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한국에서는 51회 대종상영화제가 열렸고, 토요일에는 대만(타이완)에서 금마장 (金馬獎)영화상시상식이 열렸다. 금마장/금마상 시상식은 중국,홍콩,대만 등 이른바 중화권에서 열리는 영화제 중 가장 유명한 영화상의 하나이다. 22일 저녁, 대만의 국부로 추앙받는 쑨원(손문)을 기린 ‘국부기념관’에서 열린 51회 금마장 시상식은 대만에서 열리는 영화시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영화가 대부분의 상을 휩쓸며 현재 중화권 영화시장이 중국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올해 최우수작품상은 중국 로예(婁燁) 감독의 ‘추나’(推拿, Blind Massage)에 돌아갔다. ‘추나’는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하여 신인배우상, 편집상, 음악상, 각색상, 촬영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하며 최다수상작의 영예를 안았다. ‘추나’는 중국작가 비페이위(畢飛宇)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시각장애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로예 감독은 실제로 시각장애인인 장레이(張磊)를 주인공으로 출연시켰다. 영화는 카메라 초점을 흐리게 하는 등 모호한 촬영방식으로 시각장애인의 시야를 작품에 담았다. 영화에 첫 출연하는 장레이는 이 영화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감독상은 ‘황금시대’의 허안화 감독에게 돌아갔다. 홍콩출신으로 최근 중국에서 영화를 찍고 있는 허안화 감독은 “원래 예술을 위해 희생된 사람으로 생각했었다. 상을 받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각본을 쓴 리장과 출연배우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금시대’는 1930년대 중국문단의 전설적 여류작가인 샤오홍(蕭紅)의 드라마틱한 삶을 영화화했다. 탕웨이가 주연을 맡아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팬에게도 소개되었다. 영화공개 뒤 중화권에서는 이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시상식이 끝난 뒤 허 감독은 “탕웨이가 상을 받기를 원했다.”면서 “황금시대는 실험성이 강한 작품이었다. 나도 아직 준비가 완전히 되지 않았었다. 지금도 더 좋게 더 효과적으로 찍을 방법을 생각 중이다.”고 덧붙였다. 허안화 감독은 금마장에서 6차례 후보에 올랐고 ‘천언만어’(千言萬語,99)와 ‘심플라이프’(桃姐,11)에 이어 3번째 금마장 감독상을 수상했다.
여우주연상은 ‘추광소나타’에서 열연한 대만배우 진상기(陳湘琪)에게 돌아갔다. 올해 여우주연상 후보에는 진상기 외에, 공리(5일의 마중), 탕웨이(황금시대), 조미(친애적) 등 중국여배우와 중국영화 ‘백일염화’에 출연한 대만배우 계륜미가 후보에 올랐었다.
부산영화제 개막작 '군중낙원' (제일 왼쪽이 천지앤빈, 네번째가 완치앤)
남우주연상은 ‘바보’(一個勺子/A Fool)에 출연한 중국배우 천지앤빈(陳建斌)이 수상했다. 천지앤빈(진건빈)은 이날 남우주연상뿐만 아니라 이 영화로 신인감독상을, 그리고 ‘군중낙원’으로 남우조연상까지 받는 진기한 기록을 세웠다. 영화 ‘바보’에서는 그의 부인 장근근(장친친)과 공연했다. 장근근은 ‘와호장룡’의 TV드라마 판에서 옥교룡역을 맡아 국내에도 알려진 중국출신의 여배우이다.
여우조연상은 ‘군중낙원’에서 군특수 위락시설의 여자 역을 연기한 완치앤(萬茜)에 돌아갔다. ‘군중낙원’는 지난 달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된 작품이다. 1960~70년대 대만과 중국의 최접전 도서인 금마도에 주둔하고 있는 대만군인들을 위해 설치한 군위안부시설을 배경으로 당시 대만-중국의 군사적 대치문제를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화제가 되었다. 중국배우 진건빈은 이 작품에서 대만군인 역으로 출연했다.
이외 중국영화는 ‘5일의 마중’이 음악상을, 베를린황금곰상수상작인 ‘백일염화’가 미술상을, 그리고 역사극 ‘수춘도’가 의상디자인상을 수상하는 등 다양한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최우수단편상도 중국영화에 돌아갔다.
금마장영화제가 해마다 대만영화인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수여하는 ‘올해의 대만걸출영화인상’은 황지명(黃志明)이 선정되었다. 그리고 종신성취상은 쇼브러더스 시절 쿵푸액션영화에서 활약한 전풍(田豐)에게 돌아갔다.
한편 이번 금마장 수상작 중 ‘추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중화권영화의 쇼케이스임을 증명해 보인 셈이다.
주요부문 수상작(자)
최우수작품상: 추나(推拿/Blind Massage)
감독상: 허안화 ‘황금시대’(黃金時代)
여우주연상: 진상기(陳湘琪) 迴光奏鳴曲 EXIT
남우주연상: 천지엔빈(陳建斌)/一個勺子(A Fool )
신인감독상: 천쩐지엔빈(陳建斌)/一個勺子(A Fool )
남우조연상: 천쩐지엔빈(陳建斌)/군중낙원(軍中樂園 Paradise In Service)
여우조연상: 완치앤(萬茜) /군중낙원(軍中樂園 Paradise In Service)
각본상: 행동대호:손중산 (Meeting Dr. Sun)
각색상: 추나(推拿/Blind Massage)
신인산: 장레이 추나(推拿/Blind Massage)
음악효과상: 추나(推拿/Blind Massage)
편집상: 추나(推拿/Blind Massage)
촬영상: 추나(推拿/Blind Massage)
[사진=대만금마장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