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홍은희가 연기하면 ‘현실’이 된다.
KBS 2TV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에서 홍은희가 명품 연기력으로 ‘이광남’ 캐릭터 서사에 숨을 불어넣어 과몰입을 이끌어내고 있다. 한 평생 믿었던 엄마의 죽음 이후 어두운 진실을 알게 된데 이어 남편의 외도로 인한 갑작스러운 이혼, 그리고 선물처럼 찾아온 로맨스의 배신까지. 비현실적 이리 만큼 산 넘어 산인 광남의 인생을 섬세하고도 유려한 연기로 그려냈다.
엄마의 피살 사건 이후 광남은 아버지 철수(윤주상)를 범인으로 의심하며 부녀간 깊은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엄마의 보험 사기극이었다는 진상이 밝혀지자, 광남은 그간 자신이 보고 들었던 것들이 엄마의 계략이었음을 깨닫고 큰 혼란에 빠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특히나 광자매 중 가장 엄마와 돈독한 사이였던 만큼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광남은 이후 엄마에 대한 기억은 모두 지운 채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며 새로운 K-장녀의 탄생을 기대케 하고 있다.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광남은 또 한 번 일생일대의 위기를 마주했다. 바로 남편 배변호(최대철)가 혼외자를 낳은 것. 더불어 신마리아(하재숙)라는 초강적까지 등장하자 광남은 결국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어주며 15년의 결혼 생활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변호에 대한 마음이 아직 남아서 일까 이혼 후에도 변호, 마리아, 지풍년(이상숙)과 계속해서 부딪히는 광남의 모습은 애잔함을 자극하는 동시에 그의 앞날에 대한 열띤 응원을 이끌어 내고 있는 상황이다.
양반집 맏이로, 변호사 사모님으로 한 평생 살아온 광남에게 ‘돌싱녀’ 생활은 그야말로 현실이었다. 변호에게 받았던 위자료도 다시 돌려준 광남은 당장의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았지만, 결혼생활로 경력 단절이 된 그를 반겨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렵게 얻은 식당 보조일 조차 손에 물 한 방울 묻혀본 적 없는 광남에겐 쉽지 않았고, 결국 하루 만에 쫓겨난 그는 안일하고 이기적으로 살아온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며 그동안 참아왔던 고충을 토로해 보는 이들의 눈물샘마저 자극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옛말처럼 힘든 나날을 보내던 광남에게도 핑크빛 봄날이 찾아왔다. 과거 골프모임에서 알고 지내던 황천길(서도진)이 광남의 이혼 소식을 듣고 적극적인 사랑 공세에 나선 것이다.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고 경제력까지 탄탄히 갖춘 천길에게 광남도 마음을 열며 결혼을 약속할 때쯤, ‘오케이 광자매’ 23-24부에서는 충격적인 반전이 그려졌다. 천길이 광남의 엄마 오맹자의 상간남 아내와 짜고 사기를 치고 있었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 게다가 타깃이 광남뿐 아니라 ‘광’가네 식구 전체를 몰락시키는 거라는 사실까지 드러나자 과연 광남이 새롭게 닥친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처럼 홍은희는 매주 찾아오는 위기의 상황에서 광남이 느끼는 수만 가지의 감정들을 디테일하게 잡아내며 캐릭터의 생동감을 살리는 것은 물론 그 서사에까지 높은 설득력을 심어주고 있다. 믿기 어려울 만큼 힘든 고난을 연속으로 겪고 있음에도 그의 모습이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데에는 바로 홍은희의 입체적인 연기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시청자들의 공감과 몰입을 이끌어내며 ‘아픈 손가락’에 등극한 그가 또다시 마주한 역경을 극복해나갈 광남을 어떻게 그려낼지 많은 기대가 주목된다.
KBS 2TV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는 매주 토요일, 일요일 밤 7시 55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