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블랙핑크를 비롯한 수많은 K-pop 그룹들이 해외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다. 불과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현재라고 하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의 밑바탕에 우리가 쌓아온 K-pop의 역사가 있었다.
지난 1일 KBS 1TV에서는 '모던 코리아'의 열한 번째 에피소드이자 시즌2의 마지막 에피소드 'K pop 창세기'가 방송됐다. 'K pop 창세기'는 대중음악에서 음악 산업으로 판이 바뀌었던 90년대와 뮤지션들이 10대를 보낸 80년대 한국의 대중음악이 어떤 시대를 지나 지금의 ’K pop‘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조망했다.
Q. 다양한 주제 중에 '모던 코리아'의 주제를 K-pop으로 삼은 계기는 무엇이었나?
'모던 코리아' 시리즈는 현대사에 있었던 큰 사건들을 다룬다. KBS에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90년대 자료가 많았다. 그것에 대한 작품을 만드려고 시즌 1때 고민을 했다. 92년도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통령 선거, 휴거 사건이 있었으며 우리별 1호을 발사하기도 했다.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진 해였고 10대가 돈을 쓰기 시작한 것도 92년도의 뉴 키즈 온 더 블록에서부터였다. 이수만 대표도 뉴 키즈 온 더 블록을 보고 10대에 관한 시장을 보고 구체적으로 구상하게 됐다. K-pop이 발전한 시점, 뉴 키즈 온 더 블록 이후에 어떻게 발전했는지 보고싶었다. 그 기반을 닦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기에 'K-pop 창세기'라고 제목을 지었다.
Q. 아카이브 자료가 방대했는데 그 중에서 어떤 자료들에 주목했나?
연예가 중계 자료 화면이 있었는데 원본은 거의 안 남아 있었다. 원본을 찾다가 이수만 대표가 초기 SM엔터테인먼트의 사무실을 소개하는 장면을 찾았고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현도가 전자 음악으로 데뷔하기 전 영상이 있었다. 더불어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자료까지, 이 세 가지가 큰 축이 됐다. 또한 음악 감독이 디제이 소울스케이프가 SNS 친구로 알고 있는 미국 사람을 찾았는데 알고 보니 미국에서 활동하는 탤런트 스카우트였다. 능력 있는 재미교포들을 캐스팅 해 한국에 보내는 사람이다. 유승준, 신혜성, 앤디, 믹키유천 등 여러 명을 발굴했기에 데모 테이프들이 많았다. 워싱턴 근처에 살아서 특파원 통해 인터뷰를 하고 줌으로 연결해서 화상 인터뷰도 했다. 그 분에게 VHS 테입 열 세 개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본 적 없는 스타들의 데모 테이프였다. KBS 아카이브만 활용한 것이 아니라 외적인 자료도 활용했다.
Q. 윤상, 이현도와 같이 시청자들 눈에도 익숙한 아티스트들이 등장한다. 출연자의 섭외는 어떻게 이뤄졌나?
이현도는 한국 힙합의 아버지다. 타이거 JK, 지누션, 원타임과 같이 우리 나라 정통 힙합을 시작한 사람이 이현도 프로듀서다. 이수만, 양현석과 같은 분들을 인터뷰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음악적인 계보와 전자 음악의 시작점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들은 이 분들이라 생각했다. 윤상은 전자 음악의 1.5세대다. 제대로 활용해서 그것을 대중적으로 터뜨린 분이다. K-pop은 이전부터 기반을 닦아줬던 여러 아티스트들이 있었다. 그 분들이 있었기에 케이팝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음악적으로 의미가 있었기에 지금의 K-pop이 있는 것이다. 역사를 좀 더 보고 싶었다.
Q. 다음 '모던 코리아'는 어떤 주제가 담길 예정인가? 혹시 생각하고 있는 계획이 있나?
이제는 어떤 주제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던 코리아' 특성상 어떠한 사건을 중점으로 퍼져나가는 이야기다. K-pop창세기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특별한 사건 없이 이야기한 작품이다. 어떠한 지점을 향해 달려가지 않고 자료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어서 힘들었다. 앞으로 단순히 '모던 코리아'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내레이션 없이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들이 주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음 주제로는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요리 프로그램이 많이 없어졌고 자료가 많이 유실되긴 했다. 그것이 좀 아쉽다. 더불어 황우석 박사의 줄기 세포 사건에 관해서도 관심이 있다. 미디어가 어떻게 이 인물을 키웠고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그 과정을 통해 한 시대의 광기를 볼 수 있을 것 같다.