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이 어떻게 됐나? 당신은 어떻게 매일 예뻐져?"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이라니, 잃어버렸던 인류애가 저절로 솟아나는 작품이다. 진모영 감독은 전작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 장난꾸러기 할아버지와 못 이기면서도 받아주는 할머니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담아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새로운 6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의 이야기'를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였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오랜 시간 동안 변치 않는 사랑의 비결과 노부부가 지나온 아름답고도 가슴에 사무치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했다.
Q. 작품을 정말 감명 깊게 봤다. 각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여섯 부부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까지 작품을 구성했던 과정이 궁금하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긴 시간 동안 세팅했다. 무엇을 핵심으로 가져갈 것인지 생각했다. 노부부의 러브스토리를 통해 우리가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지 고민했다. 제작진을 뽑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각 나라에 가장 다큐멘터리를 잘 찍는 분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그분들의 작품 중에 우리가 참고할 만한 것들을 봤다. 가장 적합한 디렉터를 뽑아서 일정을 조정했다. 감독들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확장판 시리즈들을 너무 해보고 싶어하셔서 기분 좋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Q. 작품 속에 등장하는 출연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섭외하게 됐는가?
각 나라 별로 감독이 정해진 후 후보인 분들을 직접 만나서 테스트 촬영을 해보고 그 분들이 가지고 있는 지역적인, 문화적인 조건들이나 촬영 환경, 부부의 캐릭터를 검토한 후에 최종적으로 선정했다. 많은 시간을 지켜봤다.
Q. 넷플릭스에서 먼저 제작 제안을 받았다. 넷플릭스와의 협업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가?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만들 때 그 작품을 전 세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의외로 국내에서 반응이 좋았고 해외에도 소개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에서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의 이야기'를 만들 경우) 영화 버전을 확장할 수도 있고, 새 작품을 본 후 원작 영화를 다시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나왔을 때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정체가 궁금했다. '봉준호 감독처럼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자는 것인가'라는 예상을 가지고 미팅을 했던 기억이 난다.
Q. 작품 속에서 상대방에 대해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라고 수줍게 이야기하는 부부의 모습에서 서로를 향한 존경과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 촬영하면서 감독 스스로 느끼기에도 훈훈했던 순간이 있다면 무엇일까?
우리는 현장이 위험하진 않다. 제작진이 고생을 하는 오지 촬영도 아니다. 대신 우리는 출연자가 위험하다. 고령자다 보니 그들의 건강이 걱정된다. 우리 영화 안에서 조연으로 출연했는데 돌아가신 분도 있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위험한 고비에서 좋게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계속 찡하고 짠한 부분이 있었다.
Q. 감독님의 작품을 보다 보면 사랑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소소한 행위에서 오는 존재 같다. 감독 본인에게는 사랑의 의미란 무엇일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나는 사랑의 표현에 있어서 더 원시적인 감정들이 있다고 본다. 연민이나 동정심 같은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 속에도 "너 날 동정하냐?"라는 식의 말이 등장하지 않나. "당신을 첫 눈에 본 순간 사랑을 느꼈어"도 있지만 상대방을 표현할 때 "나를 위해서, 아이들을 키우느라고 고생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사랑은 '얼마나 피곤할까, 힘들까'라는 마음들을 가져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더불어 사랑을 시작할 순 있지만 사랑을 유지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특별한 노력 덕분이다. 중요한 건 그런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행위를 하고 있고 그에게 내가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는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표현하려는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섯 커플들은 나이가 들면서 이런 시간들을 좋게 보내고 신뢰를 쌓아온 사람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