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청렴함과 시스템의 이면을 다뤘던 '콜드 워'의 렁록만, 써니 럭 감독이 이번에는 무대를 동아시아 전체로 넓힌 첩보 액션 '적도'를 선보였다. 1999년 반환 이후 중국의 영향력이 거세지는 홍콩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초특급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의 위기 대응 방식을 가상의 핵 위기 시나리오로 풀어낸 작품이다.
영화는 북한의 핵탄두와 한국의 기폭장치가 탈취되어 홍콩으로 반입되면서 시작된다. 국제적 무기 밀매범 '적도'(장첸)를 잡기 위해 홍콩 반테러기관(장가휘)과 한국의 국정원 요원(최시원), 무기 전문가(지진희)가 공조에 나선다. 여기에 홍콩의 물리학자(장학우)가 자문으로 합류하며 사건은 해결되는 듯 보이지만, 중국 본토의 고위 관리(왕학기)가 개입하며 상황은 복잡한 정치적 싸움으로 번진다.
전작 '콜드 워'가 홍콩 내부의 시스템과 권력 다툼을 다뤘다면, '적도'는 홍콩이라는 공간을 두고 한국, 중국, 그리고 테러 조직이 얽히는 '국제적 정치판'을 보여준다. 한국의 요원들이 국익을 위해 분투하는 동안, 중국은 홍콩의 자치권을 압박하며 핵무기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단순한 액션 영화 이상의 시사점을 던진다.
지진희와 최시원 등 한국 배우들의 비중 있는 활약은 국내 관객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비록 한국 무기가 탈취당해 홍콩에서 회수 작전을 벌인다는 설정이 다소 뼈아프게 다가오지만, 도심 추격전과 총격전의 완성도는 높다. 감독은 전작처럼 충격적인 반전과 함께 속편을 암시하는 '떡밥'을 던지며, 누가 진정한 게임의 지배자인지를 묻는다. 각국의 관객마다 해석이 갈릴 수 있는 촘촘한 음모론적 재미를 갖춘 웰메이드 스릴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