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밤 ‘모범택시’를 몰며 악당을 응징하고 있는 이제훈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홍보에 나섰다. 지난 14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무브 투 헤븐'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 그루(탕준상)와 ‘다른 속셈을 가지고’ 그의 후견인이 된 상구(이제훈)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은 이들에게 대신 전달하는 과정을 담은 감동의 휴먼 드라마(10부작)이다.
▷ ‘무브 투 헤븐’이 공개된 후 반응이 뜨겁다. 소감은.
▶이제훈: “드라마 ‘모범택시’ 촬영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브 투 헤븐’은 10편이 한꺼번에 공개되었다. 9회까지 보았다. 마저 다 보고, 다시 한 번 정주행 하려고 한다. 기대를 하면서도 사람들이 어떻게 봐줄까 떨렸던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공감이 되었고, 눈물을 많이 흘렸다. 제가 느낀 것이 고스란히 전달된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이런 소중한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다.”
▷ 모티브를 얻은 김새별의 논픽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읽으셨는지.
▶이제훈: “작품 때문에 직접 만나 뵙고 인사드릴 수 있었다. 영광이었다. 그분의 경험과 삶이 있었기에 이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이 크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전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무브 투헤븐’을 통해서 많이 느낄 수 있었다.”
● 이제훈은 넷플릭스를 좋아한다
▷ 이제훈 배우가 출연한 ‘사냥의 시간’은 극장 대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무브 투 헤븐’을 촬영하면서 기존의 영화 촬영 방식과 차이가 있었는지. 그리고 시리즈물이 한꺼번에 개봉되는 빈지스타일에 대한 소감은.
▶이제훈: “넷플릭스 엔터테인먼트를 좋아하고 즐겨본다.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작품을 찾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 내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나는 일이다. 이번 작품은 기존의 넷플릭스 색깔과는 조금 다르다. 넷플릭스 하면 장르 색채가 강하고 비주얼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작품은 휴먼드라마의 차별점을 보여주었다. 이런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양성을 보여준다.”
“1주일에 한편씩 나오는 것도 있지만 이번 드라마는 한꺼번에 공개되었다. 1~2회를 보다가 별로다 싶으면 그만 두기도 한다. 우리 드라마는 한 번에 계속 시청하시는 분이 많다고 한다. 우리 이야기가 흡입력이 있구나, 이야기에 공감하는 지점이 있구나 생각이 든다. 9회까지 보고 나니 왠지 짧다는 느낌이다. 이야기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바람과 성원으로 또 다른 이야기가 이어졌으면 한다.”
▷ '무브 투 헤븐'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어땠나.
▶이제훈: “아, 그게 2019년 추석이었던 것 같다. 그해 추석 명절에 몰입해서 봤던 기억이 있다. 너무 좋은 이야기였다. 함께 만드는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을 뵙고 이야기를 들었다. 이분들과 잘 만들어 시청자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읽고 이틀 만에 결정할 만큼 고민이 길지 않았다. 작품을 만드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
● 이제훈은 탕준상을 좋아한다
▷ 한그루를 연기한 탕준상과의 연기는 어땠나.
▶이제훈: “둘은 물과 기름 같아서 섞일 것 같지 않은 사람이다. 내가 맡은 상구는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다른 사람을 안하무인으로 대한다. 그야말로 비호감이다. 그런데 그루라는 순수하고 깨끗한 인물을 통해 영향을 받고 변화한다. 고인이 된 분의 사연을 통해, 그 남겨진 유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이었던 사람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이 너무나 드라마틱하다. 조상구라는 인물을 만들어가면서 저를 더 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즐거운 순간이었다. 그렇게 조상구를 창조해낸 것 같다.”
“탕준상은 저와 나이 차가 19살이 난다. 이 어린 친구와의 내가 잘 소통을 할 수 있을지, 나를 어려워하지 않을지, 내가 잘 이끌어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현장에서 탕준상 배우를 편안하게 대해주었다. 선후배 격식 가리지 말라고 이야기했고, 생각한 것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했다. 서로 의지하며 갔기에 괜찮은 케미가 나온 것 같다.”
▷ 탕준상이 연기하는 아스퍼거 연기는 쉽지 않다.
▶이제훈: “정말 그렇다. 대사도 그렇고, 화자로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게 녹록치 않다. 부담이 되었을 텐데 너무나 잘 소화해 주었다. 내가 맡은 상구라는 캐릭터는 다른 사람이 표현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런데 그루는 탕준상이 아니면 안됐다. 열과 성의를 다한 준상이가 있었기에 공감 받을 수 있는 연기가 나왔다.”
▷ '모범 택시'도 그렇고 이번 작품에서도 액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평소 운동은 어떻게 하는지.
▶이제훈: “격한 운동은 하지 않는다. 그런 것에는 취미가 없다. 배우가 직업이다 보니, 그리고 이번에 맡은 역할이 이종격투기라 보니 조금 과격하게 어필하고 싶었다. 진짜 준비를 많이 했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격투기, 복싱으로 몸을 유지한 것 같다. 촬영할 때 제가 에너지가 과했던 것 같다. 한계까지 몰아붙여서 샌드백을 치다 혼자 다치기도 했다.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저의 액션역량보다 과하게 움직여 부상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비주얼을 보여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 혹시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능숙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작가님이 역할을 좀 바꿔주셨으면 한다. 상구가 각성하고 나쁜 스포츠경기 안하고 착한 것, 사무직 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 이제훈은 자신의 작품을 다 좋아한다
▷ 이제훈 배우가 마지막에 남기고 싶은 소중한 물건이 있다면?
▶이제훈: “이 작품을 하면서 어떤 것을 남기는 사람이 될 것인가 생각을 해봤었다. 그동안 내가 출연한 DVD모음집이 될 것 같다. 몇 십 년이 지나 하나씩 꺼내보면 내가 이런 삶을 살았구나 생각하게 될 것 같다. 나라는 존재는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남들에게 보여졌었고, 남겨졌기에 나의 출연작품이 1번이지 않을까. 넷플릭스에 ‘이제훈리스트’라고 해서 내 작품모음집도 있었으면 좋겠다.”
(작품이 많다. 하나만 남겨야한다면?)
“저에게 너무나 잔인한 질문이다. 쉽지가 않네요.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지금은 ‘무브 투 헤븐’입니다.”
이제훈은 영화 '사냥의 시간', '아이 캔 스피크', '박열', '파파로티', '건축학개론', '고지전', '파수꾼' 등과 TV드라마 '시그널'과 '모범택시' 등에 출연했었다. 넷플릭스를 검색해보니 그의 출연작 중 ‘내일 그대와’, ‘무브 투 헤븐’, ‘사냥의 시간’,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시그널’, ‘파수꾼’, ‘박열’ ,‘아이캔 스피크’, ‘고지전’, ‘김종욱 찾기’가 서비스되고 있다. 와우~ [시그널]이 있다!
▷ ‘무브 투 헤븐’은 모든 세대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 그런데 ’청소년관람불가‘이다. 등급에 대한 생각은?
▶이제훈: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는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사실적 표현을 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등급을 받은 것 같다. 청소년은 아직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볼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무브 투 헤븐’의 메시지와 마음이 남겨질 것이다. 10년, 20년이 지나서 보더라도 분명 공감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 데뷔 14년 차이다. 연기에 대한 관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소중하게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면.
▶이제훈: “작품을 고를 때 내가 보기에 재밌고 흥미가 있는 작품을 선택하여 몰두했던 것 같다. 뭔가 해내야 한다는 강박과 집착이 있었다. 그때는 연기만 잘 하자라는 생각이었다. 이제는 내 연기뿐만 아니라 같이 호흡을 맞춰 이끌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함께하는 사람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느낀다. 이번 작품에 참여하며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 자세와 태도가 계속 나아갈 것이다.”
▷ '무브 투 헤븐'은 이제훈 배우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작품인가.
▶이제훈: “작품을 할 때는 맡은 인물에 대해 캐릭터라이징을 한다. 그가 어떻게 태어나 어떤 삶을 살았는지 촘촘하게 인물을 구축해간다. 그 과정에서 같이 하는 사람들, 친구들, 가족이 주변인으로 나를 둘러싸고, 하나의 사회가 되고, 세상이 된다. 그런 것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인물을 관찰하고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게 된 것 같다. 나의 이런 생각이 잘 전달 되었으면 좋겠다.”
▷ 겉으로 드러나는 조상구의 모습을 올드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데.
▶이제훈: “내가 84년생인데, 그 때 <맥가이버>가 TV에서 방영되었었다. 아주 어릴 적에 보행기에 앉아 TV에 나오는 ‘맥가이버’ 보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제훈아~’라고 부르면 싫어하는데 ‘맥가이버’라면 좋아했단다. 어렸을 때 그런 머리도 길렀다. 그 기억이 남아 상구 캐릭터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컬러도, 옷의 무늬도. ‘왜 저런 옷을 입지?’하며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오기 꺼려하는, 그런 인물을 생각했다.”
● 이제훈은 로맨스를 기대한다
▷ 상구와 그루의 연기를 보니, 앞으로도 브로맨스 연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제훈: “브로맨스뿐만 아니라 로맨스도 기대하셔라. 따지고 보니 브로맨스 연기는 했지만 로맨스는 없었던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서는 한번 해 보았으면 좋겠다. 꿈꿔봅니다. 기대해 주세요.”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이 공개되었고, 드라마 ‘모범택시’도 곧 끝난다. 작품을 통해 자신의 연기 인생을 빛내고 있는 이제훈 배우는 “소중한 작품이고, 저에게 많은 것을 남겨준 작품이다. 마른 땅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것같은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보탰다.
이제훈은 <무브 투 헤븐>의 모두 에피소드가 마음에 들지만 특히 2화를 인상적으로 보았단다. “눈물을 많이 흘렀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할머니가 남긴 편지를 보면서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고 덧붙인다. 직접 확인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