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를 가장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슈들 중 하나로 'N번방'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성범죄의 잔혹성 또한 급격히 진화해온 사회 속에서 수많은 성범죄자들이 자신들의 욕망을 이용해 피해자들의 성을 착취한 'N번방'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이후로 우리 사회는 얼마나 발전했는가. 그 질문에 지금의 사회는, 법은, 그리고 우리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을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문제다. 네트워크 기술이 발달한 만큼 성착취물의 공유 속도는 빨라졌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끔찍한 범죄가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가운데 영화 '#위왓치유'(감독 바르보라 찰루포바, 비트 클루사크)의 등장과 시도는 매우 반갑다. 실제처럼 연출한 세트장에서 소녀를 연기하는 배우들을 섭외해 직접 디지털 성범죄자를 잡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이 작품은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범죄자들의 민낯을 들춰내며 날카롭게 일침을 던진다. 인터뷰를 통해 만나본 제작자 필립 레문다와 출연 배우 테레자 또한 범죄의 잔혹성을 지적함과 동시에 가해자들에게 일갈하며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전했다.
Q. 영상 초반부터 오디션을 본 23명 중에 19명의 배우들이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경험이 언급된다. 놀랍다는 생각보다 공감의 감정이 먼저 들었다. 디지털 성범죄는 수면 위에 많이 드러나지 않을 뿐 주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 않나. 이러한 일상의 주제를 어떻게 영화에 옮기기로 결정했나?
필립 레문다 - 처음에는 통신사 O2에서 젊은 고객들(10~20대)를 위한 교육 영상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래서 통신사와 비트 클루삭 감독이 미팅을 했고 처음 아이디어를 나눴다. 비트 클루삭이 처음 아이디어를 냈고, 처음에 소셜미디어에 가짜 계정을 만들고 반응을 보기로 했다. 정말 많은 성인 남성들이 접근해왔고, 이 결과를 보고 단지 기업의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 아닌 극장용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Q. 배우의 경우 12세의 어린 아이를 연기해야 했기에 범죄자들을 대하며 심적으로 힘든 순간이 많았을 것 같다.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딥페이크 영상이 떠오르고 있다. 작품 속에서 남성들에게 사진을 보내기 위해 나체 사진을 얼굴과 합성해서 그렇게 만드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배우로서 그 과정에 참여하면서 힘들거나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나?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테레자 - 다큐멘터리 안에 최대한 녹이려고 노력했지만, 영화적인 연결상 또는 분량상 삭제된 장면이 많았다. 너무 많아서 어느 하나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말했지만, 합성해서 만든 누드 사진을 어떤 범죄자가 온라인상에 올리고 협박할 때, 진짜 내 몸이 아닌 걸 알아도 힘들었다. 사실 촬영을 모두 끝낸 후에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지내고 있던 때에도 남성들로부터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왔다. 나를 ‘매춘부’라고 칭하면서 내 사진을 이베이에 올려서 파는 것도 봤다.
Q. 촬영 기간 내내 범죄자들의 모습과 행동에 함께 경악하는 스태프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기도 했다. 제작자로서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였나?
필립 레문다 - 가해자들의 패턴이 있다. 예를 들어, 그들은 종종 협박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너 예쁘다', '조금 더 너의 삶을 이야기해봐' '사진 보내봐'라고 말하며 친밀감을 형성하고 나서는 협박을 시작한다. '너의 사진을 너의 엄마에게 보낼 거야', '학교에 뿌릴 거야', '선생님한테 보낼 거야', '난 그들을 모두 알아'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심리적인 상황을 이용하고 다시 협박한다. 그들은 커뮤니케이션을 잘 이끌어낸다.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속도'였다. 모든 과정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는지. 프로필 사진을 올리자마자 가해자들이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접근한다. 하드코어 음란물이 퍼지는 속도는 상상초월이다.
Q. 작품의 명장면은 단연 배우가 처음으로 정상적인 남성을 만난 장면이었다. 그는 배우에게 자신의 몸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에 배우가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지켜보던 스태프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는데 현장에 있으며 어떠한 심정이 들었나?
테레자 -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 정상적인 사람이 딱 나타나니 정말 영웅처럼 보였다. 그 당시에 모든 스태프들도 비슷하게 느꼈던 것 같다. 사실은 루카스는 그저 보통 사람일 뿐이지만, 그렇게까지 영웅처럼 표현된 상황이 슬프기도 하다. 루카스는 매우 좋은 사람이고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다. 고양이도 키우며 잘 살고 있다고 한다.
Q. 전반적으로 혐오스러운 내용들이 많이 나오지만 어린 친구들도 많이 봤으면 하는 작품이다. 범죄자가 사진을 요구하거나 옷을 벗어보라고 했을 때 그러한 범죄자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한 교육적인 내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이 관객들에게는 이 작품이 어떤 의미로 다가갔으면 좋겠나?
필립 레문다 - 우리는 (영화에 이어)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첫 번째는 체코 학교들과 교육 시스템을 위해서 스페셜 자료를 만들고 있다. 선생님들이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학생들과 토론할 지에 관한 자료다. 몇 페이지에 걸친 조언도 있다. 학생들과 영화를 보고 Q&A를 하기 위한 스크립트도 있다. 교육적인 부분이 중요하다.
두 번째로 준비하는 것은 부모들을 위한 것이다. 실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짧은 가이드다. 가해자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조종하고 학대한다. 아이들은 언젠가 그들에게 노출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준비가 가장 중요하다. 부모들이 집에서 이 영화를 같이 보고, 아이들과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힘들지만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를 신뢰해야 한다. 아이가 이런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고 가까이에서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Q. 한국에서 유명한 범죄 심리학 전문가가 "범죄를 저지르면 곧 잡힌다, 모두 너보다 똑똑하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바 있다.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 또한 같은 마음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통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성범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혹은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의 그늘에 있을 아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면 무엇이 있을까?
필립 레문다 - 좋은 질문이다.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부모님과 이야기하라. 그들이 방법을 찾고, 너희를 이해할 것이다. 만약 부모님을 신뢰할 수 없다면 친구에게 말하거나 온라인, 혹은 전화로 상담을 요청하라. 위험에 처한 10대를 돕는 단체가 많다.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미디어에서도 너희를 이해하고 너희를 도울 것이다. 부모님은 너희를 사랑한다."
가해자들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너희가 아이들에게 무슨 말이 하고 싶다면 다시 생각해라.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다면 그냥 제발 하지 마라. 북유럽에서는 정부와 NGO 단체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해자들을 선도하고 돕는 프로그램이다. 치료도 병행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심각한 문제다. 체코에서는 미성년자에게 가하는 성범죄는 가장 나쁜 범죄라고 여긴다는 것을 알아라."
테레자 - 범죄자들에게 "행동하기 전에 생각을 하고 행동하라"고 말하고 싶다. 피해를 경험한 이들에겐,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분명 주변에도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러한 경험을 이야기한다면, 분명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전하고 싶다.
한편, '#위왓치유'는 6월 3일 개봉 후 현재 극장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