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주 속에 갇혀 비참하게 죽어간 비운의 왕자,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사도’가 곧 개봉한다. ‘왕의 남자’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이준익 감독의 신작 ‘사도’는 영조(송강호)와 그 아들 사도(유아인)가 왕권과 왕조의 안정을 위해 첨예하게 대립하며 펼쳐지는 마치 한편의 세익스피어 같은 작품이다. 어제(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사도’의 기자시사회에는 이준익 감독, 송강호, 유아인과 함께 배우 김해숙, 전혜진, 문근영이 참석하였다.
영화 ‘사도’는 사서에 기록된 영조와 사도의 비극적 가족사를 평이하게 따라간다. 재위기간 내내 왕위 계승의 정통성논란에 시달렸던 영조는 아들에게서 완벽한 왕이 되기를 기대하나, 어디서 잘못 되었는지 사도는 어긋나기만 한다. 결국 영조는 사도를 뒤주에 가두고 조선역사상 최악의 가족파멸극을 이끈다.
영화상영이 끝난 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준익 감독은 “모두가 아는 역사적 사건 속에서 잘 알지 못했던 인물들의 사연을 담고 싶었다.”며 송강호의 연기에 대해 소회를 밝혔다. “이 영화의 제목은 ‘사도’이지만 ‘영조’의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후반부에 영조와 뒤주에 갇힌 사도가 가랑비를 맞으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영조가 가랑비를 맞으며 아주 긴 대사를 한다. 그 장면에서 영조는 왕이기도 하지만, 한 아버지로서 자기고백을 한다.”며 “자기정당화를 뛰어넘어 한 아버지로서의 진심을 담아낸 장면이다. 송강호라는 배우였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송강호는 “영조는 평생 자신이 왕위에 오른 것에 따른 정통성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자신과 싸워온 외로운 인물이다. 그로 인해 아들이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 과정을 공감이 가게 보여주기 위해 인간적인 면모를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영조의 모습을 설명했다.
유아인은 “사도가 처한 상황에서 오는 고독, 아버지와 어긋나며 쌓이게 되는 울분, 자신의 아들에게 느끼는 콤플렉스까지 사도가 가진 감정변화를 진실하게 보여주려고 했다”며 자신의 연기를 소개했다.
문근영은 사도세자의 아내이자, 이후 정조가 되는 아이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를 연기한다. 송강호와 유아인이라는 명배우, 명캐릭터의 충돌 속에 숨 쉴 공간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문근영은 “어렸을 때 명성황후라는 드라마를 찍었다. 대사 중에서 혜경궁 홍씨를 언급한 적 있다. 막연하게 이 역할을 어렸을 적부터 꼭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대에 걸친 비극적인 가족사를 지켜본 사람은 유일하게 혜경궁 홍씨밖에 없다. 가족사의 산 증인으로서 여자이기 때문에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사도에서 세손(정조)을 연기한 배우가 눈길을 끈다. 아역은 이효제가 맡았고, 영화 마지막에 장성한 정조 역을 소지섭이 깜짝출연하여 관객을 놀라게 한다.
김해숙은 대왕대비 인원왕후를 연기한다. ‘깡철이’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 다시 유아인과 연기한다. “평소 아들이라고 부르는 유아인과는 눈빛만 봐도 통하는 것이 있다. ‘깡철이’에서 아들로 만났을 때도 사랑스러웠는데, ‘사도’에서 손자로 만난 유아인은 더욱 애틋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강호는 마지막으로 “배우들을 보면 영화 ‘암살’(김해숙)도 보이고, ‘베테랑’(유아인)도 보인다. ‘사도’가 부디 두 영화의 기운을 그대로 받기를 바라는 바이다. 감사합니다.”고 흥행을 기대했다.
아버지에 의해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죽음을 맞이한 사도세자의 사건을 가족사로 재조명한 <사도>는 오는 9월 16일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영화/박재환)
사도 (2015년 9월 16일 개봉예정)
감독: 이준익
출연: 송강호, 유아인, 문근영, 전혜진, 김해숙, 박원상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타이거픽쳐스 홍보:흥미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