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마케팅 전략 중 가장 체계적이며 학술적(?)인 것은 ‘마블 유니버스’(MCU)라는 용어의 사용이다. ‘그 작품에 나왔던 배우의 재탕’이라는 속편의 속성에 철학과 충성심을 결합시켜 생명을 연장하는 기술이다. 프랜차이즈의 승리라면 승리인 셈. 그 후 많은 영화들이 ‘연결성과 테마의 연속성’을 ‘세계관’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한국에선 단연 연상호 감독이 장인이다. [부산행]을 전후하여 [서울역]과 [반도]를 만들었고, TV드라마 [방법]에 이어 영화 [방법:재차의]를 내놓았다. 그리고, 후속 작품도 준비 중이란다. 어쩌면 한국관객은 ‘YU’(연니버스) 계보를 외게 될지 모르겠다.
작년 초 tvN에서 방송된 드라마 [방법]은 열혈 사회부기자 임진희(엄지원)가 ‘방법’의 기술을 가진 백소진(정지소)과 손을 잡고 거대 사회악을 궤멸시키는 오컬트 작품이었다. ‘방법’이 무엇인지는 드라마 1회에서 흥미롭게 보여준다. 누군가를 저주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이름(꼭 한자 이름이어야한다!)과 사진, 그리고 소지품, 이 세 가지를 소진에게 주면 된다. 그럼, 이제 그것을 앞에 두고 주문 같은 걸 건다. 그러면 그 사람이 죽는다. 간단하다. 무당, 분신술, 엑소시스트, 부두교 저주, [곡성]의 외지인 케이스를 거치면서 이제는 이런 설정이 무리 없이, 판타스틱하게 받아들여진다. 드라마 마지막에 ‘방법술사’ 소진은 홀연히 사라진다.
그리고, 영화 [방법 재차의]는 시작된다. 한 건물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그런데, 발견된 용의자의 시신은 이미 3개월 전에 이미 사망한 상태라는 것이다. 시체가 움직여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다. 이제는 ‘도시탐정’이라는 곳에서 일하는 임진희 기자는 자신이 그 살인사건의 진범이며 임 기자와의 단독 생방송 인터뷰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싶다는 전화를 받는다. 기자의 특종 욕심, 경찰의 체포 의지와 함께 미스터리 살인극의 배후가 조금씩 드러난다. 거대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을 둘러싼 임상실험의 부작용과 은폐, 피해자 가족의 복수 등이 뒤엉킨 드라마가 펼쳐진다. 인도네시아 ‘두꾼’이라는 것도 등장한다.
드라마에서는 ‘방법’이라는 생경한 말을 새로운 의미로 확장시켰던 연상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는 ‘재차의’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럴싸하게 조선시대 문인 성현(成俔)이 지은 고서 [용재총화](慵齋叢話) 속 이야기를 꺼낸다. ‘용재총화’는 민간풍속 등 당대의 모습을 담고 있는 잡록(雜錄)이다. 이 고문헌에 ‘재차의’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영화사 홍보자료에는 아주 짧은 단락의 이야기가 있다. 옛날 고려시대 한 정승이 어린 시절에 수십 명의 무리가 무당의 제사나 빈소(장례식장)에서 ‘재차의’ 흉내를 내는 장면을 보았다는 것을 기록한 것이다. 이들은 손발을 검게 칠했다가 (“여보 여보 어디 갔소~”) 곡을 하는 부인에게 “나 여기 있소”하며 손을 내미는 것이란다. 한자 ‘在此矣’(재차의)는 ‘여기 있다’라는 뜻만 지녔을 뿐인데, 어쩌다가 그 뜻이 확대되어 ‘죽은 자, 요괴, 귀신’의 의미로 차용된 셈이다. (이 영화 말고 그렇게 사용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방법’(謗法)이라는 말이 ‘저주하여, 주술을 펼쳐 사람을 죽이게 한다’라는 뜻으로 사용된 것처럼 연상호식 ‘고문(古文)탐독’의 결과일 것이다. 어쩌면 [조선왕조실록]에서 한 줄 기록으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나왔듯이 고문서, 잡록 속에서 [전설의 고향]이 빗겨간 신비롭고 판타스틱한 소재가 많을지 모른다.
영화 [방법: 재차의]는 도식적 설정과 만화적 상상력이 빚어낸 작품이다. 기이한 소재의 발굴과 ‘재차의’라는 존재의 박력감, 그리고 ‘방법’이라는 권능으로 영화를 판타스틱하게 만들어낸다. 구마(驅魔) 스토리의 확대이며, 살계(殺戒)의 확장인 셈이다. 그걸 ‘YU,연니버스’라고 부르겠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다음번엔 또 어떤 미스터리한 사건과 듣보잡 비밀기술이 발굴될지 기대가 된다.
참, 드라마와 영화 버전 둘 다 김용완이 연출을 맡았다. 연상호는 이 두 작품과 또 앞으로 펼쳐질 ‘방법’ 이야기의 각본(시나리오)을 맡았다. 2021년 7월 28일 개봉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