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고도’, ‘누들 로드’, ‘슈퍼 피쉬’에 이어 명품 다큐멘터리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는 공영방송 KBS가 이번에는 거대한 책장을 열었다. '인류는 왜 공부를 시작했는가' '인류 문명 속에서 공부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 그리고 “왜 공부를 하는가” 등 세속적 출세와 철학적 문제를 정면에서 다룰 요량이다.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세계적 지성의 상징이라할 하버드의 네 대학생이 책가방을 들춰 매고 세계 각지의 공부벌레를 만나러 길을 떠난다. 과연 공부와 문화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오늘 밤부터 방송되는 ‘공부하는 인간 - 호모 아카데미쿠스’는 공사창립 40주년을 맞아 KBS가 글로벌 대기획으로 준비한 대형 다큐멘터리이다. 이번 관찰여행에 나선 하버드의 대학생 4명은 중동계 미국인, 한국계 미국인, 한국계 유태인, 유럽계 미국인 등 다양한 출신을 가졌다. 각기 다른 가정환경에서 자라 미국 최고의 학부에 진학한 이들의 눈에 비친 세계인의 공부방식은 어떠할까.
어제 서울 영등포의 한 극장에서는 ‘공부하는 인간 - 호모 아카데미쿠스’의 시사회가 열렸다. 공부에 관심 있는 학부모, 하버드생들의 공부비법에 관심 있는 학생들, KBS의 다큐멘터리에 관심 있는 시청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날 시사회에서는 4부작 중 첫 편 ‘오래된 욕망’이 상영되었다. 세계인의 공부 방법에 호기심을 가진 네 명의 하버드 생들이 처음 찾은 곳은 대한민국 서울 대치동이다. ‘학원’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한 미국 대학생들은 한국의 엄청난 공부 열정(?)에 놀란다. 야심한 시간까지 불야성을 이룬 학원가. 길게 줄을 이은 학원버스들. 그 버스에 함께 탑승하여 ‘밤늦게 공부하는 한국의 학생’과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대치동 학원에서 수학공부 중인 고등학생과 수학문제 풀기를 겨룬다. 놀랍게도 대치동 학생이 수학문제를 푼다.
그러나 ‘공부하는 인간’은 공부의 비법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대치동 학원 수학강사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더더구나 아니다.
하버드 대학생들은 중국 허난성의 한 고등학교로 날아간다. 시청자들은 놀라운 중국 고등학생들의 공부장면을 목도하게 된다. 고액 족집게 학원이 아니라 마치 신앙 간증회라도 되는 듯 열정적으로 책에 매달리는 중국 고등학생의 교실 모습에 놀라게 된다.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시사회가 끝난 뒤 관객들은 프로그램을 만든 연출자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학창시절 그다지 공부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다고 미리 밝힌 정현모 PD는 ""우리는 텍스트를 읽고 문제를 푸는 능력을 익히고 시험 성적을 높게 받는 것이 공부라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다른 문화에서도 마찬가지일까 궁금했다.“며 ”공부의 문화적 차이를 느껴보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대치동 학원을 보여준 이유에 대해서도 "공교육의 제도적 대안을 제시하는 교육에 대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공부는 교육제도와 다른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문화적 코드가 녹아있는 하버드 생을 선택하여 그들의 시각으로 ‘공부하는 인간’을 파고들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고고학적 발견을 하나 보게 된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만난 고대 메소포타미아 유물이다. 고대 수메르인의 쐐기무자에 쓰인 내용은 뜻밖이다. 그 시대 배움터의 학생의 글인 모양이다. 읽기와 쓰기를 배웠다는 내용, 잘못해서 회초리를 맞았다는 내용, 부모님이 선생님을 집으로 불러 대접하고 선물을 안겼다는 내용이 쓰여있었다.
KBS의 <공부하는 인간 – 호모 아카데미쿠스>는 오늘 밤 각국의 공부 방법과 배경을 보여주는 <1부 '오래된 욕망>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2부 '공자의 후예'(3월 7일)는 동양의 공부 문화의 배경을 살피고, 3부 '질문과 암기'(3월 14일)와 4부 '최고의 공부'(3월 21일)를 통해 이상적 공부의 기술과 진정한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한다.
내레이션은 탤런트 유승호가 맡았다. 28일 밤 10시부터 매주 목요일 밤 10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