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6일) 밤 12시 3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
영화는 시골 읍내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어느 고등학교 3학년의 겨울방학 바로 전날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10대의 마지막방학을 앞두고 담임은 공자같은 잔소리를 한다. “실수는 되돌릴 수 있기 때문에 실수라는 거야. 하지만 실수를 감추면 더 이상 실수가 아니야. 분명히 나쁜 일이고 잘못된 일이다.“ 그다지 와 닿지 않는 이야기이지만 세월이 조금만 지나면 그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는 그런 말.
단짝 친구인 현명, 성필, 두용, 건우는 방과 후 일에 더 신경쓴다. 성필의 여동생 미경을 위한 자리. 친구들은 다들 현명과 미경이 사귀길 바란다. 조용한 현명은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그날 밤 사달이 난다. 현명은 우연히 어머니가 건우의 아버지와 함께 있는 모습에서 미심쩍은 마음을 갖게 되고, 건우는 한밤에 미경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달리다 한적한 시골길에서 사고를 낸다. 미경은 그 자리에서 죽고, 건우는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리고 날이 밝자 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난다. 그리고 친구들은 무거운 비밀을 가슴에 안고 뿔뿔이 흩어진다. 4년 뒤 군에서 제대한 현명이 고향을 찾지만 다들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얽맨 과거는, 가슴에 담은 비밀은, 현명의 가슴에 응어리진 엄마의 비밀은 무엇일지. 외딴 산 작은 못, 차가운 물속에서 친구들은 흐느끼며 후회한다.
독립영화 ‘못’에는 호효훈, 강봉성, 이바울, 변준석 등 신선한 얼굴의 연기자가 출연한다. 어찌 보면 이 작품은 대만 후효현 감독의 ‘고령가소년살인사건’처럼 순수하던 10대의 한 때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며 나머지 인생을 저당 잡히는 비극을 보여준다. 서울같은 번화가도 아니고, 반사회적강력범죄가 넘치는 곳도 아니다. 순수에 가까운 청년을 발목잡은 과거. 영악하지 못해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는 그 모습이 애달플 정도이다. 독립영화답게 잔잔하고, 투박하고, (제작여건상) 화면은 어둡지만, 충분히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는 부산 대저동, 기장군, 양산, 김해 일대에서 찍었다. (박재환,2015.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