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2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는 최근 67회 깐느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 상영이 확정된 우리 영화 ‘도희야’(감독 정주리, 제작 파인하우스필름 나우필름)의 기자시사회가 열렸다. 120분의 영화상영이 끝난 뒤 감독 정주리와 주연배우 배두나, 김새론, 송새벽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도희야’는 어떤 특별한 개인적 사유로 해안마을 파출소장으로 좌천된 경찰대학 출신 엘리트여경 영남(배두나)이 현지에서 열네 살 소녀 선도희(김새론)를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드라마이다. 도희는 친엄마에게 버림받고 술주정꾼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와 할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소녀이다. 영남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면서 점차 왕따와 가정폭력의 희생자인 소녀에게 동병상련의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고, 도희는 그렇게 만만한 여자애가 아니었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놀라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 김새론은 극단적 연기를 일상적으로 해내야하는 도희 역을 맡아 놀라운 성과를 보인다. 그런데 정작 이 영화는 자신이 볼 수 없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이에 대해 "출연작 대부분이 청소년 관람불가다. 스태프들과 함께 고생해서 찍으면 완성작이 나왔을 때 설레는 기분이 있는데, 그걸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며, "지금 내가 성인이 돼서 봐야 할 영화가 너무 많다"고 말해 웃음이 일었다. 김새론이 출연했던 영화 ‘이웃사람’, ‘아저씨’, ‘나는 아빠다’, ‘바비’ 등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즉각 출연을 결정했다는 배두나는 “작품을 결정할 때 굉장히 고민하는 스타일인데 이번 작품은 읽자마자 최단기간 안에 결정했다. 내가 맡은 캐릭터 보다는 시나리오를 쓰신 감독님이 굉장히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배두나가 시나리오에 끌린 것은 “당시 미국에서 ‘주피터 어센딩’을 찍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외로웠던 것 같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 속에서 영화를 찍다 보니 영화 속 외로움을 공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희라는 캐릭터에 반한 점도 있다. 누가 연기하게 되더라도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배두나는 ‘괴물’과 일본영화 ‘공기인형’에 이어 이번에 이 영화로 세 번째 깐느에 진출한다. 김새론은 10살에 출연했던 ‘여행자’에 이어 이번에 다시 깐느에 출연하게 된 ‘괴물’연기자로 훌쩍 성장했다.
도희의 술주정꾼 의붓아버지로 출연하는 송새벽은 조그만 어촌마을에서 나름 큰소리치는 동네 양아치인간으로 등장한다. 송새벽은 시나리오를 극찬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굉장히 잘 쓴 소설을 하나 읽은 느낌이었다. 무엇인가 큰 울림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섬세하지만 요동치는 영화다"라고 말했다. 김새론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현장에서 배두나와 함께 도희의 좌청룡우백호가 되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도희야’는 가정폭력, 학교‘왕따’, 외국노동자 노동착취 등의 문제를 조금씩 보여주지만 결정적으로는 우리사회의 (여성)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무지를 핵심 주제로 내세운다. 하지만 물론, 성 정체성에 대한 공감을 이끌기 위해 무리수를 두지는 않는다. 단지 한 여학생의 정상적인 삶을 위해 자신의 지위를 기꺼이 희생시키려는 어촌마을 작은 파출소 소장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담담하게 전달해 준다.
‘잔혹한 세상, 홀로 던져진 소녀’라는 메인 카피를 단 영화 ‘도희야’는 5월 22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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