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은 2017년 여름 <청년경찰> 개봉을 앞두고 기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군대를 간 뒤 그가 출연했던 <기억의 밤>이 개봉되었다. 강하늘은 제대 후 <동백꽃 필 무렵>으로 화려한 컴백을 했고 곧바로 연극 ‘환상동화’로 무대에도 올랐다. 최근에는 <달이 뜨는 강>에서 온달의 아버지 온협 장군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 강하늘이 출연한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조진모)가 다음 주 개봉한다. 천우희, 강소라와 함께한 이 영화는 ‘아날로그 소품’과 ‘예쁜 추억’으로 가득한 멜로드라마이다. 강하늘을 4년 만에 만나 영화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ZOOM’으로 진행된 화상인터뷰였다. 홍보사가 카메라를 준비할 동안 강하늘은 화면 한쪽에서 손가락으로 장난스레 브이 포즈를 취하며 유쾌하게 “안녕하세요. 이거 이렇게 하는 것 맞나요?”라고 입장했다.
● 강하늘, 청춘을 돌아보다
- 어느 영화에 나오던 강하늘은 그 캐릭터와 닮은 것 같다. ‘동주’나 ‘청년경찰’ 속 강하늘과 ‘비와 당신의 이야기’ 속 강하늘의 차이와 공통점이 있다면.
강하늘: “영화 속 인물과 닮았다면 칭찬인 것 같아서 감사드린다. 겉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자신의 안쪽에 더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이번에 내가 연기한 영호라는 인물을 편안한 모습으로 자신을 더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강하늘이 지금보다 좀 어렸을 때 어떠했을까 표현했다. 개인적으로 겉으로 확실하게 표현하는 걸 더 좋아한다.”
- 영화를 찍으시면서 자신의 20대 초반의 모습을 많이 투영했는지.
강하늘: “20대 초반 때는 한창 공연하고 뮤지컬 할 때였다. 그때는 하루하루가 시험대에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어린 나이에 공연을 시작했으니 실수를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다들 믿고 저를 써주셨으니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그게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은 아니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20대 초반에는 그렇게 살았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릴 때부터 잘 웃는, 그때나 지금이나 성격상 달라진 것은 없다.”
- 강하늘씨에게 간절한 기다림은 있는지.
강하늘: “하하. 개인적으로 간절하게 뭘 바라는 성격이 못된다. 재밌게 사는 사람이라. 내게 충격적인 기다림 같은 것은 딱히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참, 이 영화를 부모님이 무척 보고 싶어하신다. 보여드릴 날을 기다린다. 재밌게 보셔야 할 텐데”
● 영호, 소희를 기다리다
- 소희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어떤 느낌이었나.
강하늘: “실제로 누군가를 기다린다면 어떤 감정일까. 그 흐름을 생각해 보았다. 처음엔 설렘보다는 긴장일 것이다. 막상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그러다가 기다림이 길어지면 분노, 원망이 될 것이다. 그러다가 또 모든 것을 초월하는 어떤 감정이 되었을 것이다. 그 감정을 담아보고 싶었다.”
- 영호와 소희 만남이 이루어질까, 이루어지지 않을까.
강하늘: “감독님을 처음 만나 뵙고 물어봤다. 결론을 바꾸실 생각인지. 저는 바꾸지 않았으면 한다고 그랬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부분이 너무 좋았다. 쉽게 말해 열린 결말일 것이다. 그게 우리 영화의 톤에 더 맞는 것 같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여러 가지 장애물을 넘어 만나는 것도 감동적이겠지만. 이렇게 열어놓은 게 더 좋더라. 만족한다.” (영화는 결말 뒤에 더 영화적인 장치를 심어놓는다!)
- 촬영 현장에서 천우희 배우와 만나면.
강하늘: “항상 목소리만 듣고 연기를 했다.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게 된다. 촬영장에서 만났을 때 서로 말 놓기로 했었다. ‘누나 안녕’하기로 했는데, 만날 때마다 ‘안녕하세요’ 그랬던 것 같다. 같이 나오는 장면은 없지만 현장에서 마주치고 인사한 경우가 꽤 있다.”
● 청춘의 드라마, 성장의 이야기
- 강하늘 배우가 생각하는 이 영화는?
강하늘: “가족, 아버지, 형, 미래에 대한 고민, 학업스트레스 등이 나온다. 그 과장에서 영호의 성장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수진과 소희와의 관계도 있다. 좋아한다거나 안 좋아한다는 식의 딱딱 끊어지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저 사람을 좋아한 것인가라고 톤을 맞추는 것 같다. 그렇게 이해하고 영화를 봤다.”
“영화의 성장, 로맨스, 멜로라고 해서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어떤 장애를 극복하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서로의 관계가 보완해주고, 서로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다. 서로의 삶에,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다른 영화와 차별되는 것 같다.”
- 이 영화가 공연으로 옮겨진다면 또 다시 영호를 연기할 것인지.
강하늘: “무대 공연으로 옮겨진다면 기획을 할 것 같다. 역할은 저보다 더 잘하실 분에게 맡기고 싶다. 우리나라엔 잘하시는 분들이 많다. 영화에서 했던 역할을 똑같이 하면 재미없을 것 같다. 아, <번지점프를 하다>도 영화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졌었네요.”
- 연기자로서 해외 진출의 생각이 있는지.
강하늘: “영어학원부터 끊어야 할 것 같다. 가능성이 있다면 고려를 해야겠죠. 지금은 자막 아니면 가능성이 없다. 딱히 해외 진출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 극중 영호처럼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한 적이 있는지. 용기를 갖고 과감한 결정이나 판단을 내린 적이 있는지.
강하늘: “그러고 보니 진지하게 고민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웃으면서 재미있는 것 찾으려고 노력했다. 운이 따랐던 것 같다. 드라마 <최강 울 엄마>(2007)할 때 드라마와 공연이 겹쳤다. 그런데 공연을 더 하고 싶었다. 큰 용기를 내어 피디님께 제가 선택이 안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때 용기를 내기를 잘 한 것 같다.”
- 극중에 부산 장면이 있다. 부산 로케에서 기억이 남은 부분이 있다면.
강하늘: “부산이 고향이다 보니 항상 웃을 수 있는 곳이다. 언제 가도 반갑다. 부산에서 촬영할 때는 숙소에서 머문 적이 없다. 하루는 친척 형집, 하루는 이모네. 이런 식으로. 맛있는 것 많이 먹었다. 물떡이 맛있었다. 광안리 가면 맛있는 우동집 있다.”
● 아날로그 감성, 지금도 유효하다
- 이런 영화는 [기쁜 우리 젊은 날]이나 강석우 주연의 [겨울나그네] 감성이다. 애틋함과 기다림, 풋풋함이 묻어난다. 영화에 나오는 그런 아날로그적 감성이 요즘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강하늘: “이 영화는 단순히 소품, 배경, 풍경만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두 영화는 안 봤지만 제목은 들어봤다. 분명 명작일 것 같다. 내가 본 것으로 말자하면 <8월의 크리스마스>나 <접속>, <시월애>, <번지점프를 하다>일 것이다. 이런 영화를 내가 좋아한다. 아날로그적 감성이라는 것은 세대를 뛰어넘는, 관통하는 감정이 있는 것 같다. 내가 그런 세대도 아니면서 말이다. 영화에서 영호가 편지를 쓸 때 느끼는 설렘은 요즘 세대는 다른 방식으로 느낄 것이다. 카톡을 길게 쓴다든지 DM을 길게 쓴다든지 말이다. 분명,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 출연작품은 어떻게 고르는 편인가. 드라마도, 영화도, 공연도 열심히 한다. 자신이 느끼는 각각의 매력은 무엇인가.
강하늘: “시나리오를 집중적으로 본다. 앉은 자리에서 다 보게 되는 작품은 좋더라. 연극은 현장성과 일회성이 매력적이다. 공연할 때의 느낌, 다시는 그 순간이 올수 없다는 사실이 매력적이다. 영화는 내가 캐릭터나 작품에 대해 고민한 것을 하루에 찍어버린다. 내 인생에서 다시 만날 수 없는 감정과 컨디션으로 카메라에 담아내야하는 그 긴장감이 매력이다. TV드라마는 한 인물이 가지는 감정을 길게 이끌고 간다는, 장거리 달리기 같은 느낌이다.”
- 최근에 강하늘이 느끼는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은 무엇인지.
강하늘: “정말 이 영화를 많이 기다렸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니 새롭더라. 요즘 극장에 가는 일이 적으니 더욱 그렇더라.”
● 쉬엄쉬엄, 치열하게, 그리고 즐겁게
- 20대의 강하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하늘: “조금씩 쉬엄쉬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 또 하나. 군대는 20대 초반에 갔다 와라. 그게 승자다. 하하하.”
- 최근에 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 나왔다. 혹시 온협이 아니라 온달 역할을 하고 싶지는 않았나. 아니면, 두 배역을 다 소화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강하늘: “일단 저는 ‘달뜨강’ 대본이 너무 재밌었다. 온달과 평강의 이야기를 이렇게 볼 수 있구나 흥미로웠다. 스케줄 때문에 못하게 된. 이 작품에 참여해서 덕은 못 보더라고 해는 끼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출연했다.”
- 차기작 계획은, 데뷔 15년 배우의 각오는.
강하늘: “차기작은 영화가 몇 편 있다. 공연도 항상 생각 중이다. 좋은 작품 있으면 무대에 오를 것이다. 벌써 15년이네요. 연기를 하면서 작품 보다 제가 드러나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 작품 속에 내 역할이 있는 것이라는 자세로 연기에 임한다.”
군에 가기 전 <청년경찰>로 기자들과 인터뷰할 때는 기자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던 강하늘 배우는 화상인터뷰에 대해 “너무 감사드립니다. 얼굴 마주보고 인터뷰해야하는데, 마치 유엔 회의하는 것 같았습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