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이 작은 범죄를 저지르던 잡범에서 잔혹한 연쇄살인마로 변하기까지의 과정과 그간 단 한 번도 알려진 적 없던, 사건 담당 형사들의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7일 첫 방송된 KBS 2TV 시사교양 프로그램 ‘표리부동’ 1회에서는 표창원 프로파일러, 이수정 범죄심리학 교수와 함께 국내 마지막 연쇄살인마 강호순과 그의 범죄에 대해 낱낱이 파헤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표창원, 이수정은 강호순이 ‘어쩌다 연쇄살인범이 되었나’라는 의문에 답하기 이전, 강호순이 여성을 바라보는 비정상적 시각부터 전했다. 강호순이 실제 한 말에 의하면 그는 여성에 대해 ‘내 눈앞에 걸어 다니는 모든 여자들은 돈이었다. 거리에 버려진 휴지같은 돈’이라고 생각했다.
강호순이 한 또 다른 말로는 ‘원하면 얼마든지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유혹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저를 만난 모든 여자들은 잠자리에 만족했다. 하지만 여자에 금방 질리는 편이라 오래 만나지는 않았다. 파트너를 바꾸는 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니까’도 있었다.
이수정은 “여성을 성적 관계 말고는 다른 용도를 느끼지 못하는”이라고 강호순의 여성관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정상적 남녀관계가 존재했다는 게 이수정의 분석이었다. 이수정과 표창원은 강호순이 93년도부터 12년 동안 4차례의 법적인 결혼, 첫 살인의 희생자는 네 번째 부인이었다고 전했다.
이는 강호순 장모의 집에 난 화재 사건으로 인한 사망으로, 이수정은 “마루에 부어놓은 인화 물질이 나중에 확인되며 결국 고의적 방화 사건이라는 게 확인됐다. (강호순의) 살인 혐의가 인정됐다. 강호순은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다”고 설명했다.
강호순이 이 같은 일을 저지른 이유는 ‘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였다. 표창원은 “강호순이 이 사건이 발생하기 딱 2주 전 부인 앞으로 거액의 생명 보험에 가입했다. 그리고 네 번째 부인과는 3년 간 혼인신고 없이 동거를 했는데 방화 사건이 나기 딱 5일 전 혼인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보험금은 2005년 당시 엄청난 거액인 4억 8천만 원이었다.
표창원은 이를 정확히 ‘살인’에 목적을 둔 방화라고 생각했다. 표창원은 그 이유로 강호순이 이전부터 저질러온 보험 범죄를 언급했다. IMF 시기 강호순이 가지고 있던 트럭으로 가드레일을 일부러 들이받으며 2,800만 원의 보험금을 수령, 이후로도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에 방화를 하는 방식으로 3,700만 원 보험금을 추가로 챙겼다고. 표창원은 “아마도 부인 살인 역시 계획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수정은 “강호순은 마지막까지 ‘아내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안타까운 죽음이었다’고 주장했다”며 “불을 내긴 했는데 아내도 탈출할 수 있겠거니 생각했을 수 있다. 아내를 죽일 고의가 있는 방화였는지 아닌지는 애매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은 그 이유로 강호순의 전체 공판을 취재한 김규식 기자의 증언을 들었다. 김규식 기자는 강호순이 2009년 첫 공판이 시작된 이래 네 번째 부인 살해 혐의에 대해서만은 끝까지 부인했다며 “(네 번째 부인에 대해) ‘이쁜이, 이쁜이’하며 통곡 비슷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수정은 강호순이 네 번째 부인에 대한 입장만은 다른 여성들을 향한 시선과 약간 달랐다고 말했다. “내 자식들에게 좋은 보호자가 되어줬다고, 각별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표리부동>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희대의 사건들을 통해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인간의 본질을 파헤치는 본격 범죄 분석 프로그램이다.
매주 수요일 밤 10시 4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