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에 대한 빗장이 공식적으로 풀리기 전 '암흑의 루트'를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되면서 국내에 수많은 재패니메이션 매니아를 양산시킨 일본 지블리 스튜디오의 걸작 '반딧불이의 묘'(火垂るの 墓, 1988)가 마침내 정식으로 국내 극장에 내걸린다. '반딧불의 묘'가 '반딧불이의 묘'로 표기가 바뀔만큼 세월이 흐른 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 지블리 스튜디오의 양대 축을 이룬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반전 걸작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는 대동아전쟁(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의 민초가 겪어야했던 미증유의 비극을 가득히 담는다.
일본 나오키상 수상작인 노사카 아키유키의 아동소설이 원작이다. 1945년 전쟁 막바지. 일본 고베의 하늘에도 미군 전투기가 폭탄을 쏟아붓는다. 그리고 14살 세이타와 4살 세이코는 전쟁고아가 된다. 집은 불타고 마을은 폐허가 되고, 패전한 일본의 국민들은 굶주림의 지옥을 맛보게 된다. 14살 오빠와 4살 여동생의 삶은 비참해진다. 전쟁고아의 삶의 마지막은 어떠했을까. 영화 첫 장면에서 결론이 내려진 상태이지만 말이다.
이 작품은 한동안 "가해자인 일본을 피해자로 그렸다."는 오해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이미 그런 시선에 대해 "객관적으로 그렸을 뿐, 일본을 정당화 시키려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군국주의 일본의 패망 뒤에 그려진 비참한 국민의 삶. 사탕 깡통에 얽힌 눈물겨운 사연이 그 동안 수많은 지블리 팬들을 울렸었다. 이번에 국내에 개봉되는 '반딧불이의 묘'는 지블리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친 것이라고 수입사는 밝혔다. 내달 19일 국내개봉을 앞두고 수입사는 포스터를 공개했다. 재패니메이션 팬에게는 이미 익숙한 이미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