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이성계도 어찌하지 못한 다섯 번째 아들 '정안군' 이방원의 야욕. 조선이 개국하여 제대로 기틀도 잡기 전에 일어난 ‘왕자의 난’을 시대적 배경으로 그 어떤 사서에사도 기록되지 않은 또 하나의 궁중음모극이 탄생했다. 이성계와 정도전이 피로 세운 조선 왕위의 안정을 놓고 이방원과, 정도전의 수하 장수, 태조의 부마가 얽혀 싸운다. 문제는 거대한 칼의 역사가 아니라 한 여자를 둘러싼 치정극의 그림자가 더 깊은 영화라는 것이다.
어제(24일) 서울 왕십리CGV에서는 안상훈 감독과 신하균, 장혁, 강한나, 강하늘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순수의 시대’의 기자시사회가 열렸다. 청소년관람불가 관람등급을 받은 113분의 영화상영이 끝난 뒤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이 영화는 안상훈 감독이 ‘블라인드’이후 4년만에 내놓은 사극이다. 안 감독은 “‘순수의 시대’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기록에 남아 있는 영웅이나 천재가 아니라 기록에서 사라진 인물,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보는 게 목표였다.”며 “기존의 영웅주의 화법이나 스토리가 아니라, 사이드에 빠진 남자와 여자의 감정이야기나 권력자에게 내던져진 장기판의 말들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신하균은 데뷔 18년 만에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했다. 어린 시절 정도전에게 입양되고 조선건국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며 태조 이성계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 무장 김민재 장군 역이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김민재는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러기에 사랑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 영화가 끝날 때 즈음에 민재의 답답하고 안쓰러운 사랑의 감정이 관객에게 촉촉하게 젖기 바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숱한 사극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로 곧잘 묘사된 이방원 역을 맡은 장혁은 “이방원이나 광해, 연산군 같이 많이 알려진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어렵다. 널리 알려진 부분을 가져가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성적으로, 감정적으로 풀어나가고 싶었다. ‘순수의 시대’에서는 그런 이방원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드라마 ‘미생’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강하늘은 ‘순수의 시대’에서 태조의 부마 김진 역을 맡았다. 왕의 부마가 된다는 것은 모든 출셋길이 막히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온갖 패악질을 일삼는 한량 악역으로 등장한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먼저 헛웃음을 보인 강하늘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촬영하며 모니터한 것 중에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감독님이 잘 다듬어주셔서 감사하다. 날 것의 뭔가를 연기했다면 감독님이 잘 만져주신 것 같다.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연기를 한 배우는 아마도 강한나일 듯. 사연 많은 여인 가희 역을 맡아 본심을 끝까지 감추며 세 남자를 상대로 뜨거운 연기를 펼친다. “사랑하는 마음과 복수의 증오심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다.”며 “민재와 있을 때는 한 여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줄타기 하듯이 흔들리는 여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방원과 김진과 있을 때는 가희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내면의 상처, 복수의 계략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런 관계적인 모습을 생각에 집중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신하균, 장혁, 강한나, 강하늘의 뜨거운 욕망과 숨결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영화 ‘순수의 시대’는 3월 5일 개봉된다. 청소년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