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독립영화관>에서 방영된 유원상 감독의 2014년 작품 '보호자'는 유괴라는 익숙한 소재를 극단적인 설정으로 몰아붙인 심리 스릴러다. 평범한 가정의 딸이 사라지고 시작되는 유괴범의 요구는 돈이 아니었다. "딸을 살리고 싶다면 다른 아이를 유괴하라"는 폐륜적인 명령이다. 영화는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소중한 것을 파괴해야만 하는 아버지가 겪는 도덕적 딜레마와 공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꽃집을 운영하는 전직 소방관 전모(김수현)는 유괴범의 잔인한 게임에 휘말린다. 유괴범(배성우)은 동일한 처지의 부모들을 엮어 서로가 서로의 아이를 납치하게 만드는 이른바 '유괴 릴레이'를 설계한다. 이는 신고를 원천 봉쇄함과 동시에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드는 교묘한 함정이다. 멜 깁슨 주연의 '랜섬'이 몸값을 현상금으로 거는 강 대 강의 전략 싸움이었다면, '보호자'는 무기력한 개인이 벼랑 끝에서 내리는 처절한 선택에 집중한다.
영화 후반부, 유괴범의 범행 동기가 서서히 드러난다. 전직 소방관이었던 피해자들이 과거 화재 현장에서 아이를 다 구해내지 못했던 사건이 단초가 된 듯하다. 유괴범은 '용감한 시민'으로 칭송받는 이들의 이면에 가려진 상처나 과오를 비틀린 복수극으로 되갚아주려 한다. 하지만 그 사연이 무엇이든, 무고한 아이들을 볼모로 잡은 그의 행위는 그저 괴물의 소행일 뿐이다.
'보호자'는 부모들에게 묵직한 질문과 교훈을 남긴다. 이성을 잃기 쉬운 극한의 상황일수록 전문가와 공권력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사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사회가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한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서늘한 경고다. 독립영화 특유의 날 선 시선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보는 내내 숨 막히는 긴장감과 함께 부모라는 이름의 무게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