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일)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파란만장 밀가루의 추억’이 방송된다.
오랫동안 우리 입맛을 사로잡아온 희고 고운 가루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 평균 하루 세끼 중 한 끼에는 꼭 먹는다는 그것, 밀가루다.
조선 시대 ‘진가루’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았던 밀가루는 전쟁 이후 원조 밀가루와 6, 70년대 분식장려운동의 시대를 지나며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위로와 용기가 되어주었던 고마운 한 끼! 사라졌던 우리 밀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오늘,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로 거듭나고 있는 밀가루 음식의 추억과 가치를 재발견한다.
초여름. 들판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주인공, 밀 수확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예로부터 밀 농사를 많이 지었다는 경상북도 예천군 풍양면에는 사라졌던 우리 밀을 다시 살리기 위해 애쓰는 농부들이 있다. 25년째 우리 밀을 재배하고 있는 전병철 씨에겐 밀이 익어 갈 때면, 밀밭을 누비며 밀껌을 씹고 밀을 베어다 불에 구워 먹던 밀사리의 추억이 어제처럼 생생하다.
■ 원조 밀가루와 부산 구포 국수 이야기
밀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기원전 100년경. 하지만 처음엔 기후와 토양이 맞지 않아 재배량이 적었다. 조선 시대에는 궁중 의례상에 오를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고 이름도 가루 중 참가루라는 뜻의 ‘진말(眞末)’로 불렸던 밀가루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건 일제강점기 이후.
부산 구포동은 일제강점기부터 제분업과 제면업이 발달했던 지역으로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염분 섞인 바람이 국수 말리기에 좋아 일찍부터 국수로 유명해진 곳이다. 구포국수가 전성기를 누린 건,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에게 보급되던 원조 밀가루가 부산항에 들어오면서부터다.
골목마다 국수 널어 말리던 옛 풍경은 보기 힘들어졌지만, 여전히 구포시장 오래된 국숫집들이 오래된 추억을 간직하며 남아있다. 부산사람들의 유별난 국수 사랑을 만들어낸 원조 밀가루, 그 혹독했던 전쟁의 아픔과 배고픔을 견디게 해준 질긴 면발의 힘을 만난다.
분식장려운동이 펼쳐지던 6, 70년대 값싼 밀가루는 가난한 노동자들에겐 없어선 안 될 주식이나 다름없었다. 밀가루를 끓는 물에 살살 뿌려가며 만들어 먹던 ‘대갈범벅’, 공장일을 하면서도 틈만 나면 바다로 나가 채취해오던 바지락살에 김치와 채소에 국수를 넣고 양을 늘려 끓여 먹던 ‘늘림국수’는 모두 가난한 노동자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고마운 한 끼였고, 고기 대신 바지락살을 다져놓고 만든 바지락만두는 가난했지만 정이 넘쳤던 만석동 사람들의 귀한 별미였다.
밀가루는 우리 근현대사의 굴곡을 함께 견뎌온 사연이 많은 식재료. 최근 건강을 해치는 음식으로 지목되면서 부침을 겪기도 했다. 밀가루를 더 건강하고 맛있게 즐기기 위한 노력이 다양한 밀가루 음식의 시대를 열고 있다. 몸에 좋은 우리 밀을 통밀 그대로 이용하고, 건강식품으로 주목받는 밀싹을 활용하는 동시에 새로운 조리법으로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새로운 밀가루 음식들.
오늘(1일)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파란만장했던 지난 추억을 품고, 밥상에 새롭게 쓰일 밀가루의 추억을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