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별에서 온 아이들
(1월 20일 ~24일, 오전 7시 50분 1TV)
띵똥! 베이비박스에 아기가 들어왔다.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작은 교회에 벨소리가 울리면 이종락 목사를 비롯한 교회식구들은 바짝 긴장한다. 종락(61)씨의 아내 병옥(61)씨가 최대한 빨리 베이비박스로 가서 아기를 꺼내면 아기를 넣어 둔 엄마를 붙잡아 상담을 하고, 마음을 치유해 주는 것은 종락씨의 몫이다.
베이비박스가 설치된 교회로 언론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주사랑공동체와 이종락 목사. 그가 버려지는 아기를 보호할 유일한 방법이란 찬성의견과, 아기의 유기를 돕는다는 반대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속에서도 베이비박스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아들 은만씨를 통해 알게 된 생명에 대한 소중함 때문이다.
젊은 시절, 수완이 좋아 장사만 하면 잘 되었던 부부. 딸 지영(34)씨를 낳고, 5년 뒤 아들 은만(28)씨를 얻기까지 그들의 삶은 지극히 평범했다. 그런데 얼굴에 큰 혹을 달고 태어나, 4개월 즈음 볼에 난 상처 감염으로 뇌성마비가 된 아들 은만씨는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이후 종락씨는 경제적 부만을 쫒던 삶을 버리고
신학을 공부하여 목사가 되었고, 은만씨가 입원한 병원에서 장애로 인해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을 하나, 둘 입양해 키우면서 19명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종락씨가 장애아이들을 거둬 키운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그의 집 앞에는 부모가 버리고 간 아이들이 늘어났다. 종락씨와 병옥씨 부부는 이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2007년 겨울, 교회벽을 뚫어 베이비박스를 만들었다. 온열과 호흡이 가능한 베이비박스, 그곳을 통해 지금까지 370여명의 아기들이 목숨을 건졌다.
“아빠가 있으니 마음껏 울어라!”
버려진 아기들이 마음껏 울 수 있도록 자신의 품을 기꺼이 내주는 아빠 종락씨. 그의 꿈은 바로 더 이상 베이비박스가 열리지 않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친부모가 기쁘게 자신의 아기를 키우는 세상을 소망하며, 눈물로 씨를 뿌리는 가족의 탄생! 생명이 살아나고, 기적이 일어나는 현장을 함께해보자.
# 슈퍼맨 아빠와 기적을 만드는 아이들
이종락씨의 자녀들은 모두 19명이다. 그 중에 입양한 아이들은 17명인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장애를 안고 태어났지만 저마다의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적장애와 지체장애가 있지만 상희(19), 설(21)이는 밝게 잘 자랐다. 뇌성마비가 있는 나단(14)이는 몸 가누기 힘들어도 제 감정표현은 확실히 하는 아이가 됐다. 루리(13)는 손가락과 발가락에 문제가 있는 사지기형으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죽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부모님의 보살핌으로 그것을 이겨냈다. 이제는 축구를 가르쳐주는 목사님이 되고 싶다는 루리. 아빠를 존경하고,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 목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다. 그런 루리와 하루 종일 아옹다옹 하는 아이는 ‘엄마 껌딱지’ 사랑(11)이다. 사랑이 또한 대수술을 통해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는데, 엄청난 수술비를 후원과 빚으로 감당해낸 부모님의 사랑을 알기에, 엄마의 심부름도 척척이다.
믿음(10)이와 평강(8)이 또한 아옹다옹하는 형제. 지적장애가 약간 있지만 동생들을 위해 무엇이든 양보하는 믿음이는 오른팔이 팔꿈치까지만 있는 평강이에게 맞을 때가 많다. 무엇이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손으로 해내는 평강이는 아빠에게 잘 이르는 고자질쟁이이기도 하지만, 훌륭한 과학목사를 꿈꾸는 똑똑한 어린이다.
다운 증후군인 은혜(9), 온유(8), 진리(8)는 서로를 살뜰히 챙기고, 틈만 나면 장난을 쳐서 혼나는 장난꾸러기들이기도 하다. 귀여운 사고뭉치들이 만들어내는 시끌벅적한 하루하루를 감당하다보니, 환갑인 아빠 종락씨는 점점 체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사실 종락씨의 어깨는 탈골되고 인대가 늘어나 팔을 들기도 힘든 형편인데… 그래도 씩씩하고 밝은 아이들로 키우고자 힘을 내서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 한 알의 밀알처럼 떨어져 열매를 내는 가족들
큰 딸 지영(34)씨가 6살이었을 때, 은만(28)씨가 태어났다. 태어난 지 4개월 됐을 무렵 볼에 난 작은 상처가 파상풍으로 번져, 결국 뇌성마비로 누워서 지낼 수밖에 없게 된 은만씨.. 종락씨와 병옥씨 부부는 아들 은만 씨에게 늘 미안한 마음뿐이다.
병원에서도 포기하라고 했던 아들의 생명을 놓지 않기 위해 수없이 기도했던 종락씨는 그 후 경제적 부유함을 인생의 가치로 생각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신학을 공부하여 목사가 되었다. 아내 병옥씨는 이런 남편의 뒤늦은 신학공부 뒷바라지와 가정경제를 책임지기 위해 고된 식당일, 아픈 아들을 돌보느라 힘든 세월을 보냈다. 지금도 남편 종락씨의 뜻을 따라 아이들을 입양해 키우고, 베이비박스까지 신경 써야 하니 여전히 고달픈 삶이다.
어릴 때부터 동생 은만씨를 챙기며 학교생활을 했다는 지영씨. 살가운 말조차 인색한 아버지에게 섭섭한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른이 돼서도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등 다양한 자격증을 따고 사회생활을 준비했지만 번번이 아버지의 급한 호출로 직장일보다 집안일을 먼저 도와야 했기에 직장생활을 포기해야만 했고, 이런 집안 사정을 이해해줄 남자가 있을까하여 결혼 생각도 없어졌다.
가족의 희생을 알면서도, 비장애인인 아내나 딸보다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이 우선이라는 종락씨. 이런 종락씨 때문에 지금도 가끔 섭섭하기도, 힘들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종락씨의 뜻에 따라주는 아내와 딸.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을 정말 잘 키우는 것이 이 가족의 꿈이다.
# 베이비박스를 지속해야만 하는 것은
베이비박스는 아기가 버려지는 곳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 그래서 세간에는 베이비박스가 유기를 조장한다는 질타와 의혹도 있다. 그러나 베이비박스는 생명을 살리는 곳이란 종락씨의 생각은 확고하다. 진짜 유기는 베이비박스가 아니라, 보호받지 못할 곳에 아기를 버리는 행위라는 것.
2년 전, 사람들의 질타로 상처받았던 종락씨와 병옥씨 부부는 이틀 동안 베이비박스를 닫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베이비박스를 닫은 그 때 사람들이 대문 앞에다 아기를 놓고 갔고, 아기는 베이비박스가 없었던 때처럼 추위로 얼어 죽을 뻔했다. 그 때 충격으로 교회식구들은 절대 베이비박스를 닫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넣고 가는 엄마를 붙잡으면, 종락씨는 반드시 상담을 하고 돌려보낸다. 아기를 다시 되찾아갈 수 있는 기회와, 돌아가는 발걸음의 무게를 가볍게 할 방도들을 제시해 주기 위해서다. 버려진 아기뿐만 아니라, 아기를 버려야 했던 엄마들의 상처까지 보듬어주려는 종락씨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이곳에서 아기를 맡겨 놓거나 분유와 기저귀를 제공받다가 완전히 독립해 아기와 함께 생활하는 미혼모들도 많다.
주사랑공동체에는 베이비박스에 들어왔던 아이들 중에 몇 명이 여전히 남아있다.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다온이(4)도 베이비박스 출신의 아기. 친모를 찾았지만 친모의 친권 포기로 위탁육아를 하고 있지만 곧 양부모에게 입양 보낼 예정이다. 자신도 모르게 다운증후군인 아이들의 행동을 따라하는 다온이를 보며 이별은 아파도 정상적으로 행복하게 클 수 있는 가정을 찾아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다온이와의 이별을 준비하며 가족들은 모두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