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세월호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이 ‘와이드앵글-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서 상영되면서 부산국제영화제의 한 축인 부산시(조직위)와 집행위원회는 심각한 불협화음을 냈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제영화제지원 정책조정으로 지원금이 상당부문 삭감되면서 부산영화제는 출범 20년 만에 최악의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부산시와 영화제관계자, 영화계의 노력으로 그동안의 ‘비정상’을 어느 정도 수습하고, 10월 1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제20회 개막식을 거행하게 되었다.
어제(25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에 대한 공식기자회견이 열렸다. 오전에는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부산경남권 언론을 위한 기자회견이 먼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에는 서병수 조직위원장(부산시장)은 “꽃다운 청년의 모습으로 성장한 BIFF가 세계적인 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변함없이 사랑해 달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7층 글로리아홀에 강수연-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과 전양준 부집행위원장,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참석한 가운데 두 번째 기자회견이 열렸다. 서병수 시장은 부산지역 태풍피해 수습 등을 위해 서울행사에는 불참했다.
이용관 위원장은 그동안 영화제 쏟아진 외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지난 한 해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었다. 많은 분들의 우정 어린 도움과 지지 덕분에 차질없이 영화제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부산시민, 국내관객, 언론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되었다.”고 고마움을 밝히고, “강수연 공동위원장과 함께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참다운 영화제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인사말을 했다.
지난 달 공동집행위원장에 선임된 강수연 위원장은 "부산영화제는 아시아 영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만나는 성지"라면서 "지난 20년을 함께 해온 아시아 거장 감독은 물론 미래를 같이할 신인 감독도 대거 참가해 영화제를 빛낼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주바안'(Zubaan) 인도, 모제즈 싱 감독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에 걸쳐 75개국 304편의 영화가 초청돼 상영된다. 영화는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중구 남포동 등 6개 극장 35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국내외에서 처음 선보이는 월드 프리미어는 94편, 자국 외에서 처음 선보이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27편이다. 올해 개막작은 인도 모제즈 싱 감독의 데뷔작 ‘주바안’이 , 폐막작은 중국 래리 양 감독의 ‘산이 울다’가 각각 선정됐다.
올해 부산영화제 기간에도 어김없이 해외 스타 영화인들이 대거 부산을 찾는다. 뉴커런츠상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독일 여배우 나스타샤 킨스키를 비롯하여, 영국 배우 틸다 스윈턴, 대만의 허우샤오셴(후호현)감독, 장천(장진), 천보린(진백림), 중국의 펑샤오강(풍소강) 감독, 자장커 감독, 왕빙 감독, 탕웨이(탕유), 류이페이(유역비), 일본 아사노 타나노부, 홍콩 두치펑(두기봉) 감독, 크리스토퍼 도일 등이 어제 1차로 공개된 주요초청자들이다. 이들 영화인들은 영화제 기간동안 해운대와 남포동의 상영관과 백사장 등지에서 핸드프린팅, 오픈토크, 아주담담, 야외무대 인사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통해 열혈 영화팬과 근접조우하게 된다.
아시아영화의 창 '야공작' 다이스지에(대사걸) 감독과 류이페이(유역비)가 방한한다.
부산국제영화제기간에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열린다. 부산영상위원회가 주관하는 필름커미션-산업박람회인 BIFCOM이 10월 3일부터 6일까지, 아시안영상정책포럼이 해운대 벡스코에서 개최된다. ‘국외자의 시선으로 본 한국영화작가론’, ‘영화와 정치와 이마쥬’ 등 다양한 주제의 컨퍼런스와 포럼이 개최되어 아카데믹한 부산영화제의 면모도 과시하게 된다.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엔터테인먼트분야 지적재산권 마켓인 ‘엔터테인먼트IP마켓’가 열린다. 이는 부산영화제가 뉴미디어, ICT시대의 융합콘텐츠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야심찬 행보이다.
한편, 어제 기자회견에서 영화상영작을 소개하던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최근 회자되고 있는 영화 ‘베테랑’ 속 대사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를 인용하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영화제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작년에 열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총예산은 124억 원이었다. 이중 부산시가 50억 5000만원, 영화진흥위원회에서 14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나머지 예산 48억원은 기업협찬 및 티켓 판매수익금으로 채워졌다. (영화/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