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들>과 <황해>. 단 두 편의 작품으로  충무로에서 가장 인상적인 스릴러 영화감독이 된 나홍진 감독이 6년의 침묵을 깨고 새 작품으로 영화팬을 찾는다. 이번에는 ‘19금’이 아니다. 폭스인터내셔널프로덕션과 손잡고 만든 '15세이상관람가' <곡성>이다.

어제(7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는 나홍진 감독과 주연배우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가 참석한 가운데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영화 <곡성>은 포스터에 등장하는 안개 낀 어느 산자락, 시골마을에 외지인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을 다룬다.  소문과 실체를 알 수 없는 사건, 끔찍한 현장을 목격했다는 여자, 그리고 사건 해결을 위해 박수무당에 의존하는 경찰 등이 등장한다. 현재로서는 종잡을 수 없는 내용의 사건과 인물만이 짧은 줄거리와 함께 영화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홍진 감독은 “장르영화라고 규정 짓는 틀 안에서의 다양한 장르들이 있다. 변칙적인 믹싱을 통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이번 영화에 대한 미스터리를 전했다.

의문의 연쇄 사건에 맞닥뜨린 경찰 종구 역을 연기한 곽도원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의문의 사건이 터지고 딸에게도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이 생긴다. 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고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무속인 일광 역을 맡아 새롭게 변신한 황정민은 “실제 무속인을 만나 뵙고 굿하는 것도 보고 함께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리허설을 할 때 내가 어떤 식으로 몸을 움직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몸을 맡겼는데 큰 쾌감이 있었다.”며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한 소회를 밝혔다.

황정민은 <곡성>의 시나리오를 처음 본 느낌이 시(詩) 같았다고 표현했다. “씬들이 굉장히 함축적이었다. 대사가 몇 마디 없는데도 그 몇 마디 대사에 모든 것이 다 들어가 있었다. 보통 시나리오를 받으면 설명하는 게 너무 많다. 그런데 그런 것 없이 굉장히 함축적인 시 같은 느낌이었다.”며 “그래서 이 시나리오를 보고 바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목격자 무명 역으로 분한 천우희는 “욕심이 났던 시나리오였고 선배님들, 스태프들과의 호흡을 통해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됐다. 어디까지 표현을 하고, 어디까지 표현을 하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감독님이 길을 잘 알려주셨다”고 말했다.

나홍진 감독은 이번 작품이 전작과 조금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을 다루면서 가해자에 집중된 영화를 만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왜 피해를 당해야만 했는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왜 그 사람이어야 했는가를 고민하면서 영화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은 굉장히 수위가 높은 스릴러일 것 같지만 의외로 ‘15세이상관람가’ 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나홍진 감독은 영화 <황해> 개봉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었다. 극장 맨 뒷좌석에 앉아 영화를 봤다. 연인이 이 영화를 보는데 (끔찍한 장면에) 여자 분이 갑자기 수그리시면서 점퍼를 뒤집어 쓰시더라. 굉장히 죄송스럽더라.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는 직접적인 묘사는 되도록 피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그 부분들은 준비를 했다.”고 밝혀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더 키웠다. 폭스사와의 제작에 대해서는 “말(영어)이 안 통하는 것 말고는 작업 중에 전혀 손대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믿어주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아직은 줄거리를 종잡을 수 없는, 그리고 장르조차 애매한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5월 12일 개봉될 예정이다. 제작사가 밝힌 러닝 타임은 156분에 이른다. (박재환)

곡성 (哭聲) (2016년 5월 12일 개봉예정/ 15세이상관람가)

감독: 나홍진

출연: 곽도원, 황정민, 쿠니무라 준, 천우희, 김환희

제작: 사이드미러, 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코리아) 제공: 이십세기폭스 공동제공: 아이반호 픽처스 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홍보: 1st L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