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 내 아들 상길이(1TV, 2월 17일 – 2월 21일)
연통에서 새하얀 연기가 쉼 없이 피어오르는 파란지붕의 집. 백발의 어머니와 주름살 가득한 아들, 그리고 어미 소와 견공 푸리가 함께 살고 있다.
13년 전, 영감님은 먼저 북망산천으로 떠나고 세대주가 됐다는 백발의 할머니는 1911년생. 100년하고도 4년을 살아오고 계신다. 그 오랜 세월, 한말재 할머니의 또 다른 이름은 ‘엄마’.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바늘귀도 한 번에 꿰는 살림 9단! 일평생 애잔한 마음으로 자식을 품은 모정의 세월을 살고 계신다.
일흔을 앞둔 나이, 아들 상길 씨는 평생을 어머니 곁에서 산다. 어머니와 떨어져 지낸 건, 군대에 갔던 3년뿐… 그 사이 상길 씨는 사고를 당해 다른 사람이 되어
어머니 품으로 돌아왔고 평생 어머니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그게 벌써 50년도 더 된 이야기다.
매일 아침, 아들을 부르는 어머니. ‘밥 먹어라, 씻어라, 불 좀 그만 때라.’ 늙은 아기라 부르며 어르고 달래고 잔소리를 하는 104살의 엄마와 가타부타 말도 없이 묵묵히 나무를 하고 보일러에 장작불을 지피는 아들… 오늘도 작은 집은 조용할 날이 없는데…
100년이 넘는 오랜 세월을 모정으로 아들을 품은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위해 오늘도 나무를 하고 방에 불을 지피는 아들, 모자(母子)의 특별한 일상을 함께한다.
현역 엄마, 104세 한말재 여사님
14살에 시집 와 살림만 한지 어언 90여년. 104세 한말재 할머니의 이야기다. 고령의 나이에도 총총한 기억력과 야무진 살림 솜씨를 자랑하는 한말재 할머니!
바늘귀에 실을 직접 꿸 정도로 눈도 밝고 이불 바느질도 척척! 집에 먼지 앉을 틈도 없이 하루에도 몇 번씩 쓸고 닦는 그야말로 살림 9단이다.
한평생 가족의 뒷바라지만 하고 살아온 세월. 이제 살림에서 손을 떼고 자식들 봉양 받을 연세지만 그럴 수가 없다. 함께 사는 유일한 가족, 상길 씨 때문이라는데…
평생 품고 키운 아들 상길 씨. 일흔을 바라보는 아들과 떨어져 지낸 건 군대에 갔던 3년뿐. 21세 청춘의 나이로 군에 자원입대를 했던 아들은 불의의 사고로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 왔는데…
자식들 중 안 아픈 손가락이 있으랴만 가장 아픈 손가락이기에 더 따뜻하게 품을 수밖에 없다.
내 아들 상길이
“상길아! 불 그만 때. 그만 때.” 아침부터 밤까지 틈만 나면 나무 보일러에 장작을 넣는 상길 씨. 말재 할머니가 만류해보지만 상길 씨는 묵묵부답. 나무만 더 넣는다.
자다가도 일어나 장작을 넣어대는 통에 밤새 더위에 시달릴 정도라는데~
어머니에겐 곰살 맞은 말보다 열심히 불만 때는 상길 씨지만 그가 유독 챙기는 식구가 있다. 눈 한 쪽이 불편한 강아지 푸리!
손수 털을 깎아주고 사람 대하듯 말도 건다. 맹추위를 피해 산에서 내려온 너구리의 끼니까지 챙겨대니- 짐승들, 그것도 아픈 애들만 보면 챙기는 마음 착한 아들이다.
104세 고령의 나이에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의 손발이 되는 건 상길 씨! 그러나 돈도 모르고 심부름을 나갔다 하면 함흥차사다. 거기에 기억력은 어찌나 깜빡깜빡 한지, 사올 물건들을 까먹기 일쑤라는데~ 상길 씨를 심부름 보내며 말재 할머니는 ‘제대로 할 수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상길이를 부탁해
귀한 막내딸로 자라 일제의 공출을 피해 14살에 이른 시집을 온 말재 할머니. 시어머니의 고된 시집살이에 고생하면서도 4남 2녀를 낳아 키웠다. 어렸을 때부터 일을 도맡아 했던 우직한 상길 씨. 처음으로 품을 떠난 군대 3년, 순한 아들 상길 씨는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고 의지하고 살던 영감님도 13년 전에 돌아가, 지금은 모자 단 둘이 살며 일흔을 바라보는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가족을 꾸리고 손자까지 볼 나이에 여전히 말재 할머니에게 의지하며 사는 상길 씨.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의 머리를 손수 잘라주고 이가 좋지 않아 찬물에 밥을 말아 먹는 어머니를 생각해 산에서 직접 가시오가피 나무까지 해와 백숙을 끓여내는 마음 따뜻한 아들을 보며 말재 할머니는 소원한다. 건강하게 곁을 지킬 수 있기를…
엄마 나이 104세, 함께한 날 보다 이제 남은 날이 많지 않기에… 어느 날, 아들 상길 씨 곁을 떠날 날이 온다면… ‘104세 엄마’ 말재 할머니는 오늘도 간절히 기도한다. “내 아들 상길이를 부탁해.”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