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도 끝도 없는 웃음이 담긴 시트콤이 넷플릭스에 상륙했다.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이하 '지구망')는 오늘도 정답 없는 하루를 사는 국제 기숙사 학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담아낸 청춘 시트콤이다. 웃기지만 슬픈 현실 속에서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다문화 청춘들을 통해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레전드 시트콤을 제작한 전설이자 앞으로 1,200편은 더 만들 수 있다는 열정을 지닌 권익준, 김정식 PD와 함께 작품처럼 유쾌한 인터뷰를 나눴다.
Q. '지구망'은 진입 장벽이 낮은 시트콤이고 만인이 즐거워할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청춘들의 공감도 많이 사는 작품인데, 어떤 이야기들을 참고하여 작품을 제작했는지 궁금하다.
권익준 - 처음부터 시트콤을 기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해외 근무를 하다가 귀국을 했는데 그 시점에 한국 사회를 보며 느낀 것이 많았다. 길거리에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는데 한국의 문화를 즐기러 오신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의 젊은이들의 경우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들어하고 나라를 떠나겠다는 말도 나왔다. 외국인들은 한국에 오는데 한국인들은 힘들어서 떠난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이런 시점에 청춘들의 이야기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넷플릭스 또한 때마침 이런 청춘 시트콤을 기획하고 있었고 우연한 기회에 만나서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 젊은이들의 삶을 심각하게 묘사한다기보다는 시트콤의 역할처럼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쉬어가는 휴식을 주고 싶었다.
Q. 다양한 문화를 다루는 시트콤인 만큼 성별이나 인종에 관한 이슈, 용어 사용과 같이 감수성이 필요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다.
권익준 - 그 부분이 기획부터 굉장히 중요한 이슈였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면이 있어서 중요한 이슈들에 둔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넷플릭스 프로듀서와도 이 작품을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고민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차별과 편견에 관한 이야기들과 다양성을 어떻게 존중해야 할 것인지를 한국 사람 입장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김정식 - 전문가분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촬영할 때도, 편집할 때도 세심하게 보려고 노력했다.
Q. 작품을 보면서 처음 떠오른 생각은 '밑도 끝도 없는데 웃기다'였다. 연출한 당사자로서 생각하기에도 웃긴 명장면이 있다면 말해달라.
권익준 - (웃음) '밑도 끝도 없다'는 말에 너무 공감한다. 그것이 가장 좋은 반응인데 말해주셔서 감사하다. 하도 많이 봐서 둔감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인물들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나오는 장면들이 좋았다. 등장인물들이 싸우는 장면이 너무 귀여웠다.
김정식 - 한현민 배우가 시즌 마지막에 머리를 자르는 장면이 있다. 현장에서 진짜 머리를 잘랐다. 그 장면이 기억에 남고 현민의 동생들의 이야기가 있는데 찍고 나서 봤을 때도 재밌었다.
Q. 독특한 매력을 지닌 캐스팅으로도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청춘들의 서사를 잘 드러내는 인물들을 캐스팅하기까지 어떤 계기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권익준 - 먼저 캐스팅된 배우들도 있었지만 나머지 배우들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최종 결과로 볼 때는 너무나 적합한 사람들을 잘 찾아낸 것 같아서 만족스럽고 기쁘다.
김정식 - 외국인들이 자국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로 이야기해야 해서 한국어를 잘 하는 20대 초반의 외국인 배우를 찾는 것이 힘들었다. 결과적으로는 대본과 맞는 사람들을 잘 캐스팅한 것 같다. 캐스팅 후에 실제 배우 색깔에 맞춰 인물이 수정됐다.
Q. 국제 기숙사 학생들의 이야기인 만큼 K-pop 문화같이 대한민국 고유의 문화에 관한 내용들도 다수 등장한다.
권익준 - 한국을 홍보하겠다는 목적은 아니었다. 요즘 많은 분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 당대 사람들이 좋아하는 문화적 요소가 한국에 있는 것 같고 그 원인을 최대한 담고 싶었고 예쁘게 그림에 넣고 싶었다. 넷플릭스 통해서 한국 콘텐츠를 많이 보는 사람들 간의 공감 형성도 될 것 같았다.
Q. 시즌 2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연출자로서 시즌 2에 대한 기대는 없는가?
권익준 - 1,200편도 만들 준비가 되어있다.(웃음) 아직은 그런 논의를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시트콤은 판타지 세계를 제시하고 그 캐릭터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시청자들이 그 사람들이 사는 세계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먼저다.
김정식 - 맞다. 하지만 1,200편도 정말 만들 수 있다.
Q. 만약 제작 계획이 확정된다면 어떠한 서사를 넣고 싶나?
권익준 - 이 작품이 최대한 잘 되어야 가는 이야기라 생각해 보진 않았다. 할 이야기는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웃음)
김정식 - 민니와 카톡을 했는데 시즌 2를 제작하게 되면 외국인 친구들이 각자의 집으로, 민니의 경우 태국 집으로 친구들과 함께 놀러 가는 내용을 담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코로나 시국이 끝나면) 다른 나라로 놀러 가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