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에 국산 공포영화가 한편 더 개봉된다. '혈의 누', '므이', '흡혈형사 나도열2' 등의 작품에서 각본과 조연출 등을 거치며 공포물에 매진해온 유영선 감독이 새로운 ‘공포의 심연'을 포착한 작품 ‘마녀’이다. ‘마녀’는 특이하게도 일반 직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포물이다. 지난 28일(목) 서울 cgv왕십리에서는 힘겹게 영화를 만든 유영선 감독과 두 여배우 박주희, 나수윤이 참석한 가운데 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한국공포물로서는 처음으로 ‘오피스 호러’를 표방한 ‘마녀’는 한 신입 여사원의 당돌한 행동에서 공포감이 점층되는 작품이다.
평소와 다름 없던 사무실, 깐깐한 팀장 ‘이선’(나수윤)은 신입 사원 ‘세영’(박주희)의 보고서를 보고 홧김에 손가락 하나를 건 내기를 한다. 당돌한‘세영’은 ‘이선’에게도 손가락을 걸라고 제안하고, 덜컥 내기를 수락한 ‘이선’은 오피스 내 떠도는 ‘세영’의 무서운 소문을 듣고 오싹함을 느낀다. 마침내 마감 시간이 다가오고, 제 때 일을 마친 ‘세영’은 한 손에 서류를, 다른 한 손에 가위를 든 채 ‘이선’과 마주한다. 그 날 이후, ‘이선’은 괴기스러운 ‘세영’의 태도와 갑작스런 남자친구의 연락두절에 의구심을 품고 그녀의 정체를 쫓기 시작하는데…
'마녀'의 유영선 감독은 “사람의 악의(惡意)가 비뚤어진 마음을 만났을 때, 얼마만큼 끔찍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또한 자타칭 ‘호러 덕후’로 불리는 유영선 감독에게 독특한 수식어에 대한 소감을 묻자, 유영선 감독은 “자칭 순정남이라고 하는데, 타칭 ‘호러 덕후’가 됐다며 “출근하는 것 자체가 공포인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장르적으로 배치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조직사회에서 가장 끔찍했던 것은 군대이다. 영화에서 칼을 입 속에 집어넣고, 압정을 찌르는 등의 장면은 군대시절 경험했던 것이다.”고 영화만큼 오싹한 후일담을 들려주었다.
‘마녀’의 제작비는 겨우 3천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유 감독은 “애초에 영화를 시작 할 때 천 만원으로 시작했다. 프로덕션까지는 천 만원으로 끝냈다. 이후 후반비용 같은 부분은 김성범 피디가 많은 노력을 해 주었고, 영화진흥위원회의 후반제작 지원을 많이 받아서 영화를 완성할 수 있게 됐다. 다들 이 영화가 개봉하게 된 것에 대해 놀라고 있다. 사실 단편영화로 제작을 기획했던 영화에서 장편이 돼 버려서, 애초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게 이렇게까지 크게 돼서 사실 굉장히 얼떨떨하다. 3천만원 가지고 제작할 수 없는 게 현실인데 제가 10여년동안 영화 연출부, 조감독을 하면서 알고 지내던 지인들에게 재능기부를 많이 받았다. 그와 더불어 저도 그분들이 필요할 때 가서 일을 도와드리면서 쌓았던 인맥들의 마일리지를 다 소진하게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영화제작의 열정의 일단을 내비쳤다.
저예산 공포물답게 연기자들의 고생담도 생생했다. 박주희는 "자해장면도 많고 사람을 해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그 부분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세민의 입에 칼을 넣는 장면이 있었다. 진짜 칼이기도 했고 혹시나 손에 쥐었다 떨어뜨리거나 살짝 움직여도 입은 쉽게 다칠 것 같아서 많이 겁났다. 소심하게 했었는데 오히려 이미소 배우(세민 역할)가 적극적으로 아직 목젖까지 닿으려면 멀었다고 더 넣으셔도 된다고 해서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며 믿지 못할 제작후일담도 털어놓았다. 팀장 역의 나수윤은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세영이에게 고문을 심하게 당하는 장면이 있는데 찍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다. 설마 아프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도 압정을 찌르는 장면이나 이런 데서 압정을 다 미리 갈아두시고 해서 찍을 때는 어렵지 않게 촬영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유영선 감독은 최근 한국 공포영화계 현실에 대해 “모든 장르의 영화는 결국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정서적인 부분을 소홀히 하다 보니 공포영화 장르가 사장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바꿔보자는 사명감을 갖고 <마녀>를 만들었다.”고 호러물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밝혔다.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감독과 두 여배우는 ‘무서운 가위질’ 포즈로 영화홍보를 마무리했다.
마녀 (2014년 9월 11일 개봉예정/ 청소년관람불가/ 93분)
감독/각본: 유영선
출연: 박주희(세영) 나수윤(이선) 이미소(세민) 신예진(은정) 안선영(화영) 이익준(민호)
제작: 흰수염고래영화사 배급: 무비꼴라쥬
수상내역 :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CGV무비꼴라쥬 창작지원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