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방송되는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자칭타칭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상희가 주연을 맡은 두 편의 단편영화 [박미숙, 죽기로 각오하다]와 [늦은 휴가]가 방송된다. 두 편 모두 청년의 한 때, 청춘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박미숙, 죽기로 각오하다]는 윤미영 감독의 2019년도 작품이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미숙(이상희)은 어느날 갑자기 ‘잘린다’. ‘토메이~도’ 발음을 못해서란다. 미숙은 일어일문과를 나왔단다. 이 조그만 세상에서 원어민 강사에 밀려 처연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지하철에서도 미숙은 무시당한다. 같이 살던 고양이도 지난달 죽었다. 이제 정말 혈혈단신이다. 너무 외롭다. 베로니카처럼, 박미숙은 죽기로 결심한다. 센느강에서. 그런데 현실은 만취해서 한강에 뛰어드는 애잔함. 눈을 뜨니 집이다. 눈앞에는 웬 남자(윤종석)가 있다. 이름이 ‘신’이란다. 일본말을 한다. 끊긴 필름을 연결하려고 발버둥 치며 ‘신’과 짧은 하루를 지낸다. 우울한 청춘, 좌절의 끝에서 만난 행운일까. 적어도 위로는 받는다. 이게 힐링이라면 힐링이다.
●●●[인터뷰] 윤미영 감독 ‘박미숙 죽기로 결심하다’ 영화에 관해 궁금한 것들 ●●●
Q. 2014년 서울독립영화제 특집으로 방송했던 <우주에서 물구나무서기> 이후 오래간만에 독립영화관에서 만난다. 근황을 전해주세요.
▶윤미영 감독: “영상원 전문사 연출과정을 휴학 중에 있고, 홍대 근처에 빈티지 샵을 오픈했다. 내년에 졸업영화를 촬영할 계획이다.”
Q. <박미숙 죽기로 결심하다>를 연출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윤미영 감독: “전문사 연출전공 과정의 과제 이수 목표로 이 영화를 찍었다. ‘파울로 코엘료’ 작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연금술사]로 유명한 작가지만, 저에게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의 책 제목이 주는 강렬함이 있었다. ‘아! 이거다!’ 싶은 운명 같았다. 그 제목에서 빌려온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그녀가 그런 결심을 다시는 하지 않기를 바라는 진심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Q. 연출 의도를 ‘그 순간의 기억들이 힘들고 지친 당신을 하염없이 위로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윤미영 감독: “미숙과 신이와의 정서적 교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거짓말 같은 짧은 인연, 순간의 기억들이 어쩌면 우리의 삶을 진실로 지탱해주고 있는 가장 큰 힘임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Q. 이상희 배우가 미숙을 연기한다. 캐스팅 과정이 어땠나.
▶윤미영 감독: “시나리오 쓸 당시부터 이상희 배우를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었다. 그 당시 즈음에 본 영화에서 처음 봤는데 인상이 강하게 남았었다. 캐스팅 과정은 시나리오 전달 후 빠른 출연 답변으로 쾌속 진행 되었다. 이상희 배우의 집 근처 커피숍에서 처음 만났는데 단 둘이 만났다. 이상희 배우가 저를 보자마자 제 사진을 찍더라. 시나리오의 박미숙을 현실 세계에서 보는 느낌을 받았다는데, 물론 동의하지는 않는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의 엔딩 장면은 이상희 배우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되었다. ‘박미숙’은 저와 이상희 배우 사이의 어디 즈음의 인물 같다.”
Q.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어떻게 잡고 연출했나.
▶윤미영 감독: “저에게 영화는 늘 ‘설렘’이다. 삶은 녹록치 않고 일정 부분은 어둡다 못해 캄캄하다. 제 영화를 보는 분들이 작지만 분명한 자신만의 ‘설렘’을 찾아 간직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함께 하고, 공감하고, 느끼고자 이야기를 만든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연출이라 늘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Q. 미숙을 구해주는 ‘신’이 등장한다. 신(神)인지 궁금해집니다. ‘신’은 <얼굴들>의 윤종석 배우가 출연한다.
▶윤미영 감독: “시나리오 초고에서는 신이 정말 신(神)으로 등장하는 방식이었다. ‘신’이었는데, 제작진과 논의하며 수정하는 과정에서 사람으로 설정을 바꾸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래도 이름이 자연스럽게 신이어도 되겠다 싶어서 이름이 신이 된 것이다. ‘실제로 신(神)을 만나면 어떨까’하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상희 배우의 소개로 윤종석 배우를 만나게 되었다. 후반부에 나오는 ‘신’이 프랑스에서 찍은 사진을 어떻게 CG로 만들까 고민했다. 그런데 윤종석 배우가 유럽 여행 하며 센느강에서 찍은 것을 보내주었다. 허접한 합성을 안 하게 되어서 다행이구나 생각했다.”
Q.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보는 시청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윤미영 감독: “‘진실과 거짓말’. 어쩌면 우리 모두가 커다란 과장과 포장된 거짓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박미숙 죽기로 결심하다’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see you soon!!!”
* 윤미영 감독과의 인터뷰는 KBS 독립영화관 송치화 작가의 서면인터뷰로 진행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