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개막하는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는 47개국에서 출품된 258편(장편 95, 단편 114, XR시네마 49편)의 영화가 소개된다. 이 많은 영화에서 어떤 영화를 보아야할지 망설인다면 남종석∙박진형 프로그래머의 추천작을 참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우선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고르고 고른 ‘미주 및 유럽지역’ 추천작 10편이다.
그녀는 만찬에 초대받지 않았다 (원제:The Feast 감독: 리 헤이븐 존스). 영국 의회 의원인 그윈과 아내 글렌다 그리고 두 아들이 저녁 만찬을 위해 웨일스 지역의 럭셔리한 저택에 도착한다. 만찬을 돕기 위해 마을 처녀 카디가 고용되고, 만찬을 준비하면서 그윈 가족과 카디 사이에는 묘한 시선의 교차가 이어진다. 만찬의 손님들이 도착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긴장감은 예기치 못한 사건들로 폭발한다. 자본과 테크놀로지로 보호되는 도시적 가치와 영원한 미지의 영역으로서의 자연과 초자연적 힘을 대비하면서, ‘포크 호러’의 구성 원리를 서사와 이미지의 전면에 제시한다.
잭슨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원제:Anything for Jackson 감독: 저스틴 G. 다이크) 교통사고로 하나밖에 없는 손자 잭슨을 잃은 노부부 오드리와 헨리는 깊은 슬픔에 빠진다. 의사인 헨리는 잭슨을 되살리기 위해 임신한 환자를 납치해 혼을 부르는 의식을 치른다. 그러나 이 집에 찾아온 영혼은 잭슨 하나가 아니다. 노부부와 임신부는 유령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호러와 코믹의 양극을 오가는 영화의 분위기를 솜씨 있게 다룬다.
커밍 홈 인 더 다크 (원제: Coming Home in the Dark 감독: 제임스 애쉬크로프트) 고등학교 교사 호기는 아내 질, 두 아들 마이카와 조던과 함께 외진 해안으로 소풍을 나간다. 그러나 두 명의 흉악한 떠돌이와 만나면서 이들의 나들이는 악몽으로 바뀌고 만다. 사이코패스처럼 보이는 두 남자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데, 밤이 깊어 가면서 호기와 질은 이 악몽의 근원이 수십 년이 지난 오래전 사건에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뉴질랜드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로드무비 이 공포물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정의와 관계가 꼭 뚜렷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프랭크와 제드 (원제: Frank & Zed 감독: 제시 블랜차드) 고전 호러를 떠올리게 하는 고딕풍 이야기. 다 쓰러져 가는 성에서 하인으로 일하다 버려진 프랭크와 제드는 살아남기 위해 힘을 합친다. 점점 망가져 가는 몸도 문제지만, 악마의 힘을 얻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숲으로 보내 ‘피의 제사’를 벌이려는 사악한 영주의 위협도 만만찮다. 영주의 계획으로 유혈 낭자한 살육이 벌어지는 가운데, 프랭크와 제드는 보금자리를 지키고 살아남기 위해 온갖 애를 쓴다. 이 영화는 하나하나 세심한 수작업을 통해 완성된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오마쥬로서 매우 기이하고 특이한 새로운 경험을 전달한다.
살인 청바지 (원제: Slaxx 감독: 엘자 케파트) 영화의 배경은 캐나다의 의류 매장. 새로 들어온 리비는 신나게 팀에 합류해 일하는 요령을 익힌다. 하지만 회사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만 챙길 뿐 남은 신경 쓰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모든 사람의 신체 치수에 꼭 맞춰 주는 ‘슈퍼 셰이퍼’ 청바지를 출시하게 되는데, 자아를 가진 이 청바지들 때문에 낭자한 피와 잘린 팔다리와 동강 난 몸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자본주의의 탐욕을 유머와 공포로 그려낸 작품으로, B급 슬래셔 영화의 또 하나의 모습을 재치 있게 보여준다.
버추얼 리얼리티 (원제: Virtual Reality 감독: 에르난 핀들링) 한 영화감독이 성공을 위해 비밀리에 모종의 계약을 맺는다. 감독은 촬영이 끝난 영화의 첫 시사를 하겠다며 제작진과 배우들을 집으로 부른다. 이제부터, 지금껏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현실이 이들을 덮쳐 온다. 이들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익숙한 가상현실의 콘셉트를 호러영화의 세계와 접목시켜 현실과 가상, 안전과 위협의 경계가 사라지는 독특한 호러 서사 공간을 만들어 낸다.
망설이지 마 (원제: Do Not Hesitate 감독: 샤리프 코르버르) 중동 분쟁지역의 평화유지군으로 파병된 네덜란드 호송대의 장갑차 한대가 고장으로 멈춰선다. 모든 부대원들이 떠나고 에릭, 로이 그리고 토마스 세 명의 병사만 상관의 지시로 남는다. 기약없는 기다림에 지겨워할 새도 없이, 주민인 14살 소년 칼릴이 이들의 장갑차로 다가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분노를 드러낸다. 낯설음과 연민, 경계심과 긴장감이 혼재된 채, 세 병사와 칼릴 사이의 갈등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인종, 종교, 문화의 차이로 인한 전 지구적 분쟁의 조건을 개인 간의 미시세계 안에 배치하면서 그로부터 나오는 심리적 갈등과 흐름을 이야기의 동력으로 삼는다.
포르투나: 소녀와 거인 (원제: Fortuna – The Girl and The Giants 감독: 니콜란젤로 젤로르미니) 맑은 하늘 아래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회전그네에 타고 있던 소녀가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내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털며 일어나는 소녀를 포르투나라고 부르며 오토바이를 탄 한 여성이 쫓기 시작한다. 여섯 살 소녀 낸시의 꿈이다. 낸시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그녀의 진짜 정체는 거인에게 납치당할 위기에 처한 공주 포르투나라는 거다. 그리고 단짝 친구 니콜라가 갑작스러운 추락사를 당하면서 감춰져 있던 또 다른 진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포르투나: 소녀와 거인>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 온 이탈리아의 신예 니콜란젤로 젤로르미니의 장편 데뷔작이다.
핑크 클라우드 (원제: The Pink Cloud 감독: 이울리 제르바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분홍색 구름이 전 지구의 맑은 하늘을 서서히 뒤덮고, 모든 사람은 집 안에 갇혀 바깥출입을 금지당한다. 우연히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된 지오바나와 야고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거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갇혀버린 두 사람은 몇 해 동안 계속되는 격리 상태를 겪으며 커플이 되고, 부부가 되고, 아이도 낳고, 화상통화를 통해 바람까지 피운다. 이들의 관계는 제대로 지속될 수 있을까. 아니, 끝을 알 수 없는 격리 상태에서 과연 인간은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죄의 근원 (원제: Violation 감독: 마들렌 심즈-퓨어, 더스티 맨치넬리 섹션: 금지구역) 결혼 생활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미리엄은 여동생 집에서 쉬면서 지친 마음을 달래려고 고향에 돌아온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신뢰가 무너지고 미리엄은 충격과 함께 분노를 느끼며 그곳을 떠난다. 후에 미리엄은 여동생 집으로 돌아와 소름 끼치는 복수를 진행한다. 공동 감독, 각본과 주연을 맡은 마들렌 심즈-퓨어의 파격적인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로 강간에 대한 시선과 복수의 한도에 대한 맹렬한 논란을 불러올 듯하다고 프로그래머는 덧붙인다.
제25회 BIFAN은 7월 8일부터 18일까지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개최한다. 극장 중심의 오프라인 상영은 15일까지, 온라인 상영은 OTT 플랫폼 ‘웨이브’를 통해 3일 연장한 18일까지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