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의 윤여정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는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아칸소 주로 떠난 한인 가족의 이야기를 조명한 작품으로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바탕이 됐다. 가장의 무게를 진 제이콥(스티븐 연)과 그의 아내 모니카(한예리 분)의 갈등, 그리고 장모님인 순자(윤여정 분)가 등장하며 생긴 가족들 사이의 미세한 균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순자 역을 맡은 윤여정은 외국에 처음 발을 내딛은 할머니의 감정부터 손자를 대하는 어린 시절의 추억까지 떠올리게 만드는 호연을 펼치며 세계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브래드 피트가 여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섰다. 수상자가 호명됐고 그 주인공은 윤여정이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수상 소감을 시작한 윤여정은 "브래드 피트 씨. 드디어 만나게 돼 반갑습니다. 털사에서 '미나리'를 촬영하는 동안 어디에 계셨나요? 그래도 만나서 영광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라며 장내를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대체로 저는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살고 있어 아카데미상은 텔레비전으로만 보았습니다. 여느 다른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다를 바 없었죠. 하지만 이 자리에 혼자 서 있을 수 있다니 믿기지 않네요"라며 놀라운 마음을 표현했다.
더불어 그는 겸손한 자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자신 외의 후보들을 가리키며 "여우 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다섯 명 모두 각각의 영화에서 수상자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영화에서 제각기 다른 역할을 했기에 서로 경쟁한 게 아닙니다. 오늘 밤, 저는 아마도 당신들보다 운이 조금 더 좋았을 뿐입니다"라고 겸허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그는 "제 두 아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제게 나가서 배우 일을 하라고 다그쳤던 애들이죠. 사랑하는 아이들의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해서 이런 상도 받았네요. 그리고 저의 첫 감독님이셨던 김기영 감독께도 감사드립니다. 매우 천재적인 감독님인데 제 첫 영화의 감독이셨죠. 살아계셨다면 저의 수상을 매우 기뻐해 주셨을 겁니다."라며 가족들과 자신을 믿어준 김기영 감독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했다.
한편, 순자 역을 맡은 윤여정의 놀라운 연기가 담긴 영화 ‘미나리’는 현재 극장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