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인터뷰에는 영화의 중요한 내용을 밝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
우경희 감독의 [열아홉]이란 독립영화가 오늘(30일) 개봉한다. 지난 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열아홉]은 음악을 꿈꾸고, 누군가 사람이 필요한,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무지 싫었던 열아홉 소정(손영주)이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위태로운 홀로서기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우경희 감독은 한국영상원 출신으로 단편 [증언]으로 주목받았고 이번에 [열아홉]으로 장편데뷔한다. [증언]에 비해 이번 영화는 훨씬 무겁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우경희 감독: “음악이 신선하게 다가갔던 것 같다. 그런데, 전주에서 상영된 것이랑 이번에 개봉되는 것은 조금 다르다.” (어떻게?) “뒷부분이 조금 달라졌다. 정리가 덜 된 것 같아서 이번에 조금 다듬었다.”
▷영상원 동기 중에 장편데뷔는 빠른 편인가?
▶우경희 감독: “연출 전공자가 많아서. ‘82년생 김지영’을 감독한 김도영 감독이 동기이다. 이 정도면 빠른 편이라고 생각한다.”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희망을 주는 작품이라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꽤 먹먹한, 어두운 영화이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었나.
▶우경희 감독: “엔딩에서 희망을 주는 것이라는 뜻에서 말했었다. 사실, 어둠과 밝음 두 다 초점을 맞췄다. 어둠에서 밝음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의 메인 카피가 ‘불안하게 자유로운’이다.”
[스포일러!] ▷우선,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
▶우경희 감독: “원래 모티브가 된 이야기는 없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 엄마의 시신을 숨긴다는 설정은 없었다. 그런 이야기를 넣으면서 조사를 좀 해보니, 그런 일이 종종 있더라.”
[스포일러!] ▷순전히 과학적인 견지에서 물어보자. 드라이아이스가 어느 정도 필요할까.
▶우경희 감독: “문과라서 잘 모르겠다. 시나리오 쓸 때 그와 관련하여 의견을 나눴다. 시신이 부패하는 속도가 빠를 텐데 어떻게 견디냐고.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아마 과학적으로 봤을 때 (드라이아이스가) 많이 필요할 것이다. 건조한 상태라면 미라가 되는 경우도 있다. 관객들이 봤을 때 저런 방식으로 유지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정도로만 이해해 주었음 한다.”
[스포일러!] ▷끔찍한 질문을 하나 더 하자면. 냄새는 어떡하나. 불시에 방문하는 사회복지사도, 남자친구 성현(정태성)도 냄새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경희 감독: “시나리오 작업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 방향제를 계속 뿌려야하나. 그런데 그건 피했다. 영화를 보면 화장실에 꽃이 잔뜩 놓여 있다. 엄마를 기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냄새를 덮으려는 장치 중의 하나이다. 굳이 강조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영화는 2008년을 기점으로 한다. 2008년에 무얼 하고 있었나.
▶우경희 감독: “대학교 2학년이었다. 시대배경을 과거로 할 이유는 없었다. 독립영화라 예산도 많지 않아서이다. 영화에서 과거의 모습을 제대로 담으려면 제작비가 많이 든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설정이 주인공은 아버지와 같이 살기 싫다는 것이다. 지금은 법이 많이 바뀌었지만 예전에 그렇지 않았다. 가정폭력의 경우 친권을 상실(박탈)하는 민법은 2013년에 바뀌었다. 엄마가 죽었을 경우 친권자 문제 말이다. 그런 것을 상정하여 그 즈음으로 잡았다.” (감독은 그러면서 잠깐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예인 가족이야기를 언급했다)
“또 하나는 2008년 즈음에 집 문제가 심각했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고 우리나라에도 '하우스 푸어’ 같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잘 알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2008년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을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우경희 감독: “장편을 처음 하는 것이었고, 2008년을 다루자니 모든 게 어려웠다. 소정과 성현이 찾는 가게를 섭외하는 것도 어려웠다. 학생들이니 당연히 햄버거 가게를 갈 것이다. 그런데 요즘 어딜 가나 무인주문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내가 그 시절 가장 많이 갔던 생과일 디저트 전문점 캔모아가 있었다. 그 당시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곳이지만 이번에 찾아보니 전국에 몇 개밖에 남아있지 않더라.”
(감독은 소정이 일하는 ‘아이스크림’ 공장을 섭외하는 것도 힘 들었다고 덧붙인다)
▷이번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한 것은?
▶우경희 감독: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나이에는 다들 지긋지긋해하며 독립하고 싶어 하더라. 나도 그랬고. 나의 경우는 인천에서 살다가 서울로 진학하면서 통학하는데 왕복 4시간이 걸렸다. 너무 멀어 자취하고 싶었다. 자기만의 공간을 꾸미고 싶은 것이다. 가구 배치도 마음대로 하고 싶었고. 대학 졸업하고 취직하면서 독립했다. 그 시절 그런 심정을 담고 싶었다.”
▷극중 성현(정태성)도 집에서 나와 독립하고 싶어 한다.
▶우경희 감독: “성현의 경우는 또 다를 것이다. 아마 일반적으로 그 나이가 되면 독립하고 싶은 모양이다. 집에 있으면 시끄럽고, 잔소리 들어야하니. 소정은 확실히 애타게 자신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소정은 성현과 가까워지면서 음악에 경도된다. 원래 음악을 하고픈 아이였는가, 아니면 음악이 피난처였나.
▶우경희 감독: “후자에 가까울 것 같다. 성현 때문에 전자악기도 해보고, 노래도 부르는데. 이 영화에서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음악을 해보고 싶다고 하는 것이다.”
▷엄마와의 이야기에서 신발이 자주 등장한다.
▶우경희 감독: “신발은 이 친구가 엄마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이다. 전하지 못한 선물 같은 것이다.”
▷배우들 연기 디렉팅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우경희 감독: “내가 연기를 해 본적이 없어 많이 물어보는 편이다. 디렉팅도 구체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만약 내가 구체적으로 하면 그것에 함몰될 것 같아서.”
▷배우들 캐스팅은 어떻게 진행되었다.
▶우경희 감독: “소정을 연기한 손영주는 캐스팅이 힘들었다. 추천을 받았다. 영화 찍을 때 고3이었다. 자기 나름대로 연기의 방향을 잡고 있는 친구였다. 아역배우들을 보면 가끔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대로, 해석하고 연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손영주는 자신의 연기 방향이 있었다. 그게 좋았다. 남자(정태성)은 다른 단편에 출연한 모습을 보고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우경희 감독은 고등학생 때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신문방송학과를 진학했단다. 그런데 “어, 여기는 아니네.”였단다. 언론사 준비도 잠깐 했다고 한다. 물론 여기도 아닌 것 같아서 그만뒀단다. 대학 졸업 후 큰 회사 홍보팀에서 광고담당 일을 2-3년 했단다. 그러다가,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영상원’에 도전했단다. 영상원에 있을 때 만든 단편이 [증언]이다.
단편영화 [증언]은 ‘여성’의 문제를 담은 작품이다. 중소기업에서 계약만료로 직장을 그만 둔 여주인공이 대기업 면접을 앞두고 경력증명서를 발급받으러 전 직장을 찾는다. 회사라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갑을관계나 개인 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부조리한 상황을 날카롭게 전달한다.
▷ [증언]과 [열아홉] 모두 시나리오도 직접 썼다. 영화를 만들면서 개인적인 경험담을 어느 정도 포함된 것인가.
▶우경희 감독: “시나리오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경험이 녹아있을 것이다. 단편에서는 구체적으로 들어간 셈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는 그렇지 않다. 그래도 아마 무의식적인 부분, 음악을 한다는 것은 들어간 것 같다.”
▷ 장편을 연출하며 달라진 게 있다면.
▶우경희 감독: “이번 영화 하면서 목표가 있었다. 이전에 단편할 때와는 작업 스타일을 많이 바꾸고 싶었다. 음악도 넣어보고. 이전에 대화가 많았다면 이번엔 대사를 많이 줄이고 싶었다. 당연히 미술에도 더 신경 쓰고.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많이 하고 싶다. 다음 작품에서는 하나씩 더 넣을 것이다.
▷준비 중인 다른 이야기가 있는가.
▶우경희 감독: “이전엔 아이템이 있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 매여 있다 보니 생각이 안 난다. 옛날엔 진짜 하고 싶었던 웹툰이 있었는데 말이다.”
▷최근 본 영화나 책이 뭐죠?
▶우경희 감독: “최근엔 영화를 거의 못 봤다. 책은 여기(인터뷰) 오면서 기리노 나쓰오의 [해피니스]를 읽었다. 추리소설인데 80%정도 읽었다.”
손영주(소정), 정태성(성현), 박희은(소정 엄마), 원미원(옆집 할머니) 등이 출연하는 우경희 감독의 장편데뷔작 [열아홉]은 6월 3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