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도깨비’, 영화 ‘김종욱 찾기’, ‘용의자’, ‘부산행’ 등 수많은 작품에서 주연 배우의 존재감을 과시한 공유가 <서복>이란 영화로 돌아왔다. 공유는 이번 영화에서 과거의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전직 요원 기헌을 연기한다. 그에게 새로이 주어진 임무는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실험체 ‘서복’(박보검 분)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일이다. ‘서복’을 차지하기 위한 공격이 시작되고 둘만의 특별한 도망이 시작된다. ‘서복’은 영생을, ‘기헌’은 시한부 삶을 산다는 것이 <서복>의 기본 컨셉이다. 그렇게 될지는 영화를 끝까지 봐야한다.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야심작이다.
- ‘도가니’, ‘82년생 김지영'에 이어 '서복'까지 늘 쉽지 않은 주제를 선택하는 이유는.
공유: “그동안 출연한 작품을 모아놓고 보면 그런 질문을 받게 된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시나리오를 받아보았을 저를 고민하게 만들었고, 같이 그 고민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이다. ‘서복’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게 어려운 선택이라고 생각하시나보다.”
- ‘서복’ 개봉이 미뤄지다가 결국 OTT와 동시에 공개된다.
공유: “저만, 이 영화만 겪고 있는 일이 아니다. 받아들여야할 것 같다. 지난 해 12월 개봉예정이라며 홍보까지 펼쳤다가 개봉이 미뤄지니 이러다가 개봉을 못 하겠구나는 생각도 들어 마음을 내려놓았다. 마음의 부담이 있었다. 개봉이 미뤄지면서 오히려 그 기대치가 높아진 것 같다. 관객이 기대한 바와 만드는 사람이 가고자 하는 것의 갭이 커지면 어쩌나 부담스러워졌다.”
- <서복>을 보는 관객이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하는가.
공유: “사실 저는 살아가면서 온갖 생각을 다 하는 사람이다. 나이 들면 드는 대로 말이다. 세상 돌아가는 것, 어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서복>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다른 작품 들어온 게 있어서 비교하게 되고 선택해야했다. 그 때 든 생각은 이 영화 잘 만들면 흥행이 되겠구나가 아니었다. 다른 시나리오에서는 고민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작품은 CG나 촬영을 통해 자극적이고 재미를 선사하겠지만 <서복>은 나를 좀 고민하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이 잘 만들어졌을 때 뭔가 기대가 있었다.“
-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기헌(공유)과 서복(박보검)이 서로를 구원하는 관계라고 하였는데, 배우의 생각은 어떤가.
공유: “인간은 죽음이라는 완전한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헌은 서복에 의해 조금 더 자유로워지지 않았을까. 그는 극중에서 시한부 삶을 산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런 일을 겪고 나면 예전과는 다른 자세를 갖게 될 것이다. 몸은 고통스럽더라도 정서적으로 태연하게 생을 마감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시사회 때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
“기자시사회를 하고 나니 정말 이 영화가 개봉된다는 것을 실감한다. 다른 작품을 몰두하며 찍고 있다가 다시 이 영화를 보니 다른 결의 일들과 마주하게 된다. 어차피 영화는 만들어졌고 감독님의 이야기를 공유: 관객들이 봐주셨으면 한다. 매끄럽지 못하고, 이해하기 힘든 면도 있을 것이다. 요즘 상황이 좋지 않은데 극장에 오시는 분들은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이 영화보고 다운되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 갭을 줄이고 싶다.”
● 서복의 새로움, 박보검의 새로움
- 영화 <서복>의 새로움은 무엇인가.
공유: “할리우드에서는 수도 없이 많이 접했던 복제인간 이야기이지만 우리 상업영화에서는 그동안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다. 감독님은 철학적인 영화와 장르적 SF라는 두 가지 요소를 믹스하였다. 그게 신선하다. 매쉬 업하는 게 쉽지 않다.”
- 함께 연기한 박보검 배우를 평가한다며.
공유: “워낙 인성적으로 바른 친구이다. 너무 바른 친구라서 재미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찍으면서 그에게서 낯선 눈빛들이 나오더라. 순간순간 안 보여주던 눈빛을 볼 수 있었다. 군대 다녀오면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서복>에서의 박보검의 역할이 그랬다. 보검씨는 자기가 힘든 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투정 부리는 유형의 사람도 아니다. 난 그런 마음을 잘 안다. 선배로서, 형으로서, 제가 지나온 길이어서 잘 안다. 그래서 혼자만 생각하지 말고, 답답한 게 있으면 다 표현하고, 밖으로 분출하라고 말해 주었다.”
“참, 어제 (보검이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개봉한다는 소식, 언론시사회 열린다는 것에 대해 너무 기뻐하더라. 자기도 떨린다. 시사회 현장에 보검이가 있었다면 나도 덜 떨렸을 텐데. 축하하고 파이팅하라고 그랬다.”
- 이 영화의 매력이라면?
공유: “보검씨랑 함께 작품을 하게될 줄 몰랐다. 사실 남자 배우랑 (투톱으로) 연기한 게 이번이 처음이더라. 동성의 배우랑 영화를 함께 이끌어 간 게 말이다. 여자 팬들이 둘의 조합을 귀엽게 봐주시지 않을까. 그런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서복>은 시나리오 받아볼 때부터 그 제목이었나? 내용에 대해 감독과 나눈 대화는?
공유: “처음에 가제(임시제목)였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목이 좋다고 말씀드렸었다. 시나리오를 재밌게 다 읽고 나서 든 첫 생각은 왜 이런 숙제를 나에게 주는 것이지 하는 고민이었다. 내가 하기엔 너무 큰 이야기라서 겁이 나서 한번 거절했었다. 다시 연락이 와서 감독님과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시나리오에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를 들었다.”
- 시나리오에서 본 것과 완성본을 보고난 뒤 소감은.
공유: “시나리오에는 CG가 나오지 않는다. 상상력에 맡겨야한다. 그런데 제 상상력이 더 높고 멀리 간 것 같다. 아, 이 작품 말고 다른 작품에서도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CG가 내 마음에 안 들어서가 아니라, 저도 영화 많이 보는 사람이라 제 눈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하하하. 영화를 보는 사람마다 다르니. <서복>에 대해 저도 아쉬운 점이 있다. 저도 영화 한 두 편 한 사람이 아니니.”
● 공유의 삶, 기헌의 삶
- 기헌 캐릭터를 만드는데 힘들었던 것은?
공유: “먹는 것을 조절해야 했다. 시한부 삶을 사는 기헌은 갈수록 피폐해지는 사람이다. 감독님이 영화 끝나고 나서 고마워하더라. 사람이 못 먹으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기헌이란 캐릭터에 그런 감정을 가져갈 수 있어서 좋았다. 스태프와 밥을 같이 못 먹었지만 기헌이라는 캐릭터에 다가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예민하게 뭔가를 티내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감독님은 (그런 사정을) 잘 아시더라.”
공유 배우는 <서복>의 기헌을 연기하기 위해 ‘몸’ 만들기에 공을 들였다. 근육질이 아니라, 망가져가는 육식을 체화시키기 위해.
공유: “이미 그때의 몸매는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영화 촬영하며 한 4개월 정도 음식조절을 한 것 같다. 평소에는 먹고 싶은 것 다 먹는다. 이전에도 해본 작업이다. <용의자>때 혹독한 식단과 운동을 함께 했다면, 지금은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수척해지는 얼굴에서부터 시작되는 영화이니 말이다.”
- 함께 한 배우들과의 연기 케미는 어땠나.
공유: “박병은 배우는 낚시라는 공통관심사가 있어 사적으로 친하고 편했다. 조우진 배우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이다. <도깨비>때 그냥 스치듯 지나가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중심을 잘 잡아주었다. 이번에 영화 찍으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배우들끼리 그런 이야기한다. 무겁고 진지한 작품을 하다보면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반대의 경우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신경 안 쓰는 코미디를 한번 해보고 싶다고. 기회가 되면 그러고 싶다. B급 장르에서 놀아보자고 그랬다.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한다.”
“장영남 배우는 군대 다녀온 뒤 컴백작품이었던 <김종욱찾기>에서 누나 역할이었다. 따뜻한 역할이었다. 볼 때마다 존댓말을 하시고 낯설어하신다. 너무 소녀스럽고 사랑스럽다. 때리는 연기할 때 너무 미안해하시더라. 하루 종일 말이다. 다들 한번 씩 인연이 있었던 배우라서 서로 배려하고 호흡이 좋았다.”
● 서복, 기헌, 누가 더 인간적인가
- 시한부 삶의 기헌의 외형적 모습에 대해.
“이미지 하나로 기헌을 잡아내야했다. 눈이 푹 꺼진 모습이다. 더 가고 싶었는데 주위에서 만류했다. 처음 등장할 때 더 퀭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에는 편집된 부분이 있다. 기헌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공유: 고통스러워하며 다른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시퀀스가 있는데 감독님이 뺐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 신경질적이고 공격적인 다채로운 모습이 있었다. 감독님이 효과적으로 설정하셨을 것이다.”
- 영화를 준비하며 인물설정에 대해 감독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공유: “기헌의 이전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이런 사람이었을 것 같다는. 인간적이어서 연민이 생길 수밖에 없는 그런 인간적인 면모를 갖고 있었으면 했다. 저는 기헌이 훨씬 다크하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은 그런 것을 경계한 것 같다. 너무 다크하면 안 된다고. ‘전직 요원’이 갖는 클리셰 같은 것을 싫어하신 모양이다. 대신 중간 중간에 나오는 기헌의 독특한 대사, 억양이 있는데 감독님이 그런 걸 너무 좋아하시더라. 나는 극 초반에 단절된 다크한 인물을 생각했는데, 감독님의 생각대로 지금의 이런 모습이 탄생한 것 같다.”
- 박보검은 컵라면을 몇 개씩 먹고, 공유씨는 하나만 먹는데. 그 장면도 ‘캐릭터의 음식조절’과 관련이 있는 장면인지.
공유: “그렇진 않다. 컵라면은 한 번에 후루룩 먹었다. 상황상 자연스럽게 한 번에 시원하게 먹었다. 그게 꿀맛이었다. 마음은 더 먹고 싶었는데...“
- 연기 인생 20년이다.
공유: “올해가 20주년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내가 한 광고를 10년간 했더라.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광고주들이 꽃다발을 주고, 케이크에 피규어까지 주시더라. 남우주연상 받은 것 보다 더 감정이 북받치더라. 감사함을 많이 느낀다.”
- <서복>을 찍으면서 본인에게 ‘왜 사는지’ 물어봤다면.
공유: “감히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은 아닌 것 같다. 죽기 직전까지 고민할 것이다. 죽기 전에 깨우치고 눈을 감는다면 그게 복일 것이다. 노력하겠다.”
20년 배우 공유는 이날 <서복>과 영화배우의 삶을 흥미롭게,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자신의 발언이 너무 솔직했다고 생각했는지 말미에 이렇게 덧붙인다. “이런 화상인터뷰가 낯설다. 오랜만에 이렇게라도 만나니 반가웠다. 제가 두서없이 말한 게 있을 것이다. 옆에서 스태프들이 눈치를 줄 정도이다. 그러니, 적나라하게 받아쓰지는 마세요. 제가 거짓말을 못하고, 말하고 나서 아차 한 게 있는 것 같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홍보사에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배우님이 답변하신 시나리오 전후의 차이에 대한 내용은 <서복>이 스케일이나 볼거리 보다는 두 인물의 동행을 통한 관계 변화와 드라마에 집중한 영화인만큼 부디 감안해서 반영해 주시기를 부탁 드리겠습니다”라고.
그 변화가 궁금하면, 15일,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 개봉되는 <서복>을 찬찬히 관람하면 된다.
* 이날 공유가 했던 가장, 솔직하고 재밌었던 대답은, ‘감독님이 공유 배우가 반드시 기헌이어야한다고 했는데’에 대한 답변이었다.
“감독님이 9년의 세월을 쥐고 있었는데, 완고에 이를 즈음 저를 상상하며 완성하셨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100프로 믿지 못하겠어요. 감독들은 원래 그렇게 말하죠. 세월이 지나면, 배우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어 너도 그(시나리오) 받았었어? 그래요. 배우들끼리 만나면 말이죠. 하하하”
솔직한 공유와 그리운 박보검, 그리고 의지의 이용주 감독이 완성한 <서복>은 오늘(15일)부터 극장과 OTT플랫폼 티빙에서 동시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