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판 좀비로 글로벌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이 시즌1과 시즌2를 지나 지난 달 23일 [킹덤 아신전]이라는 92분짜리 스페셜 에디션을 내놓았다. 새로운 시즌을 기대한 영화팬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신’ 전지현의 등장과 조선의 북방 변경에서 시작되는 생사역의 기원이라는 이야기가 ‘킹덤’ 팬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김은희 작가와 함께 [킹덤] 신화를 써내려간 김성훈 감독에게서 ‘스페셜 에피소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화상인터뷰) 낯선 방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새롭기는 하지만 이런 낯선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할 것 같습니다.”라고 김성훈 감독은 화상인터넷 시스템 ‘zoom’에 접속한 기자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영화는 만족스러운지.
▶김성훈 감독: “시즌1 에드피소드 6개 전부와 시즌2 에피소드 하나를 연출했는데 매번 다른 느낌이다. 같은 이야기의 연장이자만 매번 새로운 도전이었다. [아신전]은 분량은 적지만 보다 많은 시도를 했다고 생각한다. 만족스럽다.”
● 더 큰 ‘킹덤’으로 가는 길, 아신전
▷ [킹덤]의 새로운 시즌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스페셜 에디션 한 편이 나왔다. 넷플릭스와 어떤 식으로 후속편 이야기가 진행되었는지.
▶김성훈 감독: “저 또한 뜻밖이었다. 처음부터 거대한 서사를 계획하고 이루어진 경우도 있지만 무심코 던진 아이디어가 새로운 세상을 열기도 한다. 스페셜 에피소드가 나올 줄 몰랐다. [시즌2] 마지막에 전지현이 등장한다. [시즌2] 중간 정도 진행될 때 김은희 작가가 ‘아신’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서 대립과 갈등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게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때마침 작가가 글을 썼고, 전지현 배우가 (캐스팅이) 성사됐고, 나도 작년 모로코에서 [피랍] 촬영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로 지체되면서 연출을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조건이 있었던 것이다.”
▷ 새로운 시즌의 첫 번째 에피소드로 녹여 넣어도 될 것 같은데, ‘스페셜’ 에디션의 형식을 취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김성훈 감독: “이야기 진행으로 보아 [시즌3]으로 바로 들어가는 것 보다는 이렇게 하나의 에피소드로 단독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시즌3]이 만들어지면 초반에 아신과 창(주지훈)이 마주칠 것인데 ‘저 두 사람이 왜?’라는 느낌이 들게 하기 보다는 이렇게 미리 아신을 통해 그런 서사를 깔아놓는 게 이야기 전개에 나을 듯하다. 둘이 만나서 대화를 나누든, 차를 마시든 대단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서비(배두나)와도 그렇다. 생사초에 대해 잘 아는 두 인물이 마주할 때 보다 박력이 넘치고, 긴장감이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신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 생사초, 생사역, 그리고 아신전
▷ [킹덤 아신전]에서 중점을 두고 연출한 것은.
▶김성훈 감독: “시즌1과 2에서는 한양과 조선의 제일 남쪽 지방인 (부산) 동래에서 이야기가 펼쳐지고 마무리된다. 생사초를 둘러싸고 이야기가 향한 곳은 북방이다. 그럴싸하게, 설득력이 있게 북방에서의 서사가 펼쳐지기 위해서 막연하게나마 추운 곳을 생각했다. 이렇게 상상한 공간을 현실화하기 위해 제주도와 새만금에서 작품을 찍었다. 새만큼 저 끝까지 가서 광활함을 표현하려고 했다. 이전 시즌에는 희로애락이 다 담겨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분노와 아픔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런 목적으로 어두운 톤을 유지했다. 92분 동안 어떻게 불편함 없이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을까 고심했다.”
▷[아신전]은 시즌1의 프리퀄이면서 동시에 [시즌3]의 오프닝 이벤트 역할도 하고 있다.
▶김성훈 감독: “이야기를 만들면서 보이지 않는 내일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시즌3]의 초석을 만드는 것은 보이지 않는 상상 속에서 내일을 위한 디딤돌을 만들어가는 셈이다. 이 작품은 긴 서사의 한 과정에 머무르지만 완성도가 있는 결과물이다.”
▷ 감독님이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이 있다면.
▶김성훈 감독: “워낙 많아서 어느 한 장면만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아신전]은 첫 장면부터 모든 이야기가 마지막 장면을 위해 달려가는 구조이다. 자신의 가족과 부족이 사는 곳은 폐허가 된다. 그곳에서 아신은 그들을 생사역으로 만들고, 조선의 군영을 지옥도로 만든다. 극도로 슬프고 끔직한 시나리오였다. 당황스럽지만 매력적인 시나리오였다. 판타지와 현실이 맞닥뜨리는 지점은 (후반부) 부대자루 속에 과연 무엇이 들어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면이다. 자신을 지독히 괴롭히던 사람을 마치 5성급 호텔에서 음식을 트레이에 담아 룸서비스 하듯 가족에게 특식으로 제공하는 장면을 글로 읽었을 때의 느낌 이상으로 시청자에게 전해주려 했다.”
● 두 명의 아신, 김시아와 전지현
▷어린 아신을 연기한 김시아의 연기도 호평을 받는다.
▶김성훈 감독: “아역 배우를 캐스팅하며 고민이 많았다. 김시아가 이런 캐릭터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시나리오를 보고 고민한 지점이다. 어린 아신의 나이를 올릴까도 생각했었다. 이야기의 끔찍함을 감내해야하니까. 김시아는 처음 오디션 볼 때 압도적으로 잘했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다른 나이 대의 아역을 찾다가 다시 김시아 배우로 돌아왔다. 김시아 배우가 오열하는 장면은 대단했다. 오디션 때 네댓 번 봤는데 그 애절함과 절제를, 그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 13살로 보기 힘들 정도였다. 과연 알고 표현하는지. 정말 설득력 있게 표현하였다.”
▷ 아신을 연기한 전지현 배우에 대해서.
▶김성훈 감독: “전지현 배우는 오랜만에 촬영을 한 것이다. 제주도에서 처음 와이어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 만만치 않았다. 저 멀리서 전지현이 숲 사이를 걸어오는데 스태프들이 감탄했다. 드론으로 찍은 것을 볼 때 놀랐다. 아주 멀리서, 아주 작게 나오는 장면이다. 그런데 그 인물의 당당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사와 무사의 포스가 넘쳐난다. 현장에서는 정말 털털하다. 전지현은 느릿느릿 움직이는 듯한 몸짓 하나로 캐릭터를 잘 구축했다. 마지막에 폭발할 때를 위한 것이다. 잘 해주었다.”
▷전지현 배우의 출연 분량이 너무 적다. 그리고, 군영에서 겪는 일이 보기에 따라 불편할 수도 있다.
***스포일러 경고 ***
▶김성훈 감독: “아신은 극 후반부 복수를 펼쳐야한다. 자신에게 악독하게 대한 사람을 생사역이 된 가족들에게 먹잇감으로 던져준다. 이 장면을 시청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끔찍한 일이 있었을 것이다. 고초와 멸시를 참는 과정이 필요했다. 전지현의 마지막 1,20분을 위해 그 앞부분이 필요했다.”
▷아신은 왜 그런 식으로 복수를 행할까.
▶김성훈 감독: “작가가 생각한 것도 같다. 아신은 고통을 참는다. 조선 군영의 부대들이 남쪽으로 왜구를 막기 위해 빠져나가고 최소한의 경비인력만 남는다. 100여명만 남짓. 그들을 생사역으로 만들어 복수한다. 왜 사전에 좀비를 잡지 않았느냐 묻는다면, 이야기의 설정이 근거가 될 것 같다. 부연하자면 여진족이 있는 파주위는 강력하고 큰 집단이다. 좀비는 다룰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만들 수 있을 뿐이다. 파주위에 가서 겨우 몇 명을 만들 것이다. 전염성이 있는 게 아니니. 그래서 조선 군영의 본진이 남으로 빠져나갔을 때 아신은 자신이 만들 수 있을 만큼 괴물을 만든 것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 작품이 계속되면서 세계관 구축이나 아니면 설정의 오류 등을 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김성훈 감독: “[킹덤]은 2016년 여름 무렵부터 진행해 온 작품이다. 처음에는 많은 의견 조율이 필요했다. 목표가 정해지고 4년 넘게 같이 달려오는 과정에서 생각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젠 ‘아’라고 잘못 말해도 ‘어’로 바로 알아들을 만큼 서로 잘 이해하고 있다. 더 채워 넣어야 하거나, 이야기의 공백이 있다고는 느끼진 않았다. 김은희 작가의 시나리오를 영상화 할 때는 그것이 가이드이자 설계도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꽃병을 던진다’라고 나와 있을 때, 과연 던지는 게 맞을까 생각해 본다. 감정을 나타내기 위해서라면 연출자는 그 감정을 이해하고 화면을 채워야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도 그렇다. 작가와의 협업은 너무 즐거운 과정이었다.”
▷ 아신과 민치록(박병은)의 관계를 통해 선과 악에 대한 구분을 없애려고 하였는지.
▶김성훈 감독: “민치록은 조선을 위해, 창을 위해 본인이 옳다고 믿는 것을 절대 지키려는 인물이다. 묵직하게 충(忠)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인물이다. [아신전]에서도 그렇다. 그는 음모, 계략을 꾸민 사람이다. 하지만 조선을 지키려는 장수 입장에서, 남으로 왜구를 막기 위해서는 북방에 또 다른 위협요소가 있어서는 안 된다. 국가, 즉 조선의 왕조와 백성을 지키기 위해 민치록은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 킹덤3의 향배는?
▷[시즌1] 에피소드 전체에 이어 [시즌2]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직접 연출하지 않고서도 이야기의 톤을 유지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 [시즌3]을 연출할 의향이 있는지.
▶김성훈 감독: “시즌이 이어지면서 계속해서 참여한 스태프가 있다. DNA까지 각인되지는 않았지만 계속 한다는 편안함이 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믿음이다. 아신은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와 인물이 추가되며 이어진다. [시즌3]이 만들어진다면 더 재미난 것을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 북방지역을 연출할 때 특별히 우려한 부분이나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
▶김성훈 감독: “조선 시대사 배경이다. 가공의 이야기지만 당신 상황을 충분히 묘사하고 충실하게 고증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시청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담으려고 했다.”
아직까지는 [킹덤] ‘시즌3’나 또 하나의 외전이라고 할 수 있는 [세자전]의 제작이 공식화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성훈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김은희 작가도, 자신도 후속 이야기에 애정이 많고, 이야기(세계관)의 확장에 관심이 많음을 과시했다. 펼쳐놓은 이야기가 너무 많고, 결과가 궁금한 인물이 너무 많으니 말이다. 넷플릭스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은 지난 달 23일 공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