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 티켓파워 1위를 자랑하는 김준수가 다시 한 번 머리를 빨갛게 물들이고 무대에 올랐다. 2014년 초연 무대를 시작으로 재연(16)과 삼연(20)을 거쳐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드라큘라]의 타이틀 롤을 맡았다. 브램 스토커의 소설을 원작을 한 트란실바니아의 흡혈귀 백작 ‘드라큘라’ 이야기는 그동안 숱하게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김준수의 매력은 다시 한 번 뮤지컬 팬들을 무대로 불러 모은다. 지난 달 20일 공연을 시작한 [드라큘라]의 김준수를 만나보았다. ‘시아준수’의 드라큘라라서 ‘샤큘’로 통칭되고 있다.
▷ 김준수가 연기하는 드라큘라, ‘사큘’만의 매력이 있다면?
▶김준수: “제 입으로 대답하기 부끄럽다. 조금 더 드라큘라 같은, 약간은 사이코 같은 광기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런 드라큘라를 느끼고 싶으면 샤쿨을 봐줬으면 좋겠다"
▷ 이번이 네 번째 드라큘라 무대이다.
▶김준수: “초연 때부터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저의 바람이 많이 녹아든 작품이다. 이번에 저의 공연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샤큘’이 유명해질수록 부담감이 생기기도 한다. 어느 정도 잘하나보자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매회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한다. 꼭 제 무대가 아니어도, 이 작품이 아니어도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다른 작품 사랑해주셨으면 한다.”
● “드넓은 숲 ~ 한 젊은 왕자가 살았었죠”
▷ 네 번째 시즌까지 오면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김준수: “일단 초연부터 이야기하자면. 다른 나라에 공연하는 것과 달랐다. 새로 곡들이 추가되었다. 드라큘라가 미나에게 자신이 뱀파이어가 된 사연을 들려주는 장면이 있다. 이걸 노래로 부른다. '쉬'(She)라는 넘버이다. 엘리자베스와의 관계, 400년 전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이야기한다. 한국 크리에이터가 참여한 것이라 완성도가 높다. 대본, 무대, 미술 등이 모두 최고라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이런 작업에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재연 때는 ‘리프라이즈’ 부분. 반 헬싱이 줄리아를 죽인 뒤, 내가 미나를 두고 나와 같은 삶을 살려고 한 선택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는 장면에 나온다. 원래는 이곡이 없고 바로 피날레로 이어졌는데 이게 추가되면서 이야기의 개연성을 좀 더 살린 것 같다. 삼연 때는 이제 완성작이 되었다. 영상이 들어가고 시각적으로 완벽해졌다. 그렇게 조금씩 완성도를 높인 것 같다.“
▷ ‘Fresh Blood’ 장면에서 할아버지에서 젊은 드라큘라로 변할 때의 모습에 대해.
▶김준수: “처음엔 병약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조금 더 긁히는 소리로 대사를 한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걷는데 이건 단지 노인의 모습만은 아니다. 병약한 노인이라지만 성인 몇 명쯤은 가볍게 해치울 수 있을 것이다. 웃음소리도, 인간을 가소롭게 보는 작은 제스처에 신경을 썼다. 머리는 사실 그동안 드라큘라 작품을 보면 블랙 포마드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난 피를 빨아들이는 드라큘라의 특징을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시각적으로 나타낼 수 있을까. 피를 상징하는 빨간색이 어떨까. 시즌이 계속되니 두피가 걱정되기도 한다.”
“드라큘라 같은 판타지는 뮤지컬 장르를 만났을 때 가장 큰 시너지가 난다. 강렬한 시각적 체험과 함께 강한 고음의 넘버들이 만난다. 우리나라에서는 뮤지컬에서 넘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높고 강한 넘버가 있어야 잘된다는 통계도 있다.”
▷ 공연에서 특히 좋아하는 장면은?
▶김준수: “좋아하는 장면과 넘버가 바뀌었다. 처음엔 'Loving you keeps me alive'를 좋아했다. 이 곡이 가장 유명할 것이다. 이 곡 듣자마자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심을 다해 포커스를 맞췄다. 재연 때는 'Fresh blood'였다. ‘드라큘라’의 킬링 넘버라고 생각했다. 그 장면이 주는 시각적인 느낌이 있다. 판타지 그 자체이다. 삼연 때는 조나단이 미나에게 불러주는 'Before the summer ends'를 좋아했다. 그 노래가 울려 퍼질 때 관을 타고 공중에 있는데 정말 좋다. 요새는 Train Sequence'가 이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피날레와 연결되는 중요한 신이다.”
● 매 공연, 매 회차, 매 대사에 감사하다
▷ 2010년 [모차르트!] 초연 무대에 올랐다. 많은 작품에 나왔고, ‘엘리자벳’의 토드와 ‘모차르트’, ‘드라큘라’하면 김준수가 먼저 떠오른다.
▶김준수: “‘모차르트!’는 당시 낭떠러지에 떨어진 상태였던 나에게 뮤지컬 배우란 새로운 꿈을 이루게 해 준 작품이다. ‘천국의 눈물’, ‘디셈버’ ‘데스노트’, ‘도리안 그레이’ 등 창작, 초연 작품에도 많이 나왔었다. 내게는 도전이었다. ‘드라큘라’는 뮤지컬 배우로 불리는 것에 있어서 부끄럽지 않게 도와준 작품이다.”
▷ 뮤지컬을 하며 인간 김준수의 가치관의 변화가 있는지.
▶김준수: “아마도 군에 가서 바뀐 게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상을 받거나 목표에 연연한 것 같다. 뚜렷한 목표를 향해 달려갔었다면 이젠 그런 것들이 부질없다는 생각도 들더라. 먹고 싶은 것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는 것, 이 자체만으로 행복한 삶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건강하게 탈 없이, 좋아하는 노래 부르고 무대에서 관객 분 만나는 것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 정도가 가장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여태 단 한 번도 허투루 공연한 적이 없었지만 코로나를 거치면서 이렇게 공연을 한다는 것이 소중하게 생각된다. 매회, 매씬, 매 대사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 늘 같은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김준수: “오히려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늘 하던 대로. 공연 전날은 충분히 자려고 한다. 8시간은. 공복에는 노래를 못하겠더라. 간단하게라도 먹고 무대에 오른다. 무대에서 신경을 쓴다면, 어제 보고 오늘 또 보려온 분들에게 감사함을 표시하고 싶다. 오늘도 어제처럼 부족함 없이, 색다른 느낌을 전해 주고 싶은 것이다. 제스처가 되었든 노래가 되었든. 애드리브로 조금을 기쁨을 드리려고 한다. 오늘 처음 보시는 분들도 좋은 마음으로 돌아가실 수 있게 매회 최선을 다한다.”
● 드라큘라 배우와 미나 배우
▷ 이번 시즌에서는 전동석, 신성록 배우와 함께 드라큘라 역에 트리플 캐스팅되었다. 배우들을 소개하자면.
▶김준수: “(전)동석이는 재연 때부터 함께 해서 친하기도 해서 의견을 많이 나눈다. 자기에게 맞는 중후한 드라큘라이다. 영화로 접했던 비주얼에 가깝다. 클래식하기도 하다. 신성록 배우는 어떻게 뮤지컬 무대에서는 인연이 닿지 않아 뵌 적이 없었다. 드라마를 통해 연기를 잘한다는 것은 알았는데 연습하면서 이렇게 노래를 잘 하셨나 놀랐었다.”
▷ 조정은, 임혜영, 박지연 배우가 미나를 연기한다.
▶김준수: “조정은 배우님은 미나가 엘리자베스가 정말 환생한 것처럼 연기한다. 어쩔 수 없이 드라큘라에게 끌려가는 것을 섬세하게 잘 표현해 낸다. 임혜영 누나의 미나는 재밌고, 발랄하다. 나중에 드라큘라와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하게 되는데 그것이 전반부와 큰 대비가 된다. 철부지 같은, 명랑한 미나였기에 마지막에 울부짖을 때 큰 대비가 되어 감동을 준다. 박지연 배우님은 이번에 처음 같이 무대에 오르게 되었는데 강단 있고 주체적이다. 자신이 모든 것을 선택한 느낌이 든다. 낯선 노인, 친하지 않은 남자가 다가올 때 밀어냄이 있을 텐데 그런 것이 없다. 대사도 다르다. ‘나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라고 내가 말했을 때 원래는 ‘지금 여기서요?“인데 박지연 배우는 ’좋아요‘라고 한다. 박지연 배우가 미나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알겠더라.”
▷ 엔딩에서 드라큘라가 미나에게 자신을 대신 죽여 달라고 하는데. 그럴 수가 있을까.
▶김준수: “이 작품에 복선이 있다. 줄리아는 반 헬싱이 죽였고, 루시도 아더에게 죽임을 당한다. 자기가 사랑하고 교감을 나누었던 사람의 칼에 찔러 생을 마감한다. 드라큘라도 달리 방법이 없다. 미나가 점점 흡혈귀(드라큘라)가 되어가고 있으니 드라큘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자신과 같은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드라큘라라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미나에겐 미안하지만 말이다.”
▷ 김준수 배우 공연장은 항상 팬들로 북적인다. 해외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도 볼 수 있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국내 팬들만 좋은 기회를 얻는 것 같다. 배우 입장에서는 아쉽기도 할 것 같다. 해외 팬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준수: “맞아요. 뮤지컬 할 때마다 많은 분들이, 많은 나라에서 와주셨는데 지금은 거의 한국 팬들이다. 바다 건너 올수가 없으니. 저 또한 찾아뵙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저를 많이 응원해주시는 일본, 중국, 태국 팬들이 그립다. 이 시국이 끝나면, 제가 직접 찾아뵙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 뮤지컬 배우 김준수의 꿈
▷ 이번이 네 번째 드라큘라 무대이다. 5연 무대에도 오를 것인가.
▶김준수: “물론 하고 싶다. 나를 찾아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배우로서 계속 같이 갔으면 좋겠다.”
▷ 드라큘라는 진짜 노인이 되어 연기해도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언제까지 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나. 그러기 위해 보약을 먹는다면 어떤 종류로?
▶김준수: “어제 공연에서 언더스코어로 출연 중인 윤지인 배우가 뮤지컬 100회 차 출연이었다. 공연 시작 전에 파이팅 콜을 했었다. 이번 ‘드라큘라’ 오프닝에서 ‘아아아아~~’ 하면 라이브로 부르는 배우이다. 윤 배우가 갑자기 ‘준수 1000회 때까지 해 달라고.’했다. 그때 제가 우스갯소리로 70살까지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래시 블러드’ 부를 때 메이크업과 조명이 꼭 필요할 것 같다. 젊어지는 느낌이 없다면 그만 둬야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면역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면역력 키우는 약을 복용하려고 한다.”
▷ 뮤지컬 흥행을 좌우하는 티켓파워 장인이 되었다. 10년 이상을 뮤지컬 무대를 지킨 소회가 있다면.
▶김준수: “처음 뮤지컬을 하려고 했을 때는 힘든 시기였다. 뮤지컬은 빛줄기 같은 것이었다. 편견을 가지고 논란도 있었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나는 잠시 무대를 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돌 그룹 출신으로 뮤지컬을 하는 것에 대해 욕도 많이 먹었지만 이제는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뮤지컬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 드라큘라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는 수도 없이 나왔다. 드라큘라를 오래 하셨으니 이제 ‘드라큘라’ 전문가인 셈이다. 혹시 드라큘라 영화 중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면.
▶김준수: “드라큘라 영화를 본 적이 없다. 뱀파이어 나오는 ‘트와일라잇’은 봤지만. 작품 하기 전, 개리 올드만 사진 보여주며 영화를 추천해 주셨지만 일부러 안 봤다. 만약 그 작품을 보게 되면 그 틀 안에서 못 벗어날 것 같았다. 봤다면 빨간 머리를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흡혈귀이고 피를 빨아먹는다는 어릴 때부터 들어온 정보만으로 드라큘라를 연기했다.”
▷ 요즘 김준수 배우의 고민은?
▶김준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제 몸에 맞는 작품을 택할 것이다. 예를 들자면 언젠가는 [드라큘라]에서 반 헬싱을 할 수도 있고, [모차르트]에서는 대주교나 아빠 역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이 들어서도 무대 위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 계속 뮤지컬만 하는 이유가 있나. 드라마나 영화 쪽은 생각이 없는지.
▶김준수: “그건 생각도 안 해 봤다. 초창기에는 멤버들에게 출연 의뢰가 많이 들어왔었다. 뮤지컬도 연기가 중요하지만 어쨌든 ‘뮤직~컬’이잖은가. 음악이 있으니 애착이 간다. 음악이 없고 연기만 하는 것은 결이 완전히 다른 것 같다. 뮤지컬만 하기도 벅차다. 본업인 가수도 잘 못하고 있는데 드라마, 영화라뇨.”
김준수의 '드라큘라'는 8월 1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 ‘본업인 가수도 잘 못한다’는 김준수는 8월 17일부터는 [엑스칼리버] 재연무대에서 아더왕을 이어 연기할 예정이다. 뮤지컬에 완전히 빠진 김준수이다. 이젠, 팬들이 빠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