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제 감독의 ‘소수의견’은 촬영 후 1년 반 동안 개봉이 미뤄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용산참사를 연상시키는 예민한 소재 탓에 배급사가 교체되는 진통을 겪었지만, 영화는 단순한 사회 고발을 넘어 밀도 높은 법정 스릴러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재개발 구역 철거 현장에서 철거민 아들과 진압 경찰이 동시에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한다. 경찰은 학생이 용역에게 맞았다고 발표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죽인 건 경찰이라 주장하며 경찰을 죽인 살인범이 된다. 국선변호사 윤진원(윤계상)과 기자 수경(김옥빈)은 국가라는 거대한 폭력에 맞서 은폐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는 손아람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의 이면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검찰과 권력의 유착, 대형 로펌의 생리, 언론의 스탠스를 ‘부당거래’만큼 흥미롭게 그려낸다. 특히 국민참여재판 형식을 빌려 증거 채택과 증언을 둘러싼 법리 공방을 긴박하게 배치해 법정 드라마의 묘미를 살렸다.
결말은 씁쓸한 현실을 반영한다. 배심원단의 무죄 평결에도 불구하고 판사는 유죄를 선고한다. 권고 효력에 불과한 국민참여재판의 한계를 보여주며, 다수의 목소리가 ‘소수의견’으로 전락하는 사법 현실을 꼬집는다. 진실은 밝혀졌으되 정의는 여전히 멀리 있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담담하게 담아낸 수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