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절찬리에 상영 중인 ‘베테랑’을 만든 영화제작사 ‘외유내강’은 남편 류승완(감독)과 아내 강혜정 (제작사 대표)의 이름조합이다. 두 사람의 드라마틱한 연애담은 충무로에서 영화보다 더 영화적인 사건으로 곧잘 기사화된다. 극적인 효과를 좀 주자면 영화가 좋아 무작정 영화판에 뛰어든 고졸 류승완과 그 남자의 야망에 필이 꽂힌 대졸 인재 강혜정이 한국 충무로의 액션사(史)를 다시 쓴다는 것이다. 드라마의 외전이라면 고등학교까지 중퇴한 철부지 도련님 류승범 이야기까지 있고 말이다. 여하튼, 류승완 감독이 충무로에서 힘들게 조감독하며 자투리 필름으로 찍은 단편들의 결합품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영화평자들은 환호작약했다. 액션영화란 것은 마초맨들이 나와 얼마나 리얼하게 싸우고, “의리의리”를 외치느냐는 것이 다이지만 이게 또 액션매니아에게 쏙 들게 찍기란 쉽지 않다. 류 감독은 어릴 때부터 성룡영화 팬이어서 그런 아크로바틱한 몸놀림에 조예가 깊다. 류승완 감독은 확실히 이안의 ‘와호장룡’ 같은 스타일은 아니다. 무술감독 정두홍독과 함께 내놓는 작품은 성룡의 아크로바틱 쿵푸액션에 서울액션스쿨의 피땀이 깊이 밴 작품이다.
충무로 영화제작자들이 좋아하는 액션은 ‘무대포’ 광역수사대 형사들이 ‘언터처블’ 악당들을 화끈하게 두들겨 패는 것이다. ‘베테랑’에서는 그런 광수대의 팀웍과 절대악당이 등장한다. 형사들의 애환과 직업의식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아니 적당한 비리쯤은 눈감아줄 만큼 아량도 있다. 요즘 각광받는 악당은 재벌 3세이다. 재벌들이 부의 세습을 거듭하며 이제 도전의식이나 '노블리스 오블리제' 같은 것은 쓰레기통에 처박은 지 오래이다. 그들은 특권의식과 사법제도의 유연함에 기대어 저들만의 게임의 룰로 세상을 바라볼 뿐이다. 류승완 감독은 그동안 신문 사회면과 ‘PD수첩’에 나올법한 나쁜 놈들의 케이스를 열심히 모았다. 유아인이라는 배우가 그 악역을 근사하게 해낸다. 그래서 광수대가 고생할수록 분노게이지는 높아지고, 황정민이 그를 두들겨 팰수록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베테랑’은 류승완 감독이 ‘베를린’과 ‘부당거래’를 거쳐 정말 자신이 찍고 싶은 액션을 찍은 것이다. ‘부당거래’가 ‘나쁜 베테랑’이라면, 베테랑은 ‘착한 부당거래’이다.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을 찍으면서 ‘리셀 웨폰’을 꿈꿨다고 한다. 대한민국에는 악당들이 많고, 충무로엔 의협심 강한 감독이 많다. 그리고, 잘 만든 액션, 카타르시스를 느낄 영화를 찾아보는 팬들도 많다. 류승완 감독의 다음 액션물도 기대한다. 만들다보면 ‘외유내강’형 드라마도 나올 것이다. (영화/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