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독립영화관>을 통해 소개되는 서호빈 감독의 ‘못’은 순수했던 10대의 끝자락에서 맞닥뜨린 비극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잠식하는지 보여주는 서늘한 작품이다. 부산 기반의 독립영화답게 투박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시선으로 청춘의 죄의식과 파멸을 담아냈다.
영화는 시골 읍내 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 방학을 앞둔 네 친구의 일상에서 시작된다. “실수는 되돌릴 수 있지만, 감추는 순간 나쁜 일이 된다”는 담임의 훈조는 곧 이들에게 닥칠 운명을 예견하는 복선이 된다. 한밤중 오토바이 사고로 친구의 여동생이 사망하고, 당황한 소년들이 선택한 ‘비밀’은 4년 후 군에서 제대한 현명이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까지도 거대한 ‘못’이 되어 가슴에 박혀 있다.
호효훈, 강봉성 등 낯설지만 날것의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은 영악하지 못해 과거에서 도망치지 못하는 청년들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대만 후효현 감독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이 떠오르기도 하는 이 영화는, 화려한 번화가가 아닌 부산 대저동과 기장 일대의 한적한 풍경을 배경으로 삼아 비극의 대조를 극대화한다.
제작 여건상 화면은 어둡고 전개는 잔잔하지만, 차가운 물속에서 흐느끼는 친구들의 모습은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무심코 덮어버린 과거의 실수가 인생 전체를 어떻게 저당 잡는지, 그 응어리진 감정을 독립영화 특유의 진솔한 화법으로 풀어낸 수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