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비치’의 원작소설가이자 영화 ‘28일 후’의 각본을 썼던 알렉스 갈란드가 ‘엑스 마키나’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범상치 않은 이야기 전개로 SF에서 뭔가 특별한 것을 보여줄 것 같은 인물임에 분명하다. ‘엑스 마키나’는 A.I. 인공지능 로봇을 소재로 한다. 너무나 사람다워 자신이 사람인줄 아는 로봇. 뛰어난 학습능력으로 인간다운 감정뿐만 아니라 지능을 겸비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람을 능가하여 사람을 지배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적어도 영화세상에서는 말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개발회사의 유능한 프로그래머 칼렙(돔놀 글라슨)은 인공지능분야의 천재개발자 네이든(오스카 아이삭)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행운을 얻게 된다. 헬리콥터를 타고 너무나 근사한 네이든의 대저택 겸 연구시설에 도착한 그는 그곳에서 1주일가량 머물며 네이든의 최신제품을 검수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네이든의 신제품은 다름 아닌 완벽한 여성의 외모를 가진 매혹적인 A.I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데르)였다. 칼렙은 에이바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존재의 정체와 완벽함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하더니 점점 혼돈에 빠져든다. 너무나 완벽하게 작동하고 사고하고 행동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네이든의 행동도 의문을 더한다. 칼렙은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이 곳에서 위험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제목 ‘엑스 마키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에서 유래된 듯하다. ‘기계장치의 신’이란 희랍어이다. (deus는 神이란 뜻이다). 고대희랍의 연극에서 자주 사용되던 결말짓기 방식이다. 드라마를 줄곧 이끌던 어떤 난제를 마지막 순간에 덜컥 ‘기계장치의 신’이란 존재가 나타나서는 깨끗하게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제목부터 조금 난해하긴 하다. ‘기계장치의 신’을 이야기하자면 창조자(개발자) 네이든을 이야기할 수도 있고, 그가 개발한 완벽한 인조인간 에이바를 뜻할 수도 있다. 고민하는 칼렙은 어쩔 수 없이 해결책이 없는 인간일 테이고 말이다. 그러나 영화광고에 엮였거나, 아니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면 어느 순간부터 칼렙 또한 A.I가 아닐까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영화 ‘엑스 마키나’는 인간을 닮은, 아니면 너무나 인간을 닮고 싶어 하는 피조자(被造者)의 절박함이 닮긴 SF이다. 마지막에 가서는 ‘서둘러 액션’이 되어버린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네이든의 연구시설은 노르웨이에서 촬영되었다. 영화에서 펼쳐지는 광활한 삼림과 설경 등은 정말 황홀할 따름이다.
‘엑스 마키나’는 청소년관람불가이다. 아마도 언뜻언뜻 보이는 A.I.의 누드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등급판정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들이 완벽한 인간으로 보인 모양이다. 정확히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밝힌 이유는 이렇다. “여자 로봇의 음모를 포함한 전신 노출 장면이 빈번하게 표현되어 선정성의 수위가 높고 피부를 벗겨 내는 장면, 면도칼로 팔을 긋는 장면, 칼로 신체를 찌르는 장면, 로봇의 팔이 절단되는 장면 등 폭력성의 수위 또한 높아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청소년관람불가” (박재환 2015.1.21)
1월 21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