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쉬리’로 한편으로 한국영화의 제작규모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충무로의 거장 강제규 감독이 새 작품으로 돌아왔다. 2011년 ‘마이웨이’의 실패이후 와신상담하며 절치부심 차기작품을 준비하던 강제규 감독의 신작은 뜻밖에도 단편영화이다.
어제(2일) 오전,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는 강제규 감독의 28분짜리 단편영화 ‘민우씨 오는 날’의 기자시사회가 열렸다. 문채원, 고수, 손숙이 주연을 맡았다. 이날 기자시사회에는 강제규 감독만이 참석하였고, 영화상영 전 짧은 무대인사를 진행했다.
강제규 감독은 “개인적으로 영화작업을 하면서 가장 가볍고,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는 작지만 저에게는 큰 울림을 주었고, 감독에게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심오한 생각도 갖게 만든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번 작품은 기나긴 기다림 속에서, 그 고통 속에서 살아왔던 우리 부모님, 또는 할아버지 세대들이 겪은 고통을 같이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민우씨 오는 날’이 그 분들의 상처에 조금이라도 치유가 되었으면 한다”고 영화를 연출하게 된 취지를 밝혔다.
영화 ‘민우씨 오는 날’은 어렵게 성사된 ‘남북이산가족의 상봉’을 이야기한다. 남쪽에서 선정된 소수의 이산가족이 버스를 타고 자유로를 달려 임진각에서 북으로 넘어가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바로 남쪽의 연희(문채원). 아마도, 60여 년 전, 언제나처럼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던 남편 ‘민우’를 오랫동안, 한결같이 기다려온 아내 연희의 순애보를 담고 있다. 분단의 비극은 곱디고운 새댁을 할머니로 만들어놓았다. 강제규 감독은 ‘치매기가 오기 시작한 할머니’의 모습을 문채원과 손숙, 두 배우를 적절히 오버랩 시킨다. 관객들은 문채원의 모습을 통해 기다림의 아픔을, 손숙을 통해 세월의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민우씨 오는 날’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마이웨이’ 등 한국영화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작품을 연출한 강제규 감독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문채원, 고수, 손숙 외에 유호정, 윤다훈, 김수로가 카메오로 출연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문채원이 영화의 전편에서 ‘기다림에 억눌린 연희를 연기한다. 고수는 짧은 출연장면이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민우씨 오는 날'은 홍콩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유명감독 4인에게 연출의뢰를 한 ‘뷰티플 2014(美好 2014)’ 옴니버스 프로젝트의 하나이다. 올해로 3년째인 이번 프로젝트에는 강제규 감독 외에 홍콩의 슈치, 두커펑(크리스토퍼 도일)과 중국의 장위앤 감독이 참여했다. ‘민우씨 오는 날’의 중국어 제목은 ‘연모’(戀慕) ‘그리움’이었다.
영화 ‘민우씨 오는 날’은 오는 12월 18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