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리부동 이미지캡처
‘표리부동’에서 ‘존속 살인’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을 통해 부동한 분석을 내놓았다. 표창원은 부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이유가 범죄를 숨기기 위한 은폐, 이수정은 용의자 본인이 생활하는 공간과 분리하는 합리적 선택이었다고 각각 밝혔다.
21일 방송된 KBS 2TV 시사교양 프로그램 ‘표리부동’ 3회에서는 한국의 코난 도일 ‘표창원’과 애거사 크리스티 ‘이수정’의 부동(不同)한 시선으로 전 국민에게 분노와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3번째 사건 파일이 공개됐다.
지난 2000년 5월 평화로운 일상을 깨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어느 공원에서 60대 남녀의 토막 난 시신이 담긴 쓰레기봉투가 발견된 것이다. 토막 난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한 경찰은 인근 아파트에 사는 해병대 중령 출신의 남성과 신원불명의 여성임을 밝혀냈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이들에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부부의 집을 찾아간 형사들을 맞이한 건 그들의 둘째 아들 ‘박 아무개 군’이었다.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자 열쇠 수리공을 불러 문을 열려는 찰나, ‘박 아무개 군’이 집에서 나왔다고 당시 현장을 전했다.
형사가 “아버지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부모님의 부고 소식을 전해도 잠깐 놀랄 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박 군’이 의심스러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부부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낸 후 지하철역, 동네 공원 쓰레기통, 음식물 수거함 등 총 11곳에 유기한 엽기적인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바로 명문대에 재학 중인 그들의 둘째 아들 ‘박 군’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박 군의 존속 살해 소식을 접한 그의 형의 한 마디가 더 충격적이었다. “부모를 살해한 동생을 이해합니다”. 부모를 살해하게 된 동생과 그의 범행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형. 이 형제에겐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살인 사건의 시작은 6일 전 있었던 다툼으로부터 시작됐다. 부모와 다툰 박 군은 6일 동안 방문을 걸어 잠그고 밥도 먹지 않고 심지어 화장실도 가지 않는 은둔 생활을 하게 됐다. 하지만 이런 박 군의 행동을 신경조차 쓰지 않던 부부와 박 군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지고 악화되어 결국 ‘죽음’이라는 불행을 불러오기에 이르렀다.
부모를 살해하고 토막까지 낸 이 비극적 사건을 표창원과 이수정은 부동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박 군이 방문을 걸어 잠근 6일 그 시간의 의미는 “나 좀 도와주세요. 내가 마음이 아픕니다”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들리지 않는 SOS 구조 신호를 보낸 것으로 이수정 교수는 설명했다. 표창원은 분노가 증폭되는 시간이었다고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부모에 대한 박 군의 원망과 분노는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사랑받아 마땅한 유치원 시절부터 박 군은 맞으면서 시계 보는 법을 배웠고, 밥을 늦게 먹는다는 사소한 이유들로 행해진 폭행과 방치로 인해 몸과 마음이 얼룩진 나날들을 보냈다.
이처럼 학대 피해자는 탈출구가 없는 상황에서 감정과 욕구 조절 능력을 상실하고 폭력성을 띠는 아동학대 피해증후군을 보일 염려가 있다고 했다. 공동체 안에서 가장 연약한 사람을 타깃 삼아 자행되는 정신적, 육체적 학대는 곧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는 연쇄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표리부동>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희대의 사건들을 통해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인간의 본질을 파헤치는 본격 범죄 분석 프로그램이다.
매주 수요일 밤 10시 4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