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상은 올해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뮤지컬 ‘그날들’에서 여전히 젊은 경호원들과 뛰어다녔고, OCN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는 날아다녔다. 그리고 지난 4월에는 그가 감독한 영화 ‘스프링 송’이 개봉되었고 여름을 앞두고 국내 초연뮤지컬 ‘비틀쥬스’에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참이다. [비틀쥬스]는 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된다. 최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유준상과의 인터뷰가 열렸다. 유준상 배우는 이번에도 열정적을 뛰어넘어 격정적으로 작품홍보에 나섰다.
[비틀쥬스]는 1988년 개봉된 팀 버튼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들이 살던 신혼집을 지키기 위해 유령 비틀쥬스를 소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뮤지컬 버전은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였고, 이번에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이 올라간다.
▷ 뮤지컬 [비틀쥬스]는 어떤 작품인가.
유준상: “이 작품은 경험해보지 못한 유령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들이 인간 세상에서 보고 느끼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너무 외롭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말이 많다. 음악도 빠르고. 보통 때의 2배 속도인 것 같다. 그야말로 쉴 틈 없이 말을 쏟아 붓는다. 관객에게 잘 전달되게 번역을 잘 한 것 같다. 뉘앙스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단어와 문장을 끊임없이 수정했다. 수백 번 다시 부르면 고쳐나갔다.”
▷ ‘비틀쥬스’의 대사에는 미국식 유머가 많은데 한국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유준상: “고민이 많았다. 대본 분석을 하면서 이건 전 세계 누가 보아도 이해할 수 있는 코미디라는 것을 알았다. 상황이 전달해 주는 것만으로도 코미디가 된다. 메시지 하나를 하기 위해 많은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따라가면 그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지민 작가가 단어를 잘 선택하고 문장을 잘 다듬었다. 번역의 힘이 클 것이다.”
▷ 유난히 힘들었다고 말한다. 베테랑 뮤지컬 배우로서 도전해 볼 만한 작품이었나.
유준상: "마스크 쓰고 노래 한 곡 하면 숨을 못 쉴 정도였다. 춤 한번 추고 나면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이 작품을 선택하고, 연습하며 수백 번 후회했다. 그러면서 이겨내야지 다짐했다. 지금은 상태가 좋다. 관객 분들 만날 시간이 됐다.”
유준상: “연습하는 동안 가사가 계속 바뀌었다. 아주 조금씩. 단순히 대사를 외는 것이 아니라 체득해야한다. 분석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27살 때 '그리스'에서 '대니'를 맡아 새벽까지 연습한 기억이 있는데 그 순간이 떠오를 정도로 치열하게 연습했다. 새벽에 나도 모르게 일어나서 혼자 중얼거리며 가사를 반복하다 잠들었다. 그러다가 다시 일어나서 반복 연습하는 시간이었다. 이젠 홀가분하다. 완전히 체득했다. 연습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과는 침묵의 시간을 감내해야 했다. 지금은 너무 재밌고 신난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디테일에 집중할 것이다.”
▷ 팀 버튼 감독의 영화와는 어떻게 다른가.
유준상: “원작영화는 하도 오래 전에 봐서 내용이 가물거린다. 이 작품 출연하기로 결정하고 나선 일부러 그 영화를 안 본다. 뮤지컬은 영화와 달리 상당히 많은 부분을 새롭게 만들었다고 한다. 리디아와의 관계가 특히 그러하다. 고맙게도 날 오빠라고 부르며 친구처럼 대해준다. 어린 소녀와 친구가 되어 잠시나마 좋은 시간이 있다. 이게 다 유령의 계획인데. 어쨌든 스포일러라 말할 순 없지만 툭 던져주는 것이 큰 울림이 된다. 우리나라 정서에도 맞다.”
▷ ‘비틀쥬스’가 던져주는 메시지란 무엇인가.
유준상: “명쾌하다. 삶이란 것이 죽었던 살았던 명쾌하게 그려진다. 지금 코로나로 고통 받고, 우울한 우리 관객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라 믿는다. 내가 만들려는 영화에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꿈에서 본 모습을 시놉시스로 옮기면서 고민할 때 ‘비틀쥬스’ 대본을 본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명쾌하게 그렸지 하면서 감탄했다. ”
▷ 유령이 되어 무대를 장악한다.
유준상: “그렇다. 내가 손 하나 까닥하면 뒤에 펼쳐지는 배경이 다 바뀐다. 난리가 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재밌다. 무대에서 이런 것을 구현하기 위해 엄청난 장비들이 들어왔고 장치가 세팅이 되었다. 한국 제작사에서 더 많은 비용을 들여 꾸민 것이다. 근래 볼 수 없었던 무대가 될 것이다.”
“나의 대사 하나에 따라, 손짓 하나에 따라, 음향효과 하나에 따라 바뀐다. 대사를 잘못 하면 큰일 난다. 대본에 있는 대사만 쳐야한다. 그걸 맞추려면 끊임없이 연습하고 합을 맞춰야한다. 내가 손을 이렇게 올리는 것 하나에 엄청난 이펙트(효과)가 연결되어 있다.”
▷ 정성화 배우와 더블 캐스팅되었는데, 소감은
유준상: “정 배우와는 많은 작품을 함께 했다. 매 시즌이 끝나면 어때하고 물어본다. 그러면 ‘너무 힘듭니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정말 다행이다. 너도 힘들구나.’한다. 서로 묵묵히 응원해 주고 있다. 둘의 색깔이 확연하기에, 각자 독특한 매력이 있기에 관객들은 보는 즐거울 것이다. 어떤 페어로 봐도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줄 것이다.”
▷ 최근에 한국뮤지컬협회에 거액(1억)을 쾌척하셨다.
유준상: “그냥 부끄러운 마음이 드네요. 뮤지컬을 일찍 시작하여 1.5세대 뮤지컬인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시작할 당시의 열악함을 생각해 보면, 지금 대단한 발전을 한 것이다. 끝까지 무대를 지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다. ‘쇼 머스트 고온’. 쇼는 계속 되어야한다. 이런 힘든 시기에도 공연을 보고 한시름 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무대 위의 치열함으로 객석에 앉은 관객들이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난 것처럼 해주고 싶다. 내가 언제까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힘닿는 대로. 10년 이상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5년 정도? 60대에 이런 텐션 갖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무대가 날 불러줘야 하겠죠?”
▷ 요즘 많이 힘들다.
유준상: “앙상블이 연습하는 것을 보면 감탄한다. 마스크 쓰고 저 안무를 어떻게 소화하는지. 끝날 때보면 다들 거의 탈진 상태이다. 그걸 보고 위안을 얻기도 한다. 너희도 힘들구나 하면서(하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서로 힘을 얻는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될 것이다. 마스크 벗는 시기가 오면 배우들과 관객들도 신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기회가 소중한 것 같다. 무대에 서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지 새삼 느낀다.”
▷ TV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유준상에게 무대의 매력이란 무엇일까.
유준상: “어떤 매체든지 연기의 방향성은 똑같다. 하지만 공간이 주는 힘이 다 다르기에 어떻게 집중을 하는 지에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는 감정이 정말 미세하게 표현되기 때문에 그 표현 방식에 있어서 좀 더 고민을 한다. 화면으로 비춰지는 것이기에 더 작은 표현까지 신경 쓰려고 한다. 그에 비해 무대는 바로 관객을 만난다. 그것이 공연의 매력이기도 한다. 관객과 함께 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정서’를 전달해줄 수 있도록 꾸준히 반복훈련을 한다. 제가 준비한 것들을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그 자리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잡아가도록 표현한다. 어떤 매체이든 ‘앙상블’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매체별로 큰 차이를 두기보다는 이 앙상블들을 어떻게 만들어갈 지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
▷ 유준상의 아내 홍은희는 KBS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에 출연 중이다. 유준상은 문영남 작가의 [왜그래 풍상씨]에 출연한 적이 있다. 드라마 챙겨보시는지, 서로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지.
유준상: “아무리 빡빡한 연습 일정을 하고 있더라도 [오케이 광자매]는 꼭 본다. 마침 아내가 연기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하고 부분과 제가 <비틀쥬스>로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 맞닿아 있는 부분들이 있어 이런 점에 대해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유준상 배우가 가발을 6개나 바꿔 쓴다는 뮤지컬 [비틀쥬스]는 오는 18일 개막해 8월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