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승연이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에서 ‘혼자 사는 사람’의 고독한 도시라이프를 연기했다. 공승연은 이 영화로 최근 열린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부문 배우상을 수상하며 10년 연기인생에서 처음으로 연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19일 영화개봉을 앞두고 언론매체 연쇄 인터뷰에 나섰다. 물론, 코로나여파로 화상인터넷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공승연은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 아무와도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 홀로족을 연기한다. 아버지와의 관계도 소원하고, 아파트 이웃주민과도 담을 쌓는다. 직장(카드회사 콜센터)에서도 철저히 자기만의 공간에 움츠리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
● 또 다른 도전, '혼자 사는 진아'
- 대사나 연기의 방식의 굉장히 제한되어 있는 캐릭터이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어땠나.
공승연: “처음엔 정말 이 대본을 나한테 준 것인가 생각했었다. 제 얼굴이 진아와 어울릴까 싶었다. 대사도 많지 않아 연기하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가 걱정했다.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하며 수정해 나갔다.”
- 진아는 어떤 캐릭터인가. 본인과 닮은 구석이 있나.
공승연: “저와는 결이 다른 친구였다. 하지만 누구든 살아오면서 한 번쯤은 그렇게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 감독님이랑 많은 대화를 나눴었다.”
- 메이크업도, 의상도 그 동안 보여준 ‘공승연’ 배우의 아우라와는 많이 다르다.
공승연: “외적인 준비를 하지는 않았다. 메이크업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내추럴 보이길 원했다. 옷도 마찬가지였다. 현장에서 감독님 옷을 입고 찍었다.”
- 연기를 하며 가장 어려웠던 것은.
공승연: “아, 흡연연기. 이 작품을 찍으면서 한 달 정도 담배 피우는 것을 연습했는데. 힘들었다. 마지막 컷을 찍으며 담배를 버리는 게 행복했었다. 아마 영화를 보시는 분이 흡연 장면이 아쉽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 연기생활 10년에 장편영화 첫 주연 작품이다. 드라마 찍을 때와 달랐던 점이 있었다면.
공승연: “확실히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 감독님과 밥도 같이 많이 먹고, 궁금했던 것은 바로 물어볼 수 있었다.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드라마는 촬영시간에 많이 쫓겼었는데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 직업이 콜센터 상담직원이다. 시사회 간담회 때 동생 이야기도 잠깐 했었는데, 사전 준비 작업은?
공승연: “동생이 콜센터에서 잠깐 아르바이트를 했기에 경험담을 이야기해주었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지는 않았었다. 힘들었던 모양이다. 집에서 많이 울기도 하고 푸념도 많이 늘어놓았었다. 유튜브로 관련 동영상 많이 보고 따라 연습했다. 아이패드로 제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
- 공승연 배우가 실제 전화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는지.
공승연: “영화 찍을 때 그런 홍보 전화 걸려오면 주의해서 많이 들으려고 했다. 그때 IPTV 설치 관련하여 상담을 받았는데, 좋은 상품 소개해 주셨다.너무 친절하게 해주셔서 감사했다. 말투나 이런 것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공승연 배우는 이른바 ‘진상고객’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였다.
“이야기 들어보면 정말 많은 분들이 있더라. 각기 사연은 있을 것이다. 영화에 나오듯이 명세서를 세세히 읽어달라고 요구한다거나, 욕을 한 바가지씩 퍼붓는 사람. 상담원의 인격을 건드리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 공승연의 삶, 진아의 삶
- 영화를 보면 아버지와의 관계가 적절하게 설명되어진다. 배우가 생각한 극중 모녀관계는 어떻게 설정했는가.
공승연: “아마도 진아는 사회생활을 시작하자마자 독립해서 자취를 시작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외도로 가출을 했고, 아버지와 예기치 않은 이별을 했고, 제대로 인사조차 못하고 아버지와 헤어졌다고 생각했다. 학교생활에서도 친구들과 그렇게 헤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소극적이었을 것 같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지 않은 아이였을 거라 생각했다. 엄마와도 그 후부터 데면데면한 상태였고 독립해서 혼자 살아오던 상황에서 엄마와도 작별 인사도 없이 헤어진 상황이라고 설정했다. 그렇게 누군가와 이별하는 게 가장 어려운 사람으로 쌓여왔던 것 같다. ”
- 그럼 진아는 이후 어떻게 살아갈 것 같은가.
공승연: “진아에게 드라마틱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보다 시야를 넓혀서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을 둘러보면서 살아가야지 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굳이 관계를 열심이 맺어야지 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오는 관계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어 갔을 것 같다.”
- 최근 전주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했다. 여전히 (트와이스의 멤버인) ‘정연의 언니’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공승연: “10년차 배우에 걸맞은 배우인지는 잘 모르겠다. 상을 받아 너무 기분이 좋았다. 무언가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다시 배우인생을 시작하는 원동력이 될 것 같다. 앞으로 더 잘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열심히 연기활동을 하겠다.”
“ ‘정연의 언니’ 이야기는 너무 좋기도 했다. 동생이 성장하면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구나 생각이 드니 뿌듯하다. 여전히 정연이 질문이 빠지지 않고 나오니 씁쓸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제 둘이 계속 열심히 일하는 일만 남았다.”
● 공승연, 연기는 계속 된다
- 영화 [핸섬 가이즈]와 드라마 [불가살] 등이 대기 중이다. 차기작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공승연: “단편영화 <애타게 찾던 그대>와 <러브 식>에 출연했다. <핸섬 가이즈>는 올해 하반기에 개봉된다. 하반기에 영화로 또 뵙겠습니다. 올해는 아주 행복하고 풍족한 해이다. 21년입니다. 차기작은 tvN드라마 [불가살]까지만 확정된 상태이다. 좋은 작품을 찾고 있다.”
- 10년 되었으니, 배우하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가. (공승연 배우는 아이돌 데뷔를 준비하는 연습생 생활을 7년이나 했었다. 가수가 아니라 연기자로 인생항로를 바꾼 셈이다)
공승연: “그동안은 내가 한 연기를 제대로 못 봤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배우를 안 했으면 뭘 했을까. 할 줄 아는 게 연기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배우 하기 잘했다고 생각한다.(웃음)”
공승연은 이번 영화를 2번 보았다고 한다. "처음 볼 때는 주로 아쉬운 내 연기만 보였다. 2번째 볼 때는 넓게 보려고 노력했다. 실제 감독님 연출과 의도도 보이고 주변 인물들도 눈에 들어왔다. 3번째는 또 다르게 보이기도 할 것 같다. 계속 궁금한 영화다."고 말한다.
'혼자 사는 진아'의 삶을 연기한 공승연은 "(영화 속) 진아는 혼자 사는 게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점점 자신의 외로움에 대해 깨달은 것이다. 누군가와의 이별의 감정이 싫어서 그 방어기제로 선택했던 것이다. 진아에게 ‘혼자 산다’라는 것은 '혼자 관계를 맺어가면서 산다' 쯤 아니었을까."
아마도 영화를 두 번 보면, '혼자 사는 외로움'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공승연, 정다은, 서현우 주연의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5월 19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