심은 지금도 없는 것 같다. 기회가 되고, 뭔가 맞으면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욕심은 없다.”
▷ 코미디 연기의 일인자 차승원 배우와 연기를 하면서 배운 게 있다면.
▶이광수: “현장에서 정말 많이 느낀 게 많고 배운 게 많다. 차 선배는 개인적으로 준비를 많이 해서 현장에 오신다.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선배님의 코믹연기는 그냥 하시는 것이 아니더라. 선배 아이디어로 조금씩 바뀌는 신도 있었다. 그런 도움을 받은 것 같다. 현장에서 연기하는 것 보고도 많이 놀랐지만 그 노력에 더 놀랐다.”
▷ 영화 속 설정이 너무 과하다. 배우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광수: “사실 영화 속 설정을 리얼리티로 따자면 말이 안 된다. 나도 시나리오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100퍼센트 리얼리티로 따지자면 500미터 아래로 떨어져 살아남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될 것이다. 그런 시선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도 있으실 것이다. 좀 더 재밌게 보시려면 영화 속 설정으로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더 재밌게, 편안하게 보실 수 있을 것이다. 배우들끼리도 촬영하면서 그런 이야기한 적 있다. 감독님도 그런 이야기 한적 있습니다.“
▷ 스릴러나 다른 장르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은?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 악역을 연기한다면.
▶이광수: “악역은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다. 스릴러나 그런 장르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곧 그런 장르에도 캐스팅되어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촬영 중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어느 부분인가.
▶이광수: “어려웠다기 보다는 물에서 연기 하는 게 힘들었다. 그 장면은 겨울에 촬영했었다. 기억에 많이 남는다. 서로 배려하며 따듯한 마음으로, 서로 도와가며 촬영을 했었다.”
▷ 엄중한 시기에 개봉한다. 관객에게 한 말씀.
▶이광수: “이런 시기에 ‘우리 영화 많이 와서 봐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어려운 시기를 지내고 있다. ‘싱크홀’이 희망적인 영화인만큼 영화를 보는 동안만이라도, 영화를 보고나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안았으면 좋겠다. 한 번 웃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행복하게 촬영했고, 작년 개봉 못하고 이제 개봉하게 되니 울컥 하네요. 어쨌든 다음번엔 꼭 만나서 얼굴 마주 보고 인터뷰 했으면 좋겠어요. 다들 건강하시고, 이 영화에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악의 재난에서도 합심하여 생존의 길을 찾는 방법의 영화 ‘싱크홀’은 오늘(1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