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이 성성해도 청춘은 있다.
오늘(15일)부터 금요일(19일)까지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아흔한 살의 백발 청춘 이기남 할머니의 인생이 그려진다.
열여섯 철모를 나이에 시집와 어느덧 아흔한 번째 가을을 맞이한 기남 할머니는 마음도 체력도, 아직 이팔청춘이다. 무거운 고추 포대를 가뿐하게 들어 올리는가 하면, 황소도 손길 한 번에 절로 얌전하게 만드는 베테랑 농사꾼이 바로 '백발의 천하장사' 이기남 할머니다.
기남 할머니는 며느리 명숙(68), 맏아들 무일(70)과 함께 살고 있다. 함께해 온 44년 세월, 어느새 인생의 친구이자 동반자가 된 고부. 그런데 명숙은 몇 년 전부터 무릎이며 허리가 영 성치 않다. 기남 할머니는 안쓰러운 마음에 며느리에게 자꾸만 들어가서 쉴 것을 권하지만 며느리는 고령의 어머니를 두고 들어가기가 못내 어렵다.
한편, 아들 무일은 유난히 사이좋은 고부 사이에 끼어 늘 한 쪽에 밀려나기 일쑤다. 며느리에겐 언제나 '오냐오냐'하는 할머니지만, 무일 씨에겐 "술 그만 먹어라" "옷 갈아입어라" "농사는 이렇게 해라" 잔소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흔이 넘어 듣는 잔소리에 지칠 법도 하지만, 무일은 허허 웃어넘긴다. 애정 어린 잔소리를 해주는 어머니가 계시는 것만으로도 그저 고마울 따름이란다.
추석이 다가오자 8남매가 간만에 고향에 모인다는 소식이 들리고 기남 할머니는 자녀들 맞을 준비에 더욱 부산스러워진다. 마른고추를 부지런히 손질해, 고춧가루를 빻아 놓고, 손자가 좋아하는 가래떡도 뽑고, 생전 입에 안 대던 고기도 몇 근이나 쌓아 쟁여두고, 가마솥에 고슬고슬하게 술밥을 쪄 할머니 표 특제 동동주까지 담가 놓기까지.
추석을 앞두고 벌초에 나선 기남 할머니와 아들 사형제. 할머니는 먼저 간 남편의 묘소 앞에 서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진다. 전기도 안 통하는 첩첩 산골에 올망졸망 8남매 먹이려 악착같이 살았던 지난 세월 살아 내다보니, 자식이 귀여운 줄도, 낭군이 고운 줄도 몰랐단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더 잘해줄 걸 그랬어. 사느라고, 사랑할 시간도 없었네.”
남은 세월, 이제는 후회 없이 사랑만 주고 싶은 할머니. 아흔한 살,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그녀의 청춘 이야기는 오늘(월)부터 금요일(19)까지 저녁 7시 50분 KBS 1TV '인간극장'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