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스페셜 '머리 심는 날' 연출을 맡은 유종선 PD와의 만남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키워드는 3가지 였다.
'절룩거리네', '탈모', '울컥'
지난 28일 방송된 KBS 드라마스페셜 '머리 심는 날' 의 연출자 유종선 PD를 만나 드라마에 대해 물어보았다. 질문을 정리해보니, '탈모', '취준생(취업준비생)', '캐스팅', '잔디인형' 등등 드라마 속에서 다뤄진 내용이었다. 하지만, 유 PD를 만나서 그 뒤에 숨겨진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방송이 끝나고 유 PD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이런 이야기에 공감할 만한 친구들이 즐겁게 봤을까"였다. 그는 이번 단막극을 통해 공감가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했다.
이번 단막극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함축적으로 담긴 장면은 바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절룩거리네'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부분이었다. 이 장면은 조기 탈모를 겪고 있는 취준생 변인범(최태환)이 반항아 기호(장성범)에게 돈을 받아 머리를 심으러 가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유 PD는 "이렇게 사소한데 목숨을 거는 나도 성숙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이렇게 하게 만든 세상도 착하거나 올바른 것도 아니다. 그러한 엇갈린 상황에서 우스꽝스럽더라도 우리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절룩거리네'는 이번 드라마를 위해 다시 리메이크된 곡이다. 쎈 가사가 있다는 이유로 방송금지곡인 이 곡을 드라마를 위해 가사도 고치고 유족들의 동의도 얻었다. 하지만, '머리심은 날' 버전 '절룩거리네'는 드라마스페셜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다.
민들레씨가 날아간다. 그리고 잔디인형에서 잔디가 돋아나기 시작한다. 이는 모두 '탈모'를 겪고있는 변인범의 모습을 그려낸 장면이다. 반항아 기호가 주먹으로 인범을 치자 부분가발을 붙인 인범의 모자가 떨어지고 그 장면에 이어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아갔다. 이 장면에 대해 "콤플렉스를 드러낼 수 있는 방법들이 은유적이고 귀여운 표현이 아닌가 싶다"고 이와 같은 장면을 삽입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Q. 민들레 홀씨, 무엇을 뜻하나?
유 PD. "최근에 모 인터넷 사이트에 탈모 갤러리가 생겼다. 탈모 갤러리에 절대 올려서 안되는 짤방이 있다고 해서 찾아봤더니. 민들레 홀씨가 날아가는 장면이 있더라. 조연출 한 분이 열심히 찾아서 그 소스를 쓸 수 있었다"
드라마스페셜 '머리심는 날', 딱 한 방이면...을 바라며 사는 탈모가 콤플렉스인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탈모가 진행 중인 취업준비생 변인범은 탈모만 아니면 취업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의 여자친구 봉화원, '나는 걔보다 빠지는 게 없는데'라며 스튜어디스가 되기위해 얼굴을 고친다. 사고뭉치 박기호, 어깨를 다치고 복싱 선수 생활을 그만뒀다. 취업준비생의 이야기,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 과연 각 캐릭터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을까.
Q. 세 인물(인범-화원-기호)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나
유 PD.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핑계거리를 하나 잡아서 그거 하나만 잘 풀리면 뭐든 잘 될 거 같다. 그런 식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화원이 같은 경우는 본인은 현실적이고 열심히 계획적으로 세상에 이겨서 살아내려고 한다. 인범은 해맑기만 하고 엉뚱한데 집착하고 자기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계산이 잘 안 서는 캐릭터다. 화원이는 인범이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세상에서 보기에는 그런 화원이나 인범이나 별 차이를 두지 않았다는 것에 화원은 더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등학생 기호는?
유 PD. "기호는 돈을 뿌린 사연을 위해서 등장한 인물이다. 기호 역시 조금 일찍 꿈을 버리고 자기가 인범이보다 성숙하다고 착각하는 언밸런스함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형처럼 더 성숙한 척하는 것을 살리고 싶었다"
어느 날 하늘에서 돈 벼락이 떨어진다. 기호는 도박만 하는 아버지가 어머니의 등골을 빼먹는 것에 분노해 옥상에서 돈을 뿌린다. 이를 인범과 화원, 동네사람들이 줍게 된다. 인범과 화원은 자신들의 콤플렉스를 위해 주운 돈을 쏫아부려고 한다.
최태환-하은설-장성범
최태환-하은설-장성범 신인 배우, 그리고 신인연출-작가까지...신인들로 채워진 드라마였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고 의심이 갔다. 아마 각각의 캐릭터가 강했고, 구성 자체도 독특했기 때문이다. 주연들이 모두 신인이라는 질문에 유종선 PD의 첫말은 "걱정이 많았다"였다. 그리고 그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그는 배우 최태환에 대해 "깨끗한 이미지"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배우는 이미지가 생명인데 남자 배우가 초창기 이미지를 혹시나 망칠 수도 있는 캐릭터를 흔쾌히 승낙했고 열정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유 PD의 고민은 여자주인공 캐스팅에 있었다. 우연히 검색하게 된 드라마 '유나의 거리'에서 여배우 하은설을 찾았고 보자마자 나온 말이 "화원이는 얘다", 화원의 이미지와 하은설의 이미지가 일치했던 것. 카리스마 연기를 보여준 박기호 역의 장성범, 피디와의 만남에서 그의 한마디는 "기호 딱 나인데"였다고 한다.
촬영 중 "너희가 정우성이고 이병헌이다. 그리고 송혜교" 이런 말이 나왔다.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신인들로 이뤄진 촬영현장, 스태프들도 지나가는 사람들도 이들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 지나가는 행인 왈 "쟤넨 배우도 아니다", 이 말에 유 PD는 '울컥'했다고 한다. 그후 그는 "너희가 정우성이고 이병헌이다. 신인이라고 비웃는 사람들 가만 놔두지 말자고..."라는 말을 했다. 이후 촬영장은 더욱 안정감이 생겼다고 한다.
[사진:KBS홍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