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와 이번 주 방송되기 시작한 SBS 드라마에서 눈길을 끈 배우가 있다. 탕준상이다. 아마, 뮤지컬 좋아하는 배우라면 ‘빌리 엘리어트’에 출연했던 꼬마 아이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지난 주 새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탕준상이 취재진을 만났다. [무브 투 헤븐] 관련 인터뷰였다. ‘줌’을 통한 비대면 화상인터뷰였다. “안녕하세요. 탕준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고 극중 한그루처럼 예의바르게 인사를 건네며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 아스퍼거 연기를 하기가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준비했는지.
▶탕준상: “촬영 들어가기 전에 많이 공부했다. 아스퍼거 증후군과 자폐 관련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많았다. 한국말 보고 따라하는 것보다는 해외 작품의 영상을 많이 찾아보고 참고를 했다. 감독님과 함께 그루 캐릭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마다 다 케이스가 다르다. 보이는 증상의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하기에 그루는 어떻게 보여줄지 연구했다. 시선처리, 말투, 목소리의 톤, 높낮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 "한그루는 유품정리사입니다."
- ‘유품정리사’라는 것은 정말 생소했을 것 같다.
▶탕준상: “처음에는 너무 생소했다. 유품을 정리한다고? 모르는 직업이었다. 그런 게 있나 생각했다. 장례를 도와주는 직업인가? 사건사고 현장을 처리하는 직업인가? 잘 몰랐다. 대본을 읽고 나서 알게 되었다. 준비하면서 김새별 작가님 책을 읽고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되었다. 세상에 남겨진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고인을 생각하고 정리한다는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
- 이 작품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나.
▶탕준상: “김성호 감독님이 저를 선택해 주신 것이다. 대본을 읽고 감독님을 만났다. 대본이 너무 재밌고, 눈물도 많이 흘렸었다. 감독님은 내가 나왔던 영화 '나랏말싸미'에서 스님으로 나와 염불하는 장면을 보셨단다. 제 프로필에 초록색 옷을 입고 짧은 머리의 사진이 있었는데 그게 그루랑 느낌이 비슷하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캐스팅 되고나서 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 <무브 투 헤븐>에서 처음 주연을 맡았다. 소감은, 반응을 찾아봤는지.
▶탕준상: “청소년관람불가 작품이라 아직 보지를 못했다. 하지만 SNS나 인터넷을 통해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았다. 제가 전하고자 하는 진실한 마음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셔서 굉장히 감사하다. 이제훈 형과 함께 탕준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는 반응을 보고는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 대사가 굉장히 많은 캐릭터였다. 어렵지 않았나.
▶탕준상: “공부라면 죽어도 안 외워지는데 대본 속 대사는 잘 외워지더라. 상황에 몰입해서 그런 모양이다. 대사 암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았다.”
- 아스퍼거 증후군 연기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탕준상: “외부로 보이는 모습이 다를 수밖에 없다. 상황마다 감정이 달라져서 그에 맞춘 연기를 해야 했다. 낯선 삼촌이 불쑥 찾아오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지면 목소리 톤이 살짝 흥분해서 올라간다. 시선에서도 당황해하는 느낌을 드러내야했다. 많이 생각하고 고심했다. 감정의 차이를 많이 나눠서 연기를 했다.”
- [무브 투헤븐] 그루를 연기하면서 마음에 와 닿은 대사가 있는지. 작품이 자신에게 준 변화가 있다면.
▶탕준상: “그런 대사가 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상황인데 ‘아무도 없으면 외롭지만 한 명만 있어도 외롭지 않습니다.’ 그 대사가 처음부터 내 가슴에 와 닿았고 오래 기억에 남았다. 제 주위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친구들에게도 보고 싶다고, 가족에게도 사랑한다는 문자를 남긴 것 같다.”
- 한그루를 연기할 때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웠던 장면이 있었나.
▶탕준상: “대본을 읽을 때 1부에서 10부까지 매회 한 번씩은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특히 9부, 10부 수목원 장면에서는 대본 보고 많이 울었고, 찍으면서도 많이 울었다. 그루에게 너무 몰입을 해서 그런 것 같다. 눈물이 많이 나더라. ‘보고 싶습니다. 이제 볼 수 없습니다’라는 대사를 할 때 울컥 했다. 겨우 참았는데, 유품 챙기면서 아버지(지진희)가 남긴 동영상을 보면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찍고 나서 모니터를 보니 그런 감정이 보이더라. 그런 연기는 하기가 힘든 것 같다.”
- 연기 입문과정이 좀 특이하다. 뮤지컬을 하게 된 것은 본인 의지인지, 아니면 부모님이 권한 것인지. 성인이 되어도 뮤지컬을 계속할 것인지.
▶탕준상: “부모님은 제가 이런 걸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으셨다. 제가 춤과 노래를 좋아했다. 우연하게 오디션을 보게 되었고, 덜컥 ‘빌리 엘리어트’로 데뷔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 번 하게 되니 너무 하고 싶었고 재밌었다. 친구들이랑 노래 부르고 춤추니 그냥 좋았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 역할을 하는게 신났다. 무대에서 나를 계속 불려주셨다. 뮤지컬 매력을 많이 알기에 계속 하고 싶다. 영화, 드라마와 함께 뮤지컬도 꼭 하고 싶다.”
- 이제훈 배우가 연기하는 상구가 그루에게 마음을 열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는지.
▶탕준상: “이제훈 선배에게서 연기에 대해 많이 배웠다. 이렇게 저렇게 해 보는 게 어떨지 조언을 들었다. 마음을 열게 된 계기는 모르겠다. 그루는 그냥 삼촌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나(그루) 때문에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루의 순수함, 우직함에 놀라서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너무 바르고 깨끗하고 순수한 모습을 보면서 ‘아, 나도 전에 그랬었지’, ‘전에 그런 상처가 있었지’ 생각했을 것 같다. 함께 지내면서 닮아가잖은가. 상구가 그루를 닮아가며 변하지 않았을까?”
● 뮤지컬은 나의 꿈
- 7살에 데뷔 했으니 어느덧 11년차 배우이다. 뮤지컬 경력이 연기생활에 도움이 되었는지.
▶탕준상: “뮤지컬은 7살에 시작해서 초등학생 끝날 때까지 했다. TV드라마를 하면서 느낀 게 대극장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한 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극장 연기를 할 때는 몸짓을 크게, 목소리를 크게 해야 했다. 그런 어색한 습관을 버리는 게 힘들었다. 공연 연기와 드라마 연기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것 같았다.”
“뮤지컬 할 때는 너무 어려서. 그때는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또래와 공연장에 놀려가서 춤추고 노래하는 게 좋았다. 그때 습관을 버리는 게 어려웠다. 지금은 영화와 드라마를 즐기고 있다. 이것저것 알아가고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 같다. 많은 경험을 하는 게 강점이 되는 것 같다.”
- 연기를 하는데 롤모델이 있다면. 연기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
▶탕준상: “조승우 선배나 조정석 선배처럼 뮤지컬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많은 사람이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
● 라켓소년단, 또 다른 탕준상
- 드라마 <라켓소년단>은 어떤 작품인가. 맡은 역할은.
▶탕준상: “[무브 투 헤븐]의 그루와 [라켓소년단]의 윤해강은 180도 다른 모습이다. 그루는 감정 표현이 적고 귀여운 부분이 있었다면 해강은 카리스마도 있고 능청스럽기도 하다. 열심히 찍고 있다.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다.”
”‘라켓소년단’은 절반 정도 찍은 것 같다. 오늘 저녁에도 촬영 가야한다. 아직 차기작은 없다. 7월말까지는 ‘라켓소년단’을 열심히 할 생각이다.“
- 검정고시도 합격했고, 스무 살을 앞두고 있다.
▶탕준상: “대학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싶다. 어떻게 검증고시는 합격했지만 대학은 산 너머 산이다. 그것이 현재 내겐 가장 현실적인 고민이다. 수학문제 푸는 것은 좋아하지만 잘하지는 못한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배움과 지식이 부족하니 연영과에 도전해 보는 것이 목표이다.”
- 연기 말고 관심이 있는 것이 있다면.
▶탕준상: “음악 듣는 것 좋아한다. 음악을 통해 위로를 많이 받는다. 그래서 작사, 작곡을 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음악의 세계에 관심이 있고, 작사작곡을 배울 수 있다면 도전해 보고 싶다.”
- ‘유품정리사’에서 함께 연기한 이제훈 선배가 출연한 드라마 ‘모범택시’를 보았는지. 이제훈 배우의 연기에서 배우고 싶은 게 있었다면.
▶탕준상: “‘모범택시’는 무조건 본방사수로 챙겨봤다. ‘라켓소년단’에 출연하는 배우가 그 작품에 나오기도 해서 보았다. ‘무브 투 헤븐’ 촬영하면서 이제훈 선배의 연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기술적인 부분도 많이 보았다.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것, 상황을 재미있게 살릴 수 있는 것을 많이 배웠다. ‘라켓소년단’에서 그런 것을 살짝 본받았다. 저만의 방법으로 참고해서 연기를 펼치는 게 있다.”
- 잘 성장한 아역배우의 모범사례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탕준상: “과찬이시다.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너무 많다. ‘라켓소년단’에도 그런 배우가 많다. 그런 평가를 해주신다면 저로서는 영광이지만 솔직히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무브 투 헤븐]이 공개 되자마자 곧바로 SBS드라마 [라켓소년단]으로 만나는 탕준상 배우는 2003년생이다. 이제 더 많은 작품에서, 더 개성 넘치는 연기의 배우를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탕준상TMI★ 참, 이날 탕준상 배우의 한자 이름에 대해 물어보았다. 인터넷에는 탕준상의 한자이름이 다르게 나와 있다. 본인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陳俊翔’이었다. 말레이시아(화교)에서는 ‘陳’을 ‘탕/탄’에 가깝게 발음한다. ‘라켓소년단’ 제작진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실제 말레이시아 배드민턴 남자단식 선수 중에 동명이인 ‘陳俊翔’이 있다. 영어 표기는 ‘Tan Chun Seang’이다. (참고로 ‘陳’은 만다린으로는 ‘천’(Chen)으로 읽힌다. 출생신고 당시 동사무소의 행정편의주의의 소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