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년차 KBS 시사교양 피디 "TV속으로"
이달 초 KBS 2TV [환경스페셜 –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를 본 시청자는 ‘아담과 이브’이래로 인류가 몸에 걸친 옷에 대한 환경적 고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대량생산, 울트라패스트 ‘패션소비’ 시대를 맞아 과잉 생산되고, 대량폐기 되는 옷의 운명을 보며 대책 없는 지구인의 행동양식에 놀랐을 것이다. ‘환경스페셜 -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의 연출을 맡은 KBS 김가람 피디를 만나 방송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가람 피디는 지난 달 tvN [유퀴즈 온더블럭](2021.6.9. ‘감독의 세계’ 특집)에 나와 ‘걸어서 세계 속으로’ 제작과 관련된 재밌는 뒷이야기를 펼쳤던 그 피디이다. 그 이야기도 물어보았다.
이달 초 KBS 2TV [환경스페셜 –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를 본 시청자는 ‘아담과 이브’이래로 인류가 몸에 걸친 옷에 대한 환경적 고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대량생산, 울트라패스트 ‘패션소비’ 시대를 맞아 과잉 생산되고, 대량폐기 되는 옷의 운명을 보며 대책 없는 지구인의 행동양식에 놀랐을 것이다. ‘환경스페셜 -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의 연출을 맡은 KBS 김가람 피디를 만나 방송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가람 피디는 지난 달 tvN [유퀴즈 온더블럭](2021.6.9. ‘감독의 세계’ 특집)에 나와 ‘걸어서 세계 속으로’ 제작과 관련된 재밌는 뒷이야기를 펼쳤던 그 피디이다. 그 이야기도 물어보았다.
▷ 반갑습니다. 방송 잘 봤습니다.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김가람 피디: “[환경스페셜]은 피디가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로 기획한다. 저번 방송 끝나고 아이템 생각하다가 옷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했다. 5월에 기획하고 서둘러 만들었다.” (김가람 피디가 말한 이전 작품은 ‘침몰선의 부활-강철숲’(3월 18일 방송)을 말한다.)
▷ 방송을 보면 방글라데시와 아프리카 가나까지 뻗쳐간다.
▶김가람 피디: “처음 취재할 때는 그쪽까지 가는 아이템은 아니었다. 코로나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 방 정리를 하다보니 안 입는 옷이 많았다. 옷을 내놓으며 궁금해졌다. 과연 내가 내놓은 옷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아마 우리나라 어딘가 한 곳으로 모아져서 처리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곳으로 가서 취재하면 하나의 아이템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해외로 수출이 많이 되더라. 그래서 글로벌하게 알아보기 시작했고, 가나 현지에서 헌 옷 문제와 관련해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가나인과 미국인들을 찾아냈다. 그 분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줌으로 화상미팅하며 촬영 내용을 기획했다. 해외 촬영은 격리 기간과 방송 일정상 현지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분에게 맡겼다.”
▷ 원격으로 방송을 만들면서 어려움이 많았겠다.
▶김가람 피디: “인터넷환경이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열악한 나라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현지에서 촬영한 동영상 클립이 2천개쯤 됐는데, 한 개씩 일일이 다운 받아서 이어 붙이는 방식이었다. 편집 마감하는 날까지 동영상 클립이 도착했다.”
▷ 최근 들어 플라스틱으로 인한 지구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도가 아주 높아졌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입는 옷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시청자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김가람 피디: “나도 마찬가지였다.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일반 직장인이다. 패션과 환경 문제를 다룬 작품은 이전에도 있었다. 그런 문제들을 조금 다르게, 시의성에 맞춰 접근했다. 플라스틱 줄이자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으니, 옷도 그런 차원에서 다루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문제가 우리 가까이에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청자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고맙다.”
▷ 이전엔 폐플라스틱 수출이 문제였고, 이제는 헌옷이 문제가 된다.
▶김가람 피디: “어디선가 태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단순하게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참혹했다. 헌옷을 수출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수십 년 전만 해도 방직산업을 해야 하고, 염색공장을 해야 했으니. 그런데 이젠 가난한 나라가 그런 공정을 떠안는 구조가 되었다. 친환경을 생각해야하고 전 지구적 문제로 다가가야할 것이다. 이른바 폐기되는 헌옷을 컨테이너 채로 넘겨준다고 덥석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다. 몇 년 전에는 아프리카에서 몇몇 나라들이 더 이상 헌옷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자 미국 등 이른바 선진국에서 다른 품목의 무역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는 바람에 헌옷 수입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나라들도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우리는 친환경 제품을 생산한다’고 홍보하고 소비자들은 그런 기업을 ‘착한 기업’이라 부르며 소비로 응원하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새로운 물건이 만들어지는 순간 결국 그걸 떠안아야 하는 건 가난한 나라들이다. 친환경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그런 문제에 대해 다 같이 한번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 걸어서 세계속으로 “카메라 들고, 고프로 달고, 드론 띄우고”
KBS 사람들은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걸세’라고 한다. 익숙한 단어이다. 김가람 피디에게 그 프로그램에 대해 물어보았다.
▷ [환경스페셜] 하기 전에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했었다. 몇 개 나라를 가 보았나?
▶김가람 피디: “아르헨티나, 인도, 남아공, 루마니아, 브라질, 그리고 발트3국을 갔었다. 한 번도 안 가본 나라, 잘 모르는 곳을 갔었다. 처음 여행을 가는 설렘을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어서였다. 물론 새로운 곳을 여행하며 스스로도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걸세’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해외를 막 다니고.
▶김가람 피디: “그럴 것이다. 실제 가고 싶기도 하고. 피디제작자로 혼자서 영상도 찍고, 글도 쓰고, 사전에 준비도 하고. 자신이 보고 판단하기에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한 것을 자기 손을 하나하나 다 거쳐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다.”
▷ 제일 놀란 것은 피디가 혼자서 카메라를 몇 대씩이나 준비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드론도 직접 띄우고 말이다.
▶김가람 피디: “그 프로그램은 처음 시작할 때에는 캠코더 하나 들고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는 해외 나가는 게 흔한 일이고, 유튜브가 활성화되면서 일반인들도 해외 풍광을 담은 영상물을 쉽게 만든다. 시청자들의 높아진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프로그램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드론도 날리고, 고프로도 챙기고 짐벌도 가지고 가서 좀 더 생생한 영상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 그런데 [걸어서 세계 속으로]는 워낙 오래 한 프로그램이다 보니 이제 안 가본 나라가 없을 것 같다.
▶김가람 피디: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서 100개국 이상을 담았지만 아직 못 가본 나라도 많다. 내가 출장을 갔던 나라들도 이전에 방송이 되었던 나라들이라 어떻게 하면 좀 더 새로운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이전 방송에서 촬영했던 지역을 가더라도, 70%는 기존 방송에서 소개되지 않은 내용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 김 피디는 다시 [걸세]팀 간다면 어느 나라 가 보고 싶은가.
▶김가람 피디: “오세아니아 지역과 아랍권 국가들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다. 완전히 초보 여행자의 시선으로 여행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
▷ 그래도 언어가 중요하잖은가?
▶김가람 피디: “나의 경우에는 아르헨티나 가기 위해 스페인어를 배웠다. 조금은 알아야 여행이 도움이 될 것이다. 가서 현지 가족이랑 어울러 밥 먹으면서 ‘맛이 어떤가’ 정도는 물어봐야하니. 보통 현지 언어가 가능한 코디네이터와 함께 2명이서 여행을 다닌다. 하지만 현지 언어를 조금이라도 하면 여행이 훨씬 재미있어진다. 현지인들과 어울릴 기회도 많아지고, 좀 더 깊은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현지 방송과 인터뷰를 한 적도 몇 번 있다.
김가람 피디는 2011년, KBS가 기자와 교양다큐를 하나로 묶은 '방송저널리스트‘직종으로 뽑혔다. 38기이다.
▶김가람 피디: “입사 후 보도국에서도 몇 개월 일해보고 최종 선택하는 것이었다. 난 피디를 하고 싶었다. 학교도 언론정보학과 나왔고.”
▷피디가 더 좋은가?
▶김가람 피디: “햇빛 보는 일을 하고 싶었다.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일에 만족한다. 계속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여러 사람 만날 수 있는 직업이니.”
▷ 입사 후 어떤 프로그램을 거쳤나.
▶김가람 피디:“시사교양피디들이 거치는 프로그램들. ‘6시 내고향’, ‘TV유치원’, ‘누가누가 잘하나’, ‘생로병사의 비밀’. 그리고 중간중간에 특집방송도 하고.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가장 오래했다.”
▷ ‘정해인의 걸어보고서’라는 프로그램도 했었나?
▶김가람 피디: “아, 그건 예능국에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정해인씨가 외국에 나가는데 여행 관련 조언을 해줄 ‘걸세’ 피디를 찾길래 잠시 출연만 했던 프로그램이다.
“교양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느낀 것은 시청자들이 편하게 TV를 시청하면서 편견을 깨뜨리는 그런 프로그램이 재밌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일을 하는 수많은 일반인들을 계속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이쪽 피디들은 다른 일을 하시는 분들을 계속 만날 수 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다.”
▷ 그럼 ‘시사교양’ 피디가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한 마디 조언을 한다면.
▶김가람 피디: “다른 것보다는 편견 없는 시각을 가져야할 것이다. 그게 사람이든, 나라든 어떨 것이라고 단정 짓지 않고 만나보려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 KBS 교양피디가 tvN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출연료는?
▶김가람 피디: “출연료가 없더라. 대신 마지막에 퀴즈 맞춰서 상금을 받았다. 봉투 채 그대로 두고 있다. 사람들에게 밥 사드린다고 했는데 요즘 그러기가 쉽지 않아서.”
“그날 이야기한 것들 중에 너무 고생담만 방송이 된 것 같다. 여행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보면 그걸로 된 거다. 힘든 제작 과정을 굳이 모르셔도 프로그램을 즐겁게 봐 주신다면 그것 자체로 정말 즐거운 일이다.”
▷ [환경스페셜]과 [유퀴즈]가 방송된 뒤 친구들 연락은?
▶김가람 피디: “[환경스페셜]은 보고 충격이다, 슬프다, 눈물이 났다 이런 연락들이 있었다. [유퀴즈] 방송은 사실 본방송을 못 봤다. [환경스페셜] 만드느라 편집실에 있었는데 대학교, 고등학교 친구들, 친척까지 정말 연락이 많이 와서 나도 놀랐다.
▷ ‘침몰선의 부활-강철숲’,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에 이어 [환경스페셜]에서 만들 다음 김가람 피디의 작품은?
▶김가람 피디: “이 정도 반응이 있을 줄 몰랐다. 다음 아이템은 구상해 봐야할 것 같다. [환경스페셜]은 아이템 선정의 폭이 열려있다. 생태를 다루기도 하고, 기획 시사성도 괜찮다. 곰, 수달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다뤄오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생각지 못한 고민거리를 줄만한 아이템을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큰 꿈도, 재능도 없다고 말하는 김가람 피디는 “11년차지만 한 번도 프로그램 만드는 게 쉬웠던 적이 없었다. 늘 근근이 해내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그렇게 꾸준히 내 몫을 해 나가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